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 법의 본질은 “한국이 미국 편을 든다면 미국은 한국 반도체를 보호해 주고, 또 실리콘달러 시대에서 메모리 반도체 산유국으로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보장해 준다.” 이 것임. 대신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군사동맹에 가입하고, 또 앞서 말한 여러 가지 대중국 반도체 제재
조치들(1. 한국이 마이크론 중국 수출 감소분을 Make-up해주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전면적인 수출 금지가 아님. 절대로
착각하면 안 됨. 그 둘은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음. 2. 중국 반도체 공장을 점진적으로 레거시 FAB으로 도태시킨다.)에
동조해야만 함. 그런데 한미일 군사동맹 참여 및 이러한 제한들로 인한 손실은 미국에 협력해서 얻는 것에 비하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함. 다 곁가지들일 뿐임.
왜냐하면 우리한테는 이제 선택지가 없거든요. 중국제조 2025 등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한국의 모든 산업을 잡아 먹으려고 드는 중국 앞에서 위태롭던 게 한국의 현실이었는데, 미국의 이러한
제안은 우리 입장에서는 마치 구원의 동앗줄과도 같았다고 생각함. 미국의 제안에 대해 주판알을 튕기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선택지가
없는 게 한국의 현실임. 마치 대부의 명대사인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과도 같음.
더불어
미국이 칩스 법으로 한국 메모리 반도체를 견제하고 마이크론과 일본 반도체를 대신 키워 준다는 주장도 좀만 계산기를 굴려 봐도
아주 터무니없음을 잘 알 수 있음. 예컨대 지금 마이크론이 향후 20년 동안 미국 뉴욕 주에 1000억 달러 규모의 디램 FAB을
세우려고 하고 있고, 또 일본 히로시마 FAB에 5000억 엔을 투자해서 EUV 디램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는데, 삼전과 하닉의
연간 메모리 CAPEX가 거의 40~50조 원에 육박하는 것에 비교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 수준임.
그런
관점에서 지금 마이크론은 미국에 제대로 된 제조 FAB이 없는 상황에서 전체 디램의 2/3을 대만에서, 나머지 1/3을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음. 낸드는 전부 다 싱가폴 FAB에서 생산중임. 그런데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컴퓨팅 파워에서 디램의 중요성이
엄청나게 높아지면서 국가안보 관점에서 미국은 적어도 디램과 (특히) HBM은 높은 제조원가를 감수하고서라도 미국 본토에서 직접
생산할 필요성을 느꼈고(반면에 낸드 FAB은 미국에 지을 계획이 없음. 이러한 사실은 향후 반도체 산업에서 디램과 낸드의 위상이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함), 또 대만에서 마이크론 디램의 2/3을 생산하는 현실이 안보 리스크라고
생각해서 장기적으로 마이크론 디램의 50%를 미국에서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음. 일본 투자는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소시키기
위한 부차적인 수단일 뿐임. 투자 금액만 비교해도 답이 나옴.
그렇게 보면 낸드 치킨게임이 끝나고
중국 메모리 FAB의 한국으로의 리쇼어링이 완료되면 장기적으로 한국은 디램과 낸드 생산의 각각 75% 이상(특히 AI 메모리는
거의 90% 이상)을 독점하는 사실상 메모리 반도체에서 사우디 같은 수준의 국가가 됨. 정말로 미국이 한국 메모리 반도체를
약화시키려고 한다면 지금 하는 수준의 투자액으로는 택도 없음. 다시 말하지만 마이크론이 일본 히로시마 FAB에 5000억 엔,
미국 뉴욕 주에 20년 동안 1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상황에서 삼전과 하닉은 메모리에만 연간 40~50조 원 이상을 투자함.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수준임. 따라서 정말로 미국이 한국의 메모리 독점을 안보 위협이라고 생각해서 견제하고 약화시키려고 했다면
삼전과 하닉이 메모리 FAB을 TSMC처럼 반드시 미국에 짓도록 엄청난 압력을 가했겠죠. 마이크론이나 키옥시아 같은 다른 메모리
회사들에 대한 지원도 엄청 늘렸을 것이고.
그리고 이러한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압도적인 지위는
미국이 중국 반도체 굴기를 꺾어 줌으로서 더더욱 공고해 짐. 나는 솔직히 지금 한국이 미국 편에 붙음으로서 메모리 반도체 향후
30년 찬란한 미래가 보장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언론 포함해서 왜 이런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이슈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지 참으로 답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