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백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해 2시간30여분 동안 도시락 만찬을 나눴다. 그는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나온 길과 그 국제정치적 맥락을 윤 대통령에게 설명했다.대통령과 독대한 후 9개월이 지나 대대적인 투자 결정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 대권 주자로 꼽히던 시절부터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반도체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 스터디를 해온 것으로 안다. 지난해 6월 만났을 땐 이제껏 흡수한 지식을 체계화해 (정책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책의 성공은 절실함이 좌우한다는 사실이 추가로 대통령에게 전해졌을 것 같다. “한국에 반도체 산업은 마치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와 같은 느낌이다.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면 우리의 모든 경제지표가 우울해진다. 1983년 삼성전자가 64킬로비트 D램을 개발한 후 우리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위해 민관 할 것 없이 전심전력을 다했다. 숱한 위기도 죽기 살기로 극복했다. 사정이 절박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윤 대통령에게 남김없이 전했다. 3월15일 (용인 클러스터 구축) 결정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민관이 절실함을 공유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전체 국가 발전사에 하나의 이정표로 기록될 만하다.”
■ 백만기 위원장은
△1954년 서울 출생 △197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78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석사 졸업 △1984년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MBA) 졸업 △1978~80년 특허청 전자심사담당관실 심사관 △1980~87년 상공자원부 전자전기공업국 사무관 △1992~93년 상공자원부 반도체산업과장 △1997~98년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 △1998~99년 특허청 심사4국장 △1999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리사 △2008~20년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2017~19년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개발(R&D)전략기획단장(차관급) △2021년~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이사장 △2022년~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위원 △2022년~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장
참모들도 줄줄이 읽었다… 尹, 반도체법 막히자 꺼내든 책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반도체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발전 전략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비공개회의에서 수시로 반도체 후공정(패키징·테스트)을 포함한 산업 지원을 당부하자, 대통령실 수석 등 참모들 책상에는 관련 서적이 한두 권씩 놓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초 참모 회의에서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의 저서 ‘반도체 삼국지’와 그가 출연한 경제 전문 유튜브 ‘삼프로TV’를 언급했다고 한다. 작년 10월 출간된 ‘반도체 삼국지’는 한때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이 한국, 대만 등 후발 주자들 추격을 허용하며 몰락한 과정을 짚으면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 전략을 풀어낸 책이다. 윤 대통령 언급 이후 최상목 경제수석이 참모 회의에서 이 책을 들고 나타났고, 다른 수석들도 대부분 ‘반도체 삼국지’를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책에 나와 있지 않은 내용까지 자세히 언급할 정도로 반도체 관련 내용을 숙지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 선언 전인 2021년 5월 서울대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이종호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반도체 과외’를 받기도 했었다.
윤 대통령은 “지금 국가 핵심 수출 품목에 대한 세제 지원들이 국회에서 진영과 정략적인 이유로 반대에 부딪혀 나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며 “그렇지만 저는 금년 여기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고, 국민을 상대로도 직접 설득할 생각”이라고 했다.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추가로 높이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이 최근 국회 논의를 시작했지만, 야당이 “대통령 한마디에 법을 또 고치라는 말이냐”고 반발해 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