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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9-07 22:43
[잡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생각.txt
 글쓴이 : 강남토박이
조회 : 991  

‌첫 번째는 경쟁력은 제품 성능 외에도 아주 많은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경쟁력은 상대평가라는 사실임.



1번부터 설명하면 삼전 현직들이 자조하는 게 요새 삼전은 CAPA 빼고 우위인 게 전혀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 CAPA와 규모의 경제야말로 엄청난 경쟁력이라고 생각함. 메모리 반도체는 범용 커머디티 시장으로, 소품종 대량생산과 이를 위한 규모의 경제가 엄청나게 중요하기 때문임. 그리고 그걸 원래부터 가장 잘하는 게 삼전임. 하닉은 고객 맞춤형 비즈니스와 이러한 고부가가치 제품에 강점이 있고, 삼전은 CAPA와 규모의 경제에 강점이 있고 회사별로 다 강점들이 다른 것임. 대신 CAPA와 규모의 경제는 눈에 딱 보이는 강점은 아니죠.


 



예컨대 지금 낸드 업계 영업이익률 1~2등이 삼전과 키옥시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업체들이 낸드 공정 기술력이 가장 뒤쳐지는 회사들임. 6세대 112단/128단 비중이 가장 높음. 그런데도 영업이익률이 1등이라는 건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단순 기술력 경쟁뿐만 아니라 그 외적인 아주 다양한 요소들이 영업이익률, 즉 경쟁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시사함. 다시 말해 CAPA,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라인 최적화, 고객사 판매 전략 등이 그 사례임. 키옥시아가 어떻게 영업이익률이 1등인지에 대해서는 공정기술 외적인 측면에서 그 이유를 상세하게 적었었음. 특히 CAPA와 점유율이 엄청나게 중요함.

비슷하게 중요한 게 또 나는 자본력이라고 생각함. 특히 이 자본력 격차는 업턴일 때가 아니라 다운턴일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됨. 어차피 업턴일 때는 다들 돈이 많아서 다들 많이 투자할 수 있는데, 다운턴일 때는 예전부터 곳간에 현금 많이 쌓아 놓은 놈만 투자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그것이 업턴에서의 경쟁력 격차를 가져 오는 것임.






그 관점에서 나는 메모리 반도체, 특히 낸드는 이름만 좀 거창하고 기술력이 좀 고도화되었을 뿐, 그 본질은 돈 놓고 돈 먹기 장치 산업이라고 생각함. 돈싸움 잘하는 놈이 가장 쎈 곳임. YMTC가 진짜 무서웠던 게 기술력 때문은 아니잖아요? 국가 보조금 때문이지. 어떻게 보면 돈싸움에 비하면 기술력은 진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일수도 있다고까지 생각함.

그래서 올해 언론에서 삼전이 자회사에서 현금도 끌어 오고 ASML 주식도 처분하고 현금성자산 20조 원이나 까먹었다고 난리를 치는데, 삼전도 경쟁사들과 똑같이 EBITDA 이하로 CAPEX를 줄였다면 현금을 안 까먹었을 수 있었음. 그렇지 않고 최대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유지하려고 했으니 저렇게 현금을 까먹은 것임. 이렇게 불황 때 쓸려고 그동안 돈을 쌓아놨던 것임.

그러니까 남들은 미세공정 전환도 거의 못하고 있을 때 삼전만 디램과 낸드 모두에서 최선단공정(디램 1b, 낸드 v8)으로 공정 전환을 하고 있음. 공정 전환이 순탄하게 아주 잘 진행되는 건 아니긴 한데, 경쟁사들(특히 키옥시아/WDC)은 돈이 없어서 감히 전환 시도조차 못 한다는 게 엄청난 차이임. 아마 내년 말이면 디램과 낸드 모두에서 최선단공정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가 바로 삼전이 될 것임. 최근 몇년 간 선단공정 Mix가 가장 뒤쳐지던 게 삼전이었는데, 그 격차를 이번 한 번에 다 따라잡고 오히려 역전까지 시켜버렸음. 그게 다 돈이 많아서, 남들 다 투자 줄이는 다운턴에서도 투자 안 줄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임. 이게 바로 돈싸움임.

