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경제 게시판
 
작성일 : 23-09-20 14:19
[잡담] 아이폰15와 TSMC가 당면한 위기
 글쓴이 : 강남토박이
조회 : 2,486  

권석준 교수 페북

 

새벽에 공개된 아이폰 15 가격이 예상보다 꽤 낮다 (프로가 무려 999불부터...). 애플의 발표대로라면 아이폰 15에 들어가는 A16 bionic AP칩은 일단 TSMC의 4 nm EUV 공정으로 만들어지다가, 아마 내년 상반기부터는 3 nm EUV 공정으로 전환할텐데, 일단 4 nm에서 3 nm 로 옮겨갈 때 최소 30% 이상의 웨이퍼 단가 상승이 예측되는데다가, TSMC는 내년에 전반적인 파운드리 비용을 10% 이상씩 올릴 것으로도 예측되고 있어, 3 nm 웨이퍼 가격은 최대 35%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 이러면 아이폰 15 프로 가격은 지금의 1.5배 이상이 되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출시가격이 예상보다 낮다.

 

이러면 시나리오가 몇 개 생긴다.

 

1) 애플이 가격 협상의 우위를 가지면서 TSMC를 후려쳤다.

-TSMC 입장에서는 애플이 가장 큰손이니, 그리고 가장 최선단 공정의 입도선매나 마찬가지를 하는 공룡이니, 행여나 아이폰 물량을 뺏기기라도 하면 현금 흐름 확보에 막대한 지장이 생긴다. TSMC 입장에서는 이익을 많이 양보해서라도 일단 애플-TSMC 조합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일수도.

 

2) 예상보다 3 nm 수율이 훨씬 잘 나오고 있다.

-이러면 웨이퍼 단가 상승폭은 업계의 예상인 30% 까지는 안 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80% 수준의 수율이라면 30%가 아닌 15% 정도에서 억제될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낮은 수율이고, EUV layer 개수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에 공정 단가의 기본적인 상승은 무조건 15% 이상은 보장되어야 한다. 거기에 물가 상승률도 더해야 한다.

 

3) 4 nm 공정 A16까지는 원가대로, 3 nm 공정 A17부터는 30% 이상 인상된 가격으로

-아마도 애플이 TSMC를 달랬을법한 방법으로 생각되는데, 4 nm 공정도 아직 감가상각이 안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TSMC 입장에서는 최대한 수익을 내야 하는 공정이고, 그 수익으로 3 nm를 가야 한다. 이 transition을 애플이 A16, A17칩과 M2, M3칩으로 보장해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4) TSMC와 애플의 공존은 3 nm 까지만 확정이고, 그 이후는 모른다.

-이는 양사의 협상이 잘 안 되었지만, 기 계약된 물량인 A16까지만 일단 신사협정으로 가고, A17 3 nm 부터는 각가 갈 길을 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애플이 T의 3 nm 공정을 입도선매하다시피 선계약했다고 하지만, 단가를 더 높게 쳐주는 팹리스가 있으면 다른 이야기가 생긴다. 물론 T 입장에서는 애플이라는 큰손을 굳이 자극할 필요가 없으니 아주 현금 흐름이 급박해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무리하여 계약을 파기하려하지 않겠지만, 단가의 30% 이상 상승을 못 맞춰준다면 제 아무리 T라고 해도 버티기 어렵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들 말고도 다른 스토리가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아직 파악된 것이 없다. 그런데 정말 3 nm부터는 T 입장에서도 살얼음이긴 한데, 왜냐하면 일단 어거지로 3 nm까지 FINFET scaling으로 버티다가, 2 nm 부터는 트랜지스터 설계를 아예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scaling 만 밀어부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이제 3차원 AA 구조로 폼팩터를 다 바꿔야 한다. 공정 순서도 바뀌고, 소재도 바뀌고, 무엇보다도 평면 방향에서만 고려하면 되었던 물리적 거칠기를 전방향 (azimuthal)으로 다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도 똑같은 기술적 난제에 봉착해 있고, 3 nm 부터 채용한 것이 삼성 입장에서는 수율 관리의 어려움으로 연결되고 있다. T는 2 nm부터는 더 떨어질 수율과 딜레이를 버티기 위한 현금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기존의 CAPEX는 물론, 딜레이 해결과 수율 향상을 위한 R&D 비용이 예상보다 더 들어간다. 이러면 T는 고민에 빠진다. 7, 5, 4, 3 nm도 계속 수익을 뽑아야 하는데, 2 nm를 안할 수 없으니까.

