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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2-23 18:17
[잡담] 떡상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 ㄷㄷㄷ.jpg
 글쓴이 : 강남토박이
조회 : 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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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을 비하하면서 하는 말이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25%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임. 그런데 시계열을 길게 놓고 보면 매우 재밌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데, 첨부는 21년도 마이크론 Tech Conference에서 인용한 WSTS(World Semiconductor Trade Statistics) 자료임. 해당 자료에 따르면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해서 현재는 약 25% 수준 정도임. 전체 6000억 달러 시장 중에서 디램 900억 달러(15%), 낸드 600억 달러(10%)를 차지하고 있음. 메모리 반도체는 시클리컬 산업이기 때문에 짧은 시계열로 보면 비중의 등락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4년 평균 기준으로 보면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이 계속 상승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음. 즉, 메모리 반도체는 본문에서처럼 반도체 산업 평균보다 훨씬 더 빨리 성장해 온 시장임. 일반적인 상식과는 상황이 많이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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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과장 좀 섞으면 반도체 산업 발전의 역사는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상승해 온 역사라고 생각하는데, 가장 근본적으로 폰 노이만 구조에서 컴퓨팅 파워의 가장 큰 병목 구간은 바로 메모리에 있기 때문임. 프로세서의 성능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보다 강력한 성능의 메모리에 대한 요구는 그 이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음. 첨부는 삼성증권 리포트 자료인데, PC->모바일->서버->AI를 거치면서 전체 컴퓨팅 시스템 내에서 메모리 BoM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음. 그리고 앞으로는 더더욱 그러할 것임. 바로 AI 혁명 덕분임.



그렇게 보면 최근 들어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CXL은 메모리(특히 디램)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기 때문에 등장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음.



빅테크들이 CXL을 주목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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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I 컴퓨팅에서 HBM이 주목받는 이유와 비슷한데, 이제는 데이터를 스토리지가 아니라 최대한 속도가 빠른 메모리에 저장하겠다는 것임. 느려 터진 스토리지에서 정보를 입출력하는 순간 전체 컴퓨팅 성능이 확 죽어 버리고, 그러면 HBM 같은 아주 비싼 메모리를 사용하는 이유가 없어짐. 결국 메모리와 스토리지, 그 중간의 SCM(Storage Class Memory)의 개념으로 CXL에 주목하는 것임.



2. 앞서 말했듯 메모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전체 시스템 내에서 메모리 BoM이 차지하는 비중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음. 그런데 현재 CPU(CPU<->메모리<->스토리지)에 종속된 컴퓨팅 시스템에서 메모리 용량은 각 CPU의 Peak 작업량 기준으로 탑재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CPU가 항상 Peak Time인 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 시스템에서 메모리 용량의 거의 50%가 놀고 있는 상황임. 실제로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의 컨퍼런스를 들으면 이러한 Memory Idle에 대한 고민이 매우 큼. 메모리의 중요성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런 비효율적인 컴퓨팅 구조를 계속 유지할 수 없음. 그렇기 때문에 CXL로 거대한 Memory Pool을 구현하고, Memory Pool을 중심으로 CPU를 여러 대 탑재해서 한 CPU에서 남는 메모리 CAPA를 다른 바쁜 CPU가 바로바로 가져다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임. 결국 CPU가 아닌 메모리 중심 컴퓨팅의 시작이 바로 CXL임.



즉, 그 어느 때보다도 메모리가 컴퓨팅 파워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또 BoM(원가 비중)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등장한 개념이 바로 CXL임. 그렇기 때문에 작년 말에 열린 SRC(Semiconductor Research Conference)에서 마이크론이 새로이 발표한 WSTS 자료를 보면 2030년 정도에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의 비중(4년 평균 기준)이 한 30% 수준까지 상승한다고 전망하고 있음. 나도 장기적으로, 한 십 몇년의 시계열을 놓고 보면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 35%까지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음.



그런데 이러한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 상승은 거의 대부분 디램에 국한된 것임. 낸드는 장기적으로도 현재 비중(10%)을 크게 넘어서기는 힘들 것 같지만, 디램은 장기적으로(최소 10년 이상의 시계열을 놓고 보면) 현재의 15%에서 한 25%까지는 그 비중이 상승하지 않을까 생각함. 여담으로 이 말은 낸드 원툴 회사들은 디램 3사와의 경쟁에서 장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더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임. 낸드 3사 독과점화는 이제는 필연적인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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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관점에서 나는 디램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가 가장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하는데, 첨부는 작년 초 미국 상무부에서 발표한 칩스 법 보조금 가이드라인(Chips for America: Vision for Success)에서 디램에 대해 서술한 부분임. 여기에서 디램은 슈퍼컴퓨터뿐만이 아니라 다른 최첨단 기술의 핵심이 될 것(DRAM will be key to supercomputing and other advanced technologies), 2020년대 안에 미국에서 최첨단 선단공정 디램을 경제성 있게 대량 생산(By the end of the decade, U.S-based fabs will produce high-volume leading-edge DRAM chips on economically competitive term)하겠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음. 그래서 마이크론은 장기적으로 향후 20년 동안 미국 뉴욕 주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해서 마이크론 전체 디램의 60%를 생산할 계획임. 그런데 여기에서 재밌는 건 정작 미국 디램 회사인 마이크론조차도 미국의 높은 제조비용 때문에 현재 디램 FAB이 거의 대부분 미국이 아닌 해외에 있다는 사실임. 특히 마이크론 디램 CAPA의 거의 60%가 대만에 있음.


