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NXP 인수합병(M&A)을 조만간 승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벼랑 끝에 서있던 퀄컴에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도체 업계 역사상 손꼽히는 '빅딜'이었던 두 회사의 M&A가 완료되면, 최근 수년간 IT업계에서 지배력을 잃어가던 퀄컴이 제 2의 도약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반독점 규제를 심사하는 중국 상무부가 이르면 이번주 내로 퀄컴의 NXP 인수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지난 2016년에 470억달러 규모의 M&A에 합의한 이후 중국을 제외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각국에서 반독점 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 트럼프-시진핑 힘겨루기에 끼인 퀄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격화되자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 퀄컴과 NXP 인수합병 승인을 미루는 방법으로 어깃장을 놓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국영 통신장비업체나 마찬가지인 ZTE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서 이에 대한 보복 형태로 퀄컴의 NXP 인수를 고의적으로 방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가운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ZTE에 대해 제재를 대폭 완화하면서 두 강대국의 갈등이 해결 무드에 돌입했다. 미국 정부는 ZTE에 내렸던 거래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대신,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과징금과 경영진 교체, 미국인 준법관리인 채용 등을 ZTE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화답하듯 중국 정부도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이 네덜란드의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를 인수하는 계약을 수일 내에 승인할 전망이다.
◇ 모바일 시장의 독재자, 벼랑 끝에 서다
퀄컴은 현재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한 상황이다. 한때 9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구가하던 모뎀칩 시장에서 중국 미디어텍, 인텔 등 경쟁사에 의해 시장 지배력이 크게 무너졌다. 수익의 원천이나 다름없던 라이선스(특허) 사업도 흔들리고 있다. 이 가운데 브로드컴 등 퀄컴보다 작은 기업의 M&A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퀄컴이 이같은 위기에 몰린 가장 큰 이유로 더이상 회사의 '밥줄'이었던 특허 라이선스 모델이 예전처럼 성공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규제당국이 퀄컴의 특허 라이선스 사업을 불공정행위로 공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강력한 특허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기업들로부터 라이선스 비용을 높이는 식의 비즈니스가 어려워졌다.
퀄컴 출신의 업계 고위관계자는 "퀄컴은 모바일칩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기반은 스마트폰의 두뇌격인 모바일용 시스템온칩(SoC)을 만드는데 필요한 핵심적인 통신(모뎀) 기술 특허를 퀄컴이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퀄컴에게 독점권이 있던 특허 상당부분이 표준특허(독점 기술이더라도 적정한 가격에 타사에 제휴할 의무가 있는 기술)로 풀리면서 퀄컴의 시장 장악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설명했다.
◇ '신의 한수' NXP 인수로 제2의 도약 노린다
퀄컴은 NXP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퀄컴과 NXP의 결합은 진입 장벽이 높은 자동차 전장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다. 자동차 전장시장은 운전자 안전성이 담보돼야 하는 특성상 높은 부품 신뢰도를 갖춰야 하는데, NXP는 이 분야에서 오랜 노하우와 강력한 지식재산권(IP)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1위를 지키고 있다.
퀄컴이 NXP를 안을 경우 모바일, 자동차 분야뿐 아니라 IT업계 전역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를 맞아 업계에서는 자동차가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스마트 시티의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가 인공지능(AI), 네트워크, 사물인터넷(IoT), 보안 등 첨단 IT 기술의 최전선에 설 것이라는 얘기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퀄컴의 경우 독보적인 통신칩 기술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네트워크 등 연결성을 구현하는 기술에 강하고 NXP의 경우 보안부터 자동차용 반도체, 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DSP) 등 신산업 분야에서 가장 다양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며 "두 회사의 합병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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