 

이래서 T는 올 초에 고객사들에게 '굳이 4, 3 nm 이런거 고집하지 말고, 5, 7, 심지어 10 nm 공정도 저렴하고 충분히 좋으니까 이거도 많이 써주세요' 라는 주문을 했다. 고객사들 입장에서야 비용 절감되고 안정된 공정으로 양산 가능하다면 몇 나노가 뭔 의미이겠는가만, 문제는 로직반도체를 이제 각 회사의 입맛에 맞게 온갖 레이아웃을 추가하여 딥러닝, 멀티모달센서, 통신, 이미징, 자연어 등 각자의 입맛대로 원하는 코어들이 비좁은 틈바구니에 가득 들어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T가 이야기하듯 7 nm 로 충분해요 라는 것이 약발이 잘 안 먹힐 것이라는 점. 이러면 T는 예상보다도 10, 7, 5 nm를 충분히 못 뽑아 먹고 바로 4, 3, 2로 또 개조해야 한다. 이는 신설만큼은 아니더라도 또 CAPEX가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가상각이 다 되기도 전에 다시 업그레이드 해야 하기 때문이다.

 

T의 기술력과 별개로, 마케팅에서의 고민이 누적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세대가 여러 세대로 걸쳐 있어서 여러 고객 생태계를 다 커버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가장 앞선 (즉, 가장 비싼) 세대의 주고객들이 점점 움추러들고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거나 교체 주기가 길어져서),​ 가장 늦은 세대의 고객들은 아예 늦은 세대에서 만족해서 돈이 안 되거나, 애매한 세대에 대해서도 예전의 가격을 요구해서 돈이 안 되는 상황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T는 지난 40년 가까운 업력 동안 이러한 상황을 매우 잘 대처해왔고, 고객사들을 다루는 요령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도 어떻게든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무어의 법칙도 끝났고, EUV는 너무 비싸고, 트랜지스터 스케일링 노하우도 잘 안 먹히고, EUV 멀티패터닝은 더더욱 비싸고, 그렇다고 브랜드 걸고 메모리같은 범용 반도체 만들 수도 없고 하는 여러 겹의 고난이 겹친 상태라,​ 확실히 2000년대, 2010년대의 비즈니스 방식에 큰 변화를 주어야 할 때인 것은 확실하다.

 

​업계 최선두 주자에게 이 상황이 위기라면 당연히 후발 주자들에게는 동시에 기회다.​ T에 비해 여전히 시장 점유율이나 고객 생태계 면에서는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는 2인자인 삼성이지만, 어쨌든 T보다 3 나노 양산도 먼저 해봤고, EUV 도 먼저 도입해 봤고 (메모리에서지만), GAA도 먼저 해봤으니, 기술적 경험은 경쟁력 있다. 또한 메모리에서 꽤 많이 쌓아둔 현금이 있어서 T와 현금 경쟁을 몇 년 이어가더라도 일단 밀리지는 않는다. 더구나 자신이 휘둘리게 되는 큰손이 없기 때문에 (물론 이게 꼭 좋은 점은 아니지만), 파운드리 가격 결정권에 있어 선수를 두기에 더 유리하다. 남은 과제는 T가 흔들리기 시작할 때, T의 대기 고객들 물량을 얼마나 가져올 수 있냐는 것. 일례로 퀄컴의 스냅드래곤도 865+에서 888로 갈 때 T에서 S로 갈아탔는데, T의 단가 상승 요구도 있었겠지만, 생산 딜레이를 S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바일 AP뿐만 아니라, 앞서 이야기했듯, 이제 점점 더 많은 팹리스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아마도 주로 단말기 레벨에서의 인공지능향의 NPU가 버무려진 저전력 로직반도체를 맞춤형으로 더 많이 확보하기를 바랄텐데, 대부분 엔비디아의 아성을 노리는 후발주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AMD나 그래프코어 같은 기업들은 물론, 인텔도 여기에 합류할 수 있다. 인텔은 자체 파운드리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어쨌든 현재는 T에 물량을 맡기고 있기도 하고, 비용 문제에서 자유로운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AMD나 인텔 물량 가져오는 것은 가능성이 꽤 있다. 구글 물량과 다른 IT 기업들, 예를 들어 아마존, 메타, 테슬라 칩 파운드리 물량을 가져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T만큼 충분한 라이브러리를 갖추고 있고, 원가 경쟁력이 확보된 상황이며, 고객사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로드맵을 공유하고, 기술이 삼성의 다른 제품으로 전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들이다. ​T의 아성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 할 수도 있다. 그 신호가 보였을 때 행동하는 것은 이미 늦고, 그 신호의 징조의 징조가 보이고 있을 때 부터 행동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

 

예전부터 TSMC의 위기에 대해 글을 썼었는데, 권석준 교수님도 나와 비슷한 의견이라서 기분이 매우 좋음. TSMC는 이제부터가 진짜 위기라고 봄.

 

1. '무어의 법칙'의 한계로 선단공정 비용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모바일, PC, 그래픽카드 등 레거시 IT 전자기기 수요 중심의 고객사들이 더는 TSMC 선단공정에 큰 금액을 지불할 여력이 없음 + AI 혁명은 디램과 달리 파운드리에 돌파구가 되지 못함.

