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요소수 수급불안이 우리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된 데 결과다. 비단 요소수의 원료가 되는 요소 뿐이 아니다. 마그네슘, 수산화리튬 등 특정국가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들은 모두 이런 수급대란의 위험을 안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생산 또는 해외자원개발없이는 이런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무역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국내 수입품목 1만2586개 중 특정 국가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이 3941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그 특정 국가가 중국인 품목이 절반에 육박하는 1850개에 이른다.
최근 대란을 겪고 있는 요소가 대표적이다. 수입 규모는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의 0.03%에 불과하지만, 이것 하나 때문에 국가경제가 멈출 뻔 했다. 올 들어 9월까지 중국에서 수입한 요소는 차량·산업용을 모두 합쳐 1억2000만달러(약 1450억원)로, 전체 요소 수입량 중 97%가 중국산이다.
문제는 요소뿐 아니라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 모두 잠재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비율이 80%를 넘는 마그네슘잉곳(100%), 산화텅스텐(94.7%), 네오디뮴 영구자석(86.2%), 수산화리튬(83.5%) 등이 대표적이다.
마그네슘잉곳은 자동차·항공기 부품 경량화, 산화텅스텐은 반도체·의료기기 제조, 네오디뮨 영구자석은 전자제품 소형화·경량화, 수산화리튬은 이차전지에 쓰인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을 지탱하는 첨단 산업들이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이 세계 최대 생산지인 알루미늄 가격도 중국의 감산에 따라 지난달 중순 톤당 3049달러를 기록,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일본 수출규제 당시 문제가 된 포토레지스트(81.2%), 플루오린 플리이미드(93.1%)의 대일본 수입 비중은 여전히 높다.
전문가들은 국제적으로 자원의 무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고려해 요소수 등 산업 필수 품목에 대해선 자급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관계자는 "품목을 특정하기엔 적절치 않다"면서도 "국내 생산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품목에 대해선 내재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수적 자원을 해외에서 직접 개발해 조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명박정부 이후 국내 자원개발 분야 생태계는 사실상 붕괴 상태다. 자원안보 측면에서 요소수뿐 아니라 중요 산업물자 공급망을 점검하고, 대외 취약 물자 리스트를 국가 DB(데이터베이스)화하는 등 대비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반도체 생산기지를 국내로 불러들이는 미국처럼 주요 소재·부품 생산을 국내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 내로 끌어들이는 것과 같이 주요 소재·부품 생산시설을 국내에 일부라도 유치하고,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며 "해외자원 투자도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