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끔찍한 부상의 빌미가 된 태클이었지만, 현지에선 비난 대신 위로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안드레 고메즈(에버튼)를 향한 손흥민(토트넘)의 태클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앞서 손흥민은 4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에버튼과의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원정경기 도중 안드레 고메스를 향해 백태클을 시도했다가 레드카드(퇴장)를 받았다.
손흥민은 팀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33분 안드레 고메스를 뒤쫓다가 뒤에서 태클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넘어진 안드레 고메스가 서지 오리에(토트넘)와의 충돌 이후 발목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자신의 태클 이후 안드레 고메스의 발목 상태를 지켜본 손흥민은 머리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며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주심은 당초 손흥민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선수 안전에 위협이 되는 태클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레드카드로 판정을 바꿨다.
괴로움 속에 눈물을 보이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간 손흥민은 경기가 모두 끝난 뒤 라커룸에서도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고메스는 정밀진단 결과 오른쪽 발목 골절탈구 진단을 받아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6~8주 정도는 출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현지 전망이다.
다만 끔찍한 부상으로 이어진 태클과 관련된 현지의 비판 목소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고의성이 있을 경우 현지 언론들의 비난은 물론 상대 선수단도 거센 항의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이번 손흥민의 태클에 고의성이 없었음을 현지에서도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적장인 에버튼 마르코 실바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나쁜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손흥민이 라커룸에서 슬픔에 빠진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의도를 갖지 않았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 에버튼의 주장인 시무스 콜먼도 경기 후 직접 토트넘의 라커룸을 찾아 손흥민을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드레 고메스가 쓰러진 직후에도 손흥민은 오히려 에버튼 선수들로부터 직접 위로를 전해들은 바 있다.
현지 언론이나 전문가들도 손흥민의 백태클에 고의성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손흥민의 태클보다는 레드카드에 대한 적절성 여부, 고메스의 부상 상태 등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서 뛰었던 루이 사하 스카이스포츠 해설가는 “손흥민의 반응으로 보면 알 수 있듯 고의성은 없어 보였다”며 “불운한 장면이긴 했으나 결국 경기나 삶의 일부”라고 밝혔다. 리버풀에서 뛰었던 제이미 캐러거 역시도 “레드카드는 아니었다”는 의견을 밝혔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무척 불운한 장면이긴 했지만, 손흥민의 태클엔 상대를 해칠 의도가 없었다”며 손흥민을 향한 판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팀 동료 델레 알리 역시 “손흥민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좋은 사람 중 한 명”이라며 “분명 손흥민의 잘못은 아니었다”고 감쌌다.
한편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손흥민을 향한 레드카드가 '상대 선수의 안전을 위협한 행위로 간주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퇴장에 따른 징계로 향후 EPL 3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잉글랜드축구협회(FA)의 결정에 따라 징계 수위가 줄어들 수도, 아니면 더 늘어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