TSV도 비슷함. 하닉은 기술력 1등이긴 하지만 돈이 부족해서 CAPA 증설이 더디고, 마이크론은 돈도 CAPA도 기술력도 업계 꼴등이고, 삼전은 그래도 돈은 가장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TSV에 가장 압도적으로 많이 투자하고 있음. 솔직히 다운턴이 아니었으면 자본력의 힘으로 하닉과의 격차를 줄이거나, 반대로 마이크론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기가 불가능했을 것임. 이게 다 쌓아놓은 돈의 힘이고 돈 놓고 돈 먹기 장치산업에서의 삼전이 특히 불황기에 가장 독보적으로 강할 수 있는 점임.

그런 관점에서 경쟁력은 상대적인 개념임. 나 시험에서 90점 맞았다고 해도 다들 90점이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나 50점 맞더라도 남들 30점 맞으면 아주 시험을 잘 본 것과 유사함. 이를 위해 중요한 게 정확한 현실 파악임.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다른 회사들의 상황은 어떤지 정확하게 인식해야만 함.

요새 블라에서 라인 논다고(특히 낸드) 회사 망하는 거 아니냐고 아우성이 많은데, 나는 솔직히 저러는 게 잘 이해가 안 됨. 그러면 낸드 원툴 회사에 자본력도 딸리는 키옥시아/WDC의 상태는 대체 어떻겠냐는 거지. 돈 없는 다른 회사들은 삼전보다 라인 훨씬 더 많이 놀고 있음. 나는 솔직히 낸드는 다운턴이 더 깊으면 깊을수록 무조건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앞서 말한대로 경쟁력은 상대적인 개념일 뿐더러 이번 기회에 낸드 업계 통폐합을 무조건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힘들면 경쟁사들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훠어얼씬더 힘듬. 그래서 나는 상대적인 경쟁력 관점에서 지금 상황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함.

TSV 이야기도 다시 하면 삼전이 잘하는 건 아니긴 한데 마이크론은 특히 훨씬 더 뒤쳐졌음. 그리고 기술력 1등 하닉은 돈이 부족함. 특히 지금 같이 HBM 쇼티지가 극심한 상황에서는 CAPA를 가장 키울 삼전이 결국 HBM 시장을 하닉과 충분히 나눠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  마이크론이 너무 뒤쳐진 것도 큼. 또 고객사는 무조건 싱글 벤더보다는 더블 벤더를 선호할 수밖에 없음.

그런 관점에서 나는 앞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1강 2중에서 2강(삼전이 하닉보다는 우위이긴 하겠지만) 1약으로 바뀔 것 같은데, 마이크론이 경쟁력에서 크게 뒤쳐질 것이기 때문임. AI 디램 경쟁력도 크게 뒤쳐져, 곧 있으면 EUV도 본격적으로 해야만 해, 낸드에서 어쩔 수 없이 키옥시아/WDC 인수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써야만 해 악재 투성이이기 때문임. 경쟁사들의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지만 삼전과 하닉이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을 지를 정확히 전망할 수 있음.

여담으로 파운드리에서 TSMC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것도 이 때문임. 삼파가 당장 못하는 건 맞는데 1등 TSMC가 미국에 뒤지기 직전까지 쳐맞고 무조건 크게 약화될 거라서 경쟁력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기 때문임. 다시 말하지만 경쟁력은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임. 내가 못하더라도 남이 훨씬 더 못하게 되면 그게 바로 초격차이고, 메모리에서는 이번 다운턴이, 파운드리에서는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이 그러한 격차를 가능하게 해 주리라고 생각함.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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