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독일 구조조정 반면교사 삼아야"
그는 "192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전개된 구조조정 결과 독일에는 현재 조선 기자재업체 500개 기업에 약 9만명, 조선 및 해양기술 분야 전체 약 2800개 기업에서 약 40만명이 일하고 있는 반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에 편중된 한국의 고용은 18~19만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형선 부분에서 한국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하는 독일보다 못한 초라한 고용 성적.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얼마든지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에서 고용을 줄여 산업을 살리겠다는 것는 무지에서 비롯된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조선 빅3가 수주절벽을 넘어 흑자를 달성하는 반면, 중소조선업체들은 선수환급보증(RG)는 물론 은행으로부터 운영자금 대출초자 받지 못해 고사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기업 뿐만이 아닌 하청업체까지 같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당국은 물론 노동자들도 문제해결책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1920년대부터 1~3차에 걸쳐 진행된 독일의 조선업 구조조정을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920년대 일본의 부상으로 조선업 위기가 현실화되자 독일은 ‘해양선박건조금’을 조성해 조선사 지원에 나섰다. 1983년까지 재구조화 지원금, 선주 세금 우대 등의 정책을 펼쳐졌으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17개에 달하던 대형조선소가 2개로 추풍낙엽처럼 쓰러졌으나 2000년 등장한 슈뢰더 정권은 조선을 넘어 해양으로 눈을 돌려 전국조선해양 컨퍼런스(Nationale Maritime Konferenz, NMK)를 조직했다.
이후 2년에 한번 개최된 이 컨퍼런스는 조선해양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기적인 토론의 장이 됐다. 여기에서 나온 결과에 의거해 2011년 연방정부, 주정부, 기업 및 산업, 연구소, 협회로 구성된 '국가조선해양기술매스터플랜(NMMT)이 탄생했다.
한편 독일의 금속노조는 1976년 정부와 조선사에 ‘조선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업장 및 지역 단위에서 고용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었으나 노·사·정·학이 산업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노조는 세계적인 보조금 경쟁은 사라져야하나 당장은 불가능하니 보조금을 수주계약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기업의 구조조정과 기술투자에 확대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조선사가 조선업의 경쟁력을 고려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대해서도 초기업·초지역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노력과 장기적인 산업정책을 주문했다.
정 교수는 "독일에는 이처럼 2800개의 조선해양기업이 실제하는데, 고작 500여개의 기업을 가진 한국의 정부 당국이 공급과잉을 우려하며 양적인 축소를 주장하는 것은 우스운 얘기"라며 시장경제 논리에 의존하는 정부 정책의 허점을 꼬집었다.
정부가 현장과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다 보니 아직도 성장할 공간이 충분히 남아 있는 여객선, 요트, 기술서비스, 오프쇼어 유니트가 가지는 시장 전망을 알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독일과는 달리 우리나라 조선업은 대기업만 살아남는 구조가 됐다"며 "정치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중소기업도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