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명절음식 다 준비해본 입장으로서는 저 정도면 할만하네요.
뒤쪽은 어차피 다 과일이고 떡은 떡집에서 사오는거고 문어 삶기만하면되고
앞에 나물들은 쉽게 무치는법이 있어서 무치면되고
한과들도 사서 놓기만하면되고 나머지는 튀김인데 튀김할때 2명만 붙어도 쉽게 끝나요.
티비보면서 얌얌 줏어먹는 재미있드라고요.
갈비는 양념에 하루 재웠놓았다가 다음날에 조리면 되고.
사람수에 따라 시간차는 있겠지만 생각보다 할만함.
문제는 저런거하면서 이러니저러니 참견하거나 집안얘기 물어보는게 스트레스이겠죠.
저는 남자인데도 항상 명절때 시골내려가면 저런거 하고 그랬음.
제일 짜증나는 게.. '참견'이죠. 그나마 예전에는 아버님 살아계시고 하니 친척들이 나서질 않았고 어머니 혼자 엄청 고생했었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형이 하며 상을 좀 줄이고 했더니 여러 참견이 적지 않더군요. 저희는 아홉 분의 제사를 모셨는데.. 할 때마다 어떤 때는 넘어가고 어떤 때는 일곱 분으로 왜 줄이냐며 아홉 분 그대로 올리라는 둥.. 성주상은 어떤 일이 있어도 차려야 한다는 둥.. 상 올리기 전에 절하라는 둥.. 12시가 되어야 제사상을 걷어야 한다는 둥.. 그때 그때 다르고 참견하는 통에 짜증이 보통이 아니었죠.
제사도 이제 좀 융통성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동육서.. 홍동백서.. 병치.. 등등.. 너무 순서 음식 한정하지 않고.. 평상시 돌아가신 분이 좋아했던 음식들을 보기 좋게 올려놓고 가장 중요한 '마음'을 가져 절을 하면 되지 않는지. 지역마다 다르고.. 책마다 다르고.. 쓸데없이 쓰임새도 없고 잘 먹지도 않는데 비싼 음식 장을 봐 올려야 하고.. 좀 낭비같고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참견 부분에선 공감하나 음식 순서를 막 놓는다든지에는 공감 못하겠습니다. 귀찮아서 하나둘 안하다 보면 제사도 안 지내게 되겠죠. 좋아하셨던 음식이야 지금도 올리지 않나요?
간소화해서 줄여가면서 마음은 어떻게 유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양이야 당연히 모인 식구 먹을 양만 하는게 맞다고 보고요.
'막'이란 말은 너무 한정이 없죠. 그 정도의 '막'이라는 표현은 하지 않았네요. 또 귀찮아서가 아니고 너무 '딱딱한 틀'을 강조하니 하는 말입니다. 제사라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지 '형식'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 '마음'은 특정한 날을 지정해 '죽은 조상들의 넋을 위하고 기리며 떠올린다.'는 의미를 말하고요. 그러니 안 지낼 거라는 거과는 다르겠죠.
또, '안하다 보면 제사다 안 지내겠죠.'라는 말은 반대로 하려면 '정확히 해야 한다.'는 말과 같아 그렇게 정확하려면 일반이 아는 바와도 좀 다릅니다. 친척들이 모인 중에도 각자 아는 바가 다르고.. 결국은 '적정한 정도의 틀'에 합의하게 되죠.
끝으로.. 전 거듭 제사는 그 마음이 중요해 음식을 마련하고 절을 하며 떠올리고 기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음식을 놓는 순서, 잔을 돌리는 의미.. 등등.. 일반적으로 식사를 하는 예 외의 것들을 영혼이 정한 것도 아니지 않는지요? 실상 영혼이 있다 하면.. 그런 '허식'에 얽매이는 게 무척 우습게 보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