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미국-인도 정상회담에서 주목할 게 인도에 단순히 반도체 후공정 제조 시설만 건설하는 게 아니라 첨부에도 나왔듯 체계적인 반도체 전공정 엔지니어 육성 프로그램을 구축하겠다는 것임. 이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함.
1. 미국은 앞으로 인도에서 반도체 엔지니어를 수급하겠다는 것이고,
2. 인도에서 레거시 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게 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싹을 잘라 버리겠다
라는 것임.
우선 1번부터 설명하면 지금 미국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인도에서 주로 수급하고 있어서 인력 부족 문제가 별로 없음. 인도가 자국의 거지같은 인프라 환경 때문에 2차 산업 제조업을 건너 뛰고 3차 서비스 산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기에 인도공과대학(IIT) 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육성 시스템은 잘 짜여져 있거든.
그런데 반도체 엔지니어는 상황이 완전히 다름. 지금 미국이 심각한 반도체 엔지니어 부족을 겪고 있는데, 반도체 FAB을 엄청 짓는 것도 있지만 그 전까지는 반도체 엔지니어를 주로 중국에서 수급해 왔었는데 국가안보 문제로 더 이상 중국인들을 뽑지 않고 있기 때문임. 이 때문에 반도체 엔지니어 부족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지는 상황임.
그래서 이제는 새로운 반도체 엔지니어 수급처가 필요하고, 그래서 선택된 게 인도임. 당장 지금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향후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처럼 인도에 체계적인 반도체 엔지니어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임. 영어에 능통한 엔지니어를 저렴한 비용에 대규모로 양성할 수 있는 지역은 사실상 인도밖에 없음. 이처럼 칩스 법과 'Chip made in America'의 성공을 위해 상당히 미국은 치밀하게 준비를 하고 있음.
그리고 두 번째로 지금 중국이 반도체 선단공정 진입을 차단 당하자 집중하고 있는 게 28나노급 이상 레거시 공정 육성임. 이대로 가면 10년 안에 중국이 레거시 공정 반도체 생산의 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안보신기술센터(CSET)에서도 지적하듯 현재의 2차전지 핵심원료처럼 미국에 심각한 경제안보 리스크가 되리라는 우려가 많음.
그렇다고 해서 레거시 반도체에서 중국산을 규제하거나, 혹은 서방 선진국에서 생산하는 건 수지 타산이 안 맞음. 레거시 공정은 선단공정과는 달리 제조원가에서 감가비보다는 인건비 비중이 훨씬 더 높고, 따라서 중국산을 규제하거나 선진국에서 생산하는 건 경제적인 비용 문제가 너무 크기 때문임. 그래서 떠오른 대안이 인도임. 인도 인건비는 중국보다 훨씬 더 싸거든. 적절한 제조업 인프라만 갖춰지면 중국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레거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인도임.
미국-인도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분야 협력에 단순 후공정 투자뿐만 아니라 전공정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같이 포함된 게 이 때문이라고 생각함. 이처럼 미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의 부활과 중국 반도체의 싹을 말려버리기 위한 핵심 파트너로 인도를 선택했고, 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인도의 위상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도 비용이 중요하니만큼 삼전, 하닉도 지금 중국에서처럼 장기적으로 인도에 메모리 FAB을 세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함. 엔지니어 수급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도가 중국을 대신할 IT 전자기기 제조 공장이 될 테니 메모리 수요도 급증할 수밖에 없거든.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가 살아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함. 미국의 반도체 전략이 너무나도 치밀하고 정교하기 때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