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경제 대국이던 일본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독일에게 밀려 4위로 내려 앉았다. 일본 경제 성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 위축 탓이 가장 컸다. 기록적인 엔화 약세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면서다. 소비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물가를 잡는 한편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도 막아야 하는 일본은행(BOJ)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일본은 지난해 3분기 마이너스 3.3% 성장에 이어 4분기에도 마이너스 0.4% 성장을 기록했다. 시장이 전망한 1.4% 성장에서 크게 빗나간 성적표다. 달러로 환산한 지난해 일본의 명목 GDP는 4조2100억달러로 독일(4조4600달러)보다 적었다. 독일에게 밀린 것은 1968년 이후 55년 만이다.
슈퍼 엔저 현상은 일본 수출 기업과 관광산업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에너지 등 수입물가가 올라가면서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3.8%로 4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1인당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2.5% 감소하며 실질임금 하락폭은 2022년(1.0%)에서 크게 확대됐다. 일본인 대부분이 “물가는 오르는데 왜 내 월급만 안 오를까”라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카이 사이스케 미즈호리서치 앤 테크놀로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실질임금이 늘지 않으면 소비자는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기업 매출도 증가하지 않아 투자와 임금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