...언플이 아니라 주범이 맞습니다.
1989년 부터 서점을 운영했었는데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대여점이 성행하기 전까지 저희 서점의 수익원 90%는 만화책의 단행본, 월간지, 주간지가 1위였습니다. 특히 점프나 챔프는 오전에 오지 않는 이상 사기가 힘들정도였죠. 드래곤볼을 예로, 300부를 떼오면 그날 그날 다팔리고, 서점분들끼리 서로 입고하려 경쟁도 심해 아침 일찍 자차로 도.소매 창고에 줄서있던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장르 소설계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만화책만 못했지만요.
대여점이 성행하고 나서부터 서점의 주 수입원 부동의 1위는 문제집이 10년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인터넷서점으로 인해 힘들어 졌다가 얼마전에서야 다시 입에 풀칠은 하며 살수 있게 되었네요.
당시에 굉장히 많은 만화 관련 업체들이 무너졌습니다. 자*한 분도 많았습니다. 한창 만화잡지가 많았을 때는 주간지만 10개가 넘었었고, 그 많던 분들이 모두 실직했었으니까요.
친하게 지내는 업계분이 우스갯소리로 하던 말이 있습니다. 대여점 이 후에는 잘그리고, 못그리고를 떠나서 모두들 썩은 동아줄 잡게되었다고요. 왜냐... 못그리는 사람의 책 1권이 대여점에 입고되면 잘그리는 사람의 책도 1권만이 대여점에 입고가 되기 때문입니다.
진로님 말을 인용하자면, 못그리고 재미없던 작가들만 호흡기를 달고 있었다면, 대여점이 성행한 이후에는 모두들 호흡기를 착용하게 되었다는 말이 되겠네요...
한국 만화는 80년대까지 잡지만화랑 대본소 만화로 양분된 상태였죠.
잡지 만화는 퀼리티가 높은 편이고, 대본소 만화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싸구려만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잡지 만화는 연재작품들이 나중에 단행본으로 묶여서 나오는데 80년대까지는 이것도 대본소로 풀렸어요.
고우영이나 강철수같은 극소수 성인취향 만화가들 말고는 서점용 단행본을 내지 못했죠.
대여점 3년간 운영했는데
신간 빌려가서 상습 연체하는 사람
장기 연체 손님 전화도 안 받아서 집에 찾아가니 집에 인기척이 느껴지는데 끝까지 안 나오는 사람
만화 빌려가서 이쁜 그림 부분 오려 버리는 사람
소설책 빌려가서 코딱지 묻혀 놓는 사람
이사 가는 거 숨기고 전날 왕창 빌려가서 먹고 날은 사람
반납을 반납기에 안 넣고 그냥 반납기 위에 올려놓거나 땅에 던져 놔서
도난 당하거나 비 오는 날 책이 다 젖어서 버리게 만든 사람
등등의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 쌓여서 그만 둔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