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 주당 최대 52시간인 법적최대허용 노동시간을 69시간으로 늘리겠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64시간과 69시간 중에 선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두 가지가 근본적으로 그렇게 많이 차이나는 정책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전 세계 선진국들은 근무시간을 줄이고 주 4일제도 논의하는 상황에서, 정말 후진적인 정책이라고 보는데요.
가뜩이나 출산율이 떨어지는데, 노동자를 배려하지 않는 정책을 고수하는게 현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게 아닐까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생각해봐도, 주당 69시간을 일한다면 주 5일로 따졌을 때 13~14시간을 일해야 겨우 채워지는 시간입니다. 그러니까 자는 시간이외에는 일만 하게끔 할 수 있게 해준다는거죠. 그러면 가뜩이나 칼퇴도 안되는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퇴근 후 다른 걸 생각할 시간도 없을 거고, 주말에나 연애를 할 수 있을텐데, 주말에도 힘들어서 밖에 나가기 귀찮고 잠만자면서 월요일을 준비해야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더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 아닌지 우려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말 노동시간의 증가가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게 맞는지, 관련 연구 결과가 실제하는지 궁금해서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내용을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Cox의 비례위험모형을 이용하여 여성가족패널조사 자료로 분석한 결과 남성의 노동시간은 둘째 자녀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남성의 노동시간이 1시간 늘어나면 둘째 출산 확률은 약 1.61% 감소하였고, 주당 40시간 이하로 일하는 남성에 비해서 61~80시간 일하는 남성의 경우 둘째 출산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하였다. 남성의 직업별 더미변수를 추가하여 분석한 결과 사무종사자에 비해서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일 경우 둘째 출산 위험이 약 13.78배 높았다. 첫째 자녀의 연령을 만 5세 이하로 제한하여 분석한 경우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첫째 자녀 연령이 만 5세 이하일 때 취업여성의 경우는 남성 노동시간과 가사노동시간이 각각 둘째 출산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변수이며, 비취업여성의 경우 가사노동시간은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변수는 아니지만 남성이 노동시간을 줄이면 가사노동시간을 늘려 이것이 둘째 자녀 출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매커니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가로 첫째나 셋째 자녀 출산을 분석해본 결과 이때는 남성의 노동시간이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연구 결과는 "첫째" 자녀 출산에 대해서는 노동시간이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 한 명 낳는 것은 노동시간이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거겠죠. 조금 놀라운 결과입니다. 뭐 생각해보니 첫 아이를 낳는 것은 남녀가 서로 좋아하면 별 문제없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듭니다.
그러나, 현 상태 인구 유지를 위한 최소 필요 출산 율은 2.0을 넘어야한다고 들었습니다. 결국 부부당 아이를 최소 둘은 나아야 그 사회가 저출산의 걱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둘째"를 낳느냐, 안 낳느냐가 출산율 유지의 관건이겠군요.
그럼 "둘째"를 낳는데 있어서는 노동시간이 어떤 영향을 줄까요? 위 내용 중 관련 문구를 짚어보겠습니다.
"남성의 노동시간은 둘째 자녀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남성의 노동시간이 1시간 늘어나면 둘째 출산 확률은 약 1.61% 감소하였고, 주당 40시간 이하로 일하는 남성에 비해서 61~80시간 일하는 남성의 경우 둘째 출산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하였다. 남성의 직업별 더미변수를 추가하여 분석한 결과 사무종사자에 비해서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일 경우 둘째 출산 위험이 약 13.78배 높았다. "
남성의 노동시간이 1시간 늘어나면, 둘째를 "출산하지 않을 확률"이 1.6% 정도 늘어난다고 하네요. 그럼 69시간에서 40시간을 제외한 29~30시간을 이 비율에 곱해보겠습니다. 1.6 * 29~30 = 46.4% ~ 48% 정도 나오네요. 69시간 일하면 거의 46% 가까이 개인의 둘째 포기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네요. 그럼 우리나라의 모든 첫째를 가진 부부들 중 절반 정도는 둘째를 포기하게될 수 있다는 거네요. 같은 조건에서 사무직보다 몸쓰는 일에 종사하는 분들은 둘째 포기 위험이 거의 14배 높다고 하니, 몸쓰는 분들은 거의 둘째를 안 낳을 수 있다는 말로 들리네요.
이렇게 찾아보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69시간 정책은 국가가 출산율에 대해서 진지하게 걱정하고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말로 밖에 해석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저출산을 더 가속화 시키고 싶어 안달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듭니다. 저만해도 야근이 너무 많이하는 직장에서는 사귀던 연인에게 재때 연락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일하는 동안 여유가 없고, 집에 가서는 너무 피곤해 뻗기 바빴죠. 그러다보니 연인에게도 소홀해 질 수 밖에 없고, 결국 헤어진 기억이있습니다. 이게 저만 이상한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기 살기 바쁘면 다른 이를 돌보거나 다른 사람과의 진지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발전시키는게 힘든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기분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이러한 정책이 과연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증진시키는데 있어 어떤 긍정적 결과를 가져다 줄지 의문입니다.
이번 정책으로 현 정부는 청년들 삶의 여유를 조금 더 주고, 그들이 연인을 만나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는데 있어 도움을 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냥 회사를 위해 자기 삶도 없이 노예처럼 일만했으면 좋겠다는 노골적인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고, 그렇게해서 너희의 건강이 어떻게되든 회사와 국가의 경제를 위해 희생만하라고 권장하는 듯 보입니다. 또한 한국으로의 이민을 생각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이렇게 회사와 국가를 위해 희생할 각오가 없으면 이 나라에 들어오지마라는 의사를 매우 강력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정책이 버젓이 시행될 수 있는 나라에 그나마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북미, 유럽등의 선진국들을 놔두고 누가 이민을 오려할지도 참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