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만 떠올려도 침샘이 폭발한다면 올해도 어김없이 ‘빙수 앓이’가 시작됐다는 증거다. 치유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일단 먹는 수밖에. 한 입 먹기도 아까운 비주얼 갑 빙수부터 모링가, 토마토, 쑥 등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 빙수까지, 올여름을 책임져줄 별난 빙수를 소개한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 당고집 벚꽃빙수는 새하얀 우유 얼음 위에 분홍색 팥앙금과 딸기맛 크런치, 벚꽃 절임을 올린 깜찍한 외모를 자랑한다. 우유 얼음과 연유가 골고루 섞이도록 저은 다음 팥앙금과 함께 먹는데, 팥앙금이 일반 팥보다 덜 달고 부드러워 술술 넘어간다. 핵심재료는 소금에 절인 벚꽃이다. 빙수와 함께 꽃잎을 한 장씩 곁들이면 단짠단짠 오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외국인 친구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한국적인 비주얼의 빙수도 있다. 카페 괜찮다의 비빔 빙수는 차려낸 모양이나 먹는 방식이 비빔밥을 연상케 한다. 크고 널찍한 그릇에 우유 얼음을 채우고 바나나, 크랜베리, 쿠키, 인절미, 토마토, 키위, 견과류 등 재료를 푸짐하게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계란 프라이로 착각하는 것은 새콤한 푸딩 젤리다. 여기에 밥 대신 아이스크림, 고추장 대신 딸기 시럽을 넣어 비벼 먹으면 입안에 토핑 개수만큼이나 다양한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에서 특별한 디저트를 찾는다면 카페 오즈의 짜장 빙수를 추천한다. 차이나타운과 인접한 지리적 특색을 반영한 것으로 아이스크림 위에 팥을 올리면 짜장 빙수, 초콜릿을 올리면 간짜장 빙수다. 빙수 그릇은 식판이다. 반찬 자리에는 단무지를 형상화한 망고, 춘장과 양파를 형상화한 초코과자와 찹쌀떡, 제철 생과일 등이 담긴다. 

티라벤토는 실타래 빙수를 주문한 고객에게 숟가락 대신 포크와 나이프를 준다. 빙수가 소면처럼 얇고 길쭉한 형태로 겹겹이 쌓여 있어 원하는 길이로 잘라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녹으면 면발 얼음 특유의 식감이 사라지므로 가능한 한 빨리 먹는 것이 좋다. 실타래 빙수의 장점 중 하나는 빙수와 아이스크림을 원하는 맛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인 빙수는 밀크, 녹차, 호지차, 곡물, 소다 등 10개, 아이스크림은 바닐라, 녹차, 초코 등 6개 종류가 있다. 사이드메뉴는 팥과 떡, 생크림과 쿠키 크럼블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한술 더 떠 망치로 깨 먹는 빙수도 있다. DALA의 대표 메뉴인 공룡 알 빙수는 화이트초콜릿으로 만들어진 공룡 알을 망치로 톡톡 두드려 깨야만 먹을 수 있다. 공룡 알 안에는 초콜릿으로 만든 귀여운 아기공룡과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다. 여기에 연유를 뿌린 다음 초콜릿 쿠키가 든 우유 얼음과 잘 섞으면 먹을 준비 끝. 의외로 많이 달지 않아 초콜릿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카페 보라의 보라 빙수는 눈꽃얼음 위에 팥 앙금 대신 자색고구마 앙금을 올린 이색 디저트다. 팥과 과일의 조합을 최고로 여기는 사람들에겐 약간의 모험심이 필요하겠지만 걱정은 잠시 접어두자. 고소한 자색 고구마와 달콤한 우유 빙수가 어우러져 기대 이상의 맛을 보게 될 테니. 빙수를 주문하면 달달한 자색고구마 칩과 호두강정을 함께 준다. 부드러운 식감이 물릴 때 한 조각씩 먹으면 자색 고구마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코코넛을 좋아하지 않거나 낯설게 여기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코코넛 빙수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촌음료연구소는 코코넛 빙수와 아포가토를 접목한 색다른 메뉴로 인기몰이 중이다. 코코넛 빙수는 매장에서 코코넛워터와 코코넛밀크를 가지고 직접 만든 빙수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코코넛 칩, 젤리를 올려 만든다. 캐비아처럼 생긴 젤리의 원료는 이국적인 코코넛 향과 잘 어울리는 태국 홍차다.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먼저 먹은 다음 코코넛 빙수 위에 에스프레소를 뿌려 아포가토처럼 즐기면 된다. 코코넛 덕후라면 에스프레소를 뿌리지 않고 먹어도 좋다.

호텔표 프리미엄 빙수도 웰빙 바람을 탔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가 선보이는 레트로 쑥 빙수는 쑥 젤리, 쑥 생초콜릿, 쑥 연유를 비롯해 인절미, 팥, 그래놀라 등 몸에 좋은 재료를 가득 품었다. 향긋한 쑥 향이 달콤한 팥과 어우러져 ‘초딩 입맛’ 소유자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슈퍼 푸드’ 모링가로 빙수를 만들었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모링가는 아프리카와 인도에서 자라는 콩과 식물로, 우리 몸에 필요한 여러 영양소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어 ‘생명의 나무’로 불린다. 주문하면 빙수와 함께 따뜻한 고구마튀김이 나온다. 고구마튀김은 찬 성분의 모링가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주전부리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토마토 빙수를 출시했다. 하얀 얼음 위에 새빨간 토마토를 통으로 올린 신선한 비주얼이 인상적이다. 토마토 안에는 크림치즈가 가득 들어있다. 토마토의 새콤한 맛과 크림치즈의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