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가 한국 축구를 얕보고, 10년이면 한국을 따라잡는다는 망상을 한다지만, 그런건 한국축구가 겪어 온 과정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리죠.
밑에 베트남이 한국축구 스타일을 벤치마킹 한다는 글이 있지만, 전통적으로 한국축구는 특징이 확실했고, 이제는 그 스타일이 다시 한 번 변화하는 시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으로 한국이 아시아에서 꾸준히 최강급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격진의 능력 덕분이었죠.
빠른 측면돌파 + 각 시대를 대표하며 꾸준히 이어져 온 최전방 공격수의 결정력, 이것 만으로도 아시아 정도는 충분히 쌈싸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전술적인 부분에서는 소홀했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일본이 J리그를 출범시키면서, 전술과 조직력에 기반한 축구로 대항해 오자,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변화를 모색하죠.
그렇게 2002 월드컵을 기점으로 히딩크를 영입했고, 네덜란드 축구와 접목된 이후 한국축구 패러다임은 체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압박 + 스피디한 카운터 어택이었죠.
그 유산이 전 연령대에 걸쳐 최근까지 이어져 오며 한국축구의 스타일이 되었구요.
하지만 2002년 반짝하던 시절 이외에는 여전히 공격진의 개인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고, 전술적인 부분에서의 세련미나 세밀함이 부족했으며, 조직적인 전술에 기반을 둔 현대축구에 이르러 이런 약점들에 대한 한계가 노출되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자 영입한 감독이 포르투칼 출신 벤투 감독이죠.
그동안 전술적으로 디테일한 가르침에 목말라 있었던 부분이 해소되었다는 선수들의 말을 들어봐도, 한국축구는 이제서야 전술적인 부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기존 한국축구의 장점에 세련된 전술 시스템을 접목하는데 성공하고, 히딩크때처럼 그 유산을 시스템화 시켜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한국축구가 몇 단계는 더 발전할거라 생각합니다.
선굵은 축구의 대명사였던 독일이 세밀함을 접목한 이후 세계를 씹어먹고 다녔던 만큼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우리 눈높이에서 나름대로의 성과는 클 거라고 봐요.
적어도 동남아 포함 아시아 팀들한테 만만하다는 개소리나 들을 수준은 한참 넘어설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