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이 너무 약하다는 느낌 저만 받나요?
클린스만 이후로 뭔가 이상한 전개가 반복되고 있던데, 대부분의 볼전개가 이렇습니다.
1. 골키퍼가 센터백(주로 김민재)에게 볼 전달.
2. 센터백은 풀백에게 볼 전달.
3. 풀백은 수미 혹은 중미에게 전달.
4. 중미는 바로 다시 센터백에게 백패스
5. 센터백은 다시 풀백에게 패스.
6. 풀백은 다시 중미에 패스.
7. 중미는 다시 센터백에 패스
8. 센터백은 뒷공간 손흥민 혹은 가운데 조규성에게 롱패스
그러니까 뭐랄까? 빌드업 해나가는 전개까지는 하는데, 주로 황인범에게 볼이 가면 뭘 해보려고도 하지 않고
다시 백패스 하는 모습이 너무 자주 보입니다. 그건 이재성도 마찬가지.
아무 의미도 없는 볼전개가 무한반복되다가 결국은 패스미스로 볼을 끊기거나 뒤에서 넘어온 볼을 조규성이 못받아서 끝나거나 하는 장면을 한 경기에 열 댓번은 보는 것 같네요.
애초에 황인범 이재성의 역할은 수비진에서 볼을 받은 후에 볼을 지켜내거나 포워드에 연결 해주는 것인데, 둘 중에서도 특히 황인범은 이상할 정도로 볼을 받자마자 뭘 해보려고도 하지 않고 열 번 중 아홉 번은 백패스를 하는데 보기 괴로운 정도입니다.
그러니 결국 공이 중앙에서 전진을 못하고 미드필더가 볼을 뿌리는게 아니라 김민재가 뿌려주는 단순한 전개만 무한반복 되더군요.
그리고 상대방이 어제 태국처럼 프레싱을 강하게 걸어오는 팀인 경우에 너무 쉽게 볼을 빼앗기거나 패스미스가 발생해서 빌드업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라는 것도 클린스만 이후로 계속 보고 있는 장면입니다.
황인범이 이 역할, 그러니까 뭐 굳이 비교하자면 토트넘에서의 사르? 맨시티 로드리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제가 편견이 있는 지 모르겠지만 황인범이 이 역할을 잘 하는 선수인가에 대한 의문이 많이 드네요.
그렇다보니 요즘 대표팀 축구 스타일은 그냥 진짜 옛날 뻥축구 느낌입니다. 그마저도 조규성이 공중볼 경합이 딱히 잘 되는 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전술이라는게 없는 상태로 대표팀이 1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보니 선수들도 롤에 대해서 우왕좌왕하는 상황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데, 어차피 누가 감독이 되건 중앙 미드필더, 그러니까 게임 자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할 줄 아는 선수는 국대에서 이강인 밖에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강인을 오른쪽 인버티드 윙으로만 쓰기에는 이 선수가 약간의 제한이 있다는 생각을 전부터 했습니다. 이강인의 발재간이 좋기는 하지만 그 발재간은 볼을 지켜내는데 최적화 되어있지 돌파에 최적화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가장 눈여겨보는 윙어인 울브즈 네투 혹은 황희찬같이 어쨌거나 앞으로 전진하는 타입이 아니라 어차피 이강인은 왼발잡이라 꺾어야 하는거, 한국 대표팀 상대하는 팀이면 다 알겁니다. 그래서 대표팀에서 이강인의 드리블 스타일은너무 뻔해요.
오히려 요즘 대표팀에서의 이강인의 진가는 이리저리 찌르고 뿌려대는 기가막힌 패스들인데, 이걸 오른쪽 구석에서만 써먹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황인범 위치인 오른쪽 메짤라에서 오히려 이강인의 능력을 극한으로 써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수비진에서 건네받은 공을 지켜내고, 전진시키면서 패스를 뿌려대는 능력이 메짤라의 큰 역할이라면 지금 이강인보다 이걸 잘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윙어로서 이강인이 대체불가라면 뭐 어쩔 수 없다 치지만, 단적으로 양현준만 가지고 비교해도 저는 양현준이 오른쪽 윙일 때 훨씬 빠르고 위협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나라 윙어는 손흥민 타입이거나 황희찬 타입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오른쪽 윙어로 이강인을 쓰는건 좀 재능낭비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국대에서 골이 잘 안나는 이유가 저는 딱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에서 볼간수도 잘 안되고 패스의 질도 높지가 못한데다 감독탓으로 연계도 잘 안되다 보니 공격 루트가 뻔해지고 단순해질 수 밖에 없다는 거.
어제 보니까 박진섭이 들어가면서 수비할 때는 내려와서 쓰리백 형태로, 올라갈 때는 수미 역할로 뛰던데 현재 국대에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보고, 손준호도 준비되는대로 돌아와준다면 일단 수비형 미드필더는 더이상 고민 안해도 될 것 같다고 보고, 저는 이강인을 무조건 오른쪽 메짤라 역할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렌시아에서도, 마요르카에서도 지금 PSG에서도 이강인은 골을 만드는 타입의 선수는 전혀 아니잖아요. 굳이 빠르지도 않고 전진 드리블에 능한 것도 아닌 이강인을 공격수로 사용하기 보다는 패스 길을 기가 막히게 볼 줄 알고 킬패스를 게임 당 몇 개 씩 뿌려대며 웬만해선 공을 안 빼앗기는 능력을 가장 극대화 할 수 있는 위치에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손흥민(조규성)
황희찬(배준호) 양현준
홍현석(이재성) 이강인(황인범)
박진섭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데 물론 양현준이 국대에서 주전으로 뛸 만큼 되나?에 대해서는 의문이 가는 분들도 계실거라고 보고 그래서 이강인을 오른쪽 윙으로 박아놓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국대 축구 보다 보면 도저히 중앙에서 풀어가는 전개가 보이질 않아서 이강인을 하나 아래로 내려서 플레이메이킹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