이처럼 과거와는 달리 디램 온쇼어링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태세 변환은 무엇을 의미하냐면


1. 이제 디램은 지정학적으로 너무나도 위험한 대만에 두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한 핵심 전략 물자가 되었음. 미국의 장기적인 목표는 향후 20년 동안 마이크론 디램 생산의 중심을 대만에서 미국으로 옮기는 것임.   

2. 디램의 중요성과 부가가치가 크게 높아지다 보니 이제는 제조원가가 높은 미국에서 생산해도 충분히 경제성을 가질 수 있다(economically competitive)고 보는 것임. 예전처럼 디램이 그저 성능보다 가격이 훨씬 더 중요한 범용 Commodity 부품으로만 남았다면 아무리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많이 밀어준다고 해도 디램 FAB이 미국에서 경제성을 가지기는 힘들었을 것임. 여기에서 의미심장한 건 미국은 낸드 FAB은 자국에 세울 계획이 없다는 것임. 칩스 법 가이드라인에서도 다름 아닌 디램 FAB을 세운다고 정확히 명시했음. 이것이야말로 미래 컴퓨팅 시스템에서 디램과 낸드의 위상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함.


나는 한국이 메모리를 잘 한다는 게 삼전과 하닉이라는 기업뿐만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 전체 측면에서 엄청난 축복이라고 생각함.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훨씬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임. 예컨대 지금 HBM이라는 '일개' 메모리 디바이스 개발에 빅테크들부터 팹리스들 전부가 목 메고 있는데, 예전이었으면 정말로 상상도 못했을 일임. 그래서 나는 결국 지금 HBM 경쟁에서 삼전과 하닉이 지금 당장만 놓고 보면 서로 경쟁자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모두 다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봄. 삼전과 하닉이 파이를 나눠 먹을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기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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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첨부에 나왔듯 최근 들어 2030년이 되면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가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앞서 말한 마이크론과 WSTS의 전망대로 그때 가면 디램이 전체 시장의 20%를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디램 시장 규모는 2000억 달러, 그리고 낸드 시장도 조만간 교통정리가 끝나서 3자 독과점화가 되면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많이 나아질 것이기 때문에 10% 비중 유지를 가정해도 1000억 달러, 그러면 합쳐서 메모리 반도체는 전체 30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됨. 지금이 15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니까 2030년에는 지금보다 시장 규모가 2배 가까이 커지는 것임. 그리고 이 거대한 시장을 키옥시아/WDC를 퇴출시키고 삼전, 하닉, 마이크론 단 세 명이서 나눠먹게 됨.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였던 중국의 진입은 미국이 차단해 주었음. 특히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중국이 쳐들어 온 산업이 장기적으로 어떤 운명에 처하는지 우리는 아주 많이 경험했기 때문임. 결국 이러한 아주 전망이 밝은 산업을 앞으로 몇십 년이 지나던 삼하마 셋이서 천년만년 다 해먹는 구조가 될 것임. 이게 바로 핵심임.


그래서 AI 혁명으로 디램이 기존 소품종 대량생산 Commodity 부품에서 맞춤형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삼전에 위기이지만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함.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위기보다는 기회가 더 크다고 생각함. 결국 Commodity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디램 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또 앞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임. 시장 전체의 파이가 아주 커진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디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지금 당장은 삼전에 위기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주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함. 


 당장의 시장 전망이 어떻다거나, 혹은 어떤 공정의 수율이나 전성비가 어떻다거나, 신제품의 개발 일정이 어떻다거나 이런 이야기는 일부러 의식적으로 잘 안하려고 하는 편임. 그런 건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이 많을 뿐더러, 또 크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임.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건 회사 내적으로는 제조에서 마케팅까지, 회사 외적으로는 경쟁사들부터 국제정치 환경까지 반도체 산업의 큰 흐름을 분석하고 거기에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함. 결국 산업의 방향이 장기 시계열을 놓고 봤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함. 내가 말하는 건 최소 몇 년, 길게는 몇십 년 주기의 변화의 과정임.


그렇게 보면 내가 반도체 산업을 다루면서 미국 이야기를 꽤 많이 하는데, 이 산업에 몸 담으면서 경험한 것들이나, 혹은 이 산업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반도체 산업의 큰 흐름은 결국 미국이 정한다고 믿기 때문임. 지금 당장 핫한 반도체 기업들, 예컨대 엔비디아나 TSMC나 AMD나 삼전이나 하닉이나 결국 다 미국이 이용하는 반도체 산업의 도구들에 지나지 않을 뿐임. 한국이라는 국가 역시 마찬가지임. 그렇다고 해도 삼전과 하닉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는 미국에게 있어 꽤 중요하고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말이지. 그래서 미국의 의도와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다른 그 무엇보다도, 정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함. 여기에서의 핵심은 장기적으로 미국은 큰 틀에서 반도체 산업의 지형도를 완전히 뜯어 고치려고 하고 있으며, 거기에서 한국은 메모리에서건 파운드리에서건 분명히 크게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점임. 반대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중국과 대만이라는 중화권 국가들이 될 것임. 그리고 이 변화가 당장 일어날 것이라는 것은 아님. 당장의 눈에는 안 보일 정도로 아주 장기적인 과정에 걸쳐 일어날 것임. 하지만 그 일은 분명히 일어나게 될 것임. 왜? 그 변화를 일으키는 대상이 다름 아닌 천조국 미국이거든요.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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