 

2.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강압으로 비용이 비싼 해외, 특히 미국에 선단공정 FAB을 많이 짓게 되어 제조원가가 폭등함.

 

3. 결정적으로 미국이 TSMC의 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임.

 

등등등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위와 같은 악재들이 현실화되기 시작할 것임. 그리고 마지막 문단이 참으로 인상 깊고, 나 역시 이에 격하게 공감함.

 

​"T의 아성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 할 수도 있다. 그 신호가 보였을 때 행동하는 것은 이미 늦고, 그 신호의 징조의 징조가 보이고 있을 때부터 행동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전략설계2 23-09-24 14:17
   
지금 TSMC 3나노 망조들었어요.
아이폰 15에 들어간 A17 프로세서에 발열 생기고,
성능은 미미하고..

핀펫으로 3나노는 무리였는데,
TSMC 강행하다 망조든 게 이제야 제대로 뽀록났어요.

TSMC는 수습 불가에요.
삼성 GAA로 2나노로 넘어 갈텐대..
3나노 핀펫이 사실상 망조든 TSMC 따라오기 어려워요..
 
 
Total 16,42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공지] 경제게시판 분리 운영 가생이 01-01 295194
16021 [기타경제] "진짜 고물가는 아직 안왔다"..총선 이후 서민경제 '… (1) 욜로족 11-13 901
16020 [잡담] 바닥을 확인하는 포인트 3개 +1 (2) 진실게임 11-12 1233
16019 [잡담] 국내 금융기업 2025년 영업이익 전망 ㄷㄷㄷ (1) 강남토박이 11-12 1224
16018 [잡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개정안 ㄷㄷㄷ (4) 강남토박이 11-12 1952
16017 [잡담] 하나마이크론,한미반도체 신고가!! 필라데피아 4%급등!!! (1) 강남토박이 11-12 1034
16016 [기타경제] 가구? 옷? 살 돈이 없다...빚에 쪼들리는 한국 경제 (5) VㅏJㅏZㅣ 11-10 1615
16015 [금융] 신협 만기 됐는데 해지 불가? ··· 고객들은 불안 (1) VㅏJㅏZㅣ 11-10 2122
16014 [기타경제] 이제 앞으로 예금, 적금 마음대로 못 찾는다! 어이가 없… (2) 흩어진낙엽 11-09 2194
16013 [금융] 공매도 완전 금지하면 이득 보는 사람 (3) 인스피어 11-09 2271
16012 [기타경제] 10년 전 기술유출의 부메랑 (1) 케이비 11-08 3147
16011 [기타경제] 추경호 "찬바람 불면 경기 나아질것"ㅋㅋㅋ (12) Verzehren 11-08 2118
16010 [주식] 공매도 금지 하루 만에 물거품…수익인증 사라진 투자카… (5) 욜로족 11-07 1693
16009 [잡담] 하나마이크론, 한미반도체 신고가 ㄷㄷㄷ (2) 강남토박이 11-07 1170
16008 [잡담] 공매금지 한다고 바닥을 길 주식이 온전할것 같나. (1) 커피나땅콩 11-07 1048
16007 [잡담] 주식 개폭등 ㄷㄷㄷ (17) 강남토박이 11-06 4182
16006 [잡담] 정말 정상인게 없는 정권임. (17) 커피나땅콩 11-06 2758
16005 [부동산] 서울 아파트 매물 사상 최초 8만 건 넘어…한 달 새 1만 … (2) VㅏJㅏZㅣ 11-05 2762
16004 [주식] 10월 코스닥 수익률, G20 '꼴찌'..코스피도 하위권 VㅏJㅏZㅣ 11-05 992
16003 [잡담] 삼성 디스플레이,하만 영업이익 전망 ㄷㄷㄷ.jpg 강남토박이 11-05 2261
16002 [기타경제] 10월 외환보유액 12억 4천만 달러↓... 석 달째 감소 (4) VㅏJㅏZㅣ 11-03 2976
16001 [기타경제] “고금리·경기침체에 이자도 못냈다” 기업 42.3% ‘사상… (1) VㅏJㅏZㅣ 11-02 1413
16000 [기타경제] 경기·물가 다놓친 秋경제팀.. 내년은 더 어렵다 (4) 가비 11-02 1572
15999 [잡담] 업체별 23년 분기별 디램 영업이익률과 시사점 강남토박이 11-02 985
15998 [기타경제] '극한' 몰린 자영업자들...'역대 최대' 또 … (24) VㅏJㅏZㅣ 11-01 2674
15997 [잡담] HBM은 하늘이 한국 반도체에 내려준 엄청난 축복임 (6) 강남토박이 11-01 2286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