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낸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임.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300단 이상 낸드로의 미세공정 전환이 시작될 것이며, 그것은 낸드 업체들에게 있어서 아주 어려운 도전이 될 것임. 그 도전을 극복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업체별 운명이 갈릴 것임.
300단 이상부터 낸드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인 채널 홀을 뚫을 때(HARC 식각) 종횡비가 거의 1: 100이 넘어가기 시작함. 그만큼 식각력이 좋아져야만 함. 한 번에 최대한 깊게 구멍을 뚫을 수 있어야만 함. 삼전이 10세대 낸드부터 본격적으로 TEL의 극저온 하이브리드 식각 장비를 적용하는 것도 다 이 때문임. 다른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함. 하닉도 321단 9세대 낸드부터 트리플 스택을 적용하고, 식각 장비들을 크게 갈아엎을 예정임. 마이크론도 마찬가지임.
그렇게 보면 그동안 HARC 식각 장비는 (삼전 포함 모든 업체들이) TEL이 아니라 램리서치의 장비를 거의 대부분 써 왔음
램리서치 장비 기준으로 설명하면 낸드 업체들의 식각 장비가 300단 이상부터는 기존의 FLEX 모델 시리즈에서 VANTEX 모델로 대대적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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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낸드의 채널 홀 식각은 휘발성 가스에 강력한 에너지를 가해 플라즈마로 만들어서 그것을 이용해 깎음.
2. 그리고 RF(무선주파수) 펄싱을 통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해서 채널 홀의 모양을 균일하고 예쁘게 깎음.
즉, 플라즈마의 에너지 출력은 한 번에 깎을 수 있는 식각 구멍의 깊이를(그리고 출력이 세지면 공정 진행시간도 짧아짐), RF 펄싱은 구멍의 모양을 얼마나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는지를 결정함.
여기에서 식각력이 개선된다는 것은 그만큼 플라즈마의 출력이 강해진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장비가 대형화될 뿐더러, 공정에서 발생하는 고열을 버티기 위한 칠러 냉각기 등의 설비들 역시 개선되어야만 함. 뿐만 아니라 출력이 세진 만큼 RF 펄스 제너레이터 기술 역시 보다 정교해져야만 함. 자동차로 치면 엔진이 강해지는 만큼 범퍼, 그리고 핸들과 브레이크 역시 보다 정교하고 튼튼해져야만 하는 것임. 한 마디로 장비의 모든 측면이 전부 다 업그레이드 되어야만 함.
그런 관점에서 램리서치 장비 모델이 FLEX에서 VANTEX로 업그레이드 되면 다음과 같은 굵직한 개선사항들이 있음.
1. 플라즈마 출력의 개선
2. 칠러 및 방열 시스템의 개선
3. RF 펄싱 제너레이터 개선
4. 극저온 식각
5. 소모품 자동 교체 시스템인 Corvus 기본 탑재
6. 장비 관리 최신 소프트웨어 센스아이(Sense.i) 플랫폼 탑재
1~3은 앞에서 설명했으니 4~6에 대해서 설명하면, 우선 극저온 식각은 식각력과 선택비가 우수해서 TEL 뿐만 아니라 램리서치와 AMAT 등 다른 장비사들도 예전부터 연구하던 개념임. TEL만의 독자적인 개념이 아님.
마지막으로 센스아이는 Equipment&Factory Intelligence라고 해서 반도체 공정과 장비 관련 Data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장비를 스스로 유지보.수하고, 또 개선 방안을 Feedback하는 최첨단 AI 플랫폼임.
즉, 300단 낸드로 넘어가면서, 식각 장비를 FLEX에서 VANTEX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단순히 장비 출력이 좀 더 강한 것을 산다 이런 개념이 아님. H/W와 S/W, A부터 Z까지 장비의 모든 부분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임. FLEX와 비교하면 VANTEX는 아예 다른 차원의 장비임.
그러다 보니 낸드 300단으로 넘어가면서 기존에 쓰던 모델 대신 신규 모델의 장비를 사야 하고, 또 위에서 설명한 무시무시한 성능 때문에 장비 가격이 엄청 비쌈. 그리고 식각 장비가 업그레이드 되면 파티클 제거 등 다른 관련 장비나 공정들 역시 같이 업그레이드 되어야만 하고, 그러다 보니 제조 라인의 장비 대부분을 갈아 엎어야만 함. 단순 메인 식각 장비 몇 대만 바꾸고 마는 문제가 아님. 당연히 미세공정 전환 투자비가 천문학적으로 들 수밖에 없음. 반도체 산업이 원래 이럼. 신규 모델일수록 드럽게 비싸지만, 그래도 그 장비를 사는 게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더 이득이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임. ArF 대신 EUV를 쓰는 것과 똑같음.
그런 관점에서 이러한 300단 이상 낸드에서의 대격변은 키옥시아/WDC와 YMTC에게 엄청나게 넘기 어려운 관문이 됨.
우선 키옥시아/WDC의 상황부터 설명하면 일단 내년까지는 삼전 제외 다른 모든 낸드 업체들이 낸드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힘듬. 그래서 공정전환도 별로 없을 것임. 올해는 모든 업체들이 대규모 적자이니 당연하고, 내년에는 디램 3사가 디램에서 25~30조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남길 것 같은데, 그 이익을 차입금 상환과 디램 선단공정 전환과 AVP 투자에 집중할 것임. 그래서 하닉은 내년에 8조 원 이상의 차입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함. 다른 데 집중하다 보니 낸드 투자는 거의 없을 것이며, 내년에도 낸드는 모든 업체들이 연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함.
2025년이 되면 여전히 디램은 호황 사이클로 돈을 많이 벌어주는 상황에서 덕분에 부채를 많이 갚고 재무 구조를 많이 개선했기 때문에, 디램 3사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낸드 선단공정 전환 투자를 시작할 것임. 하닉 내년 CapEx가 10조 원인데, 내후년에는 10조 원대 중후반까지 늘어날 것 같고, 그 증가분 대부분이 낸드에 투자될 것으로 전망함.
그런데 그때 되면 낸드 최선단 공정이 8세대 200단에서 9세대 300단으로 업그레이드 되기 때문에, 하닉과 마이크론은 8세대를 건너 뛰고 바로 (내년 하반기 개발완료 예정인) 9세대 300단 낸드로 직행할 것 같음. 한편 삼전은 8세대 236단 낸드 전환을 대부분 마무리한 상황에서, 평택에서부터 9세대 300단 낸드로의 전환을 개시할 것임. 그리고 이 과정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감. 디램 3사 합쳐서 내후년에만 20조 원 이상이 낸드 미세공정 전환 투자에 집중될 것임.
그렇지만 키옥시아/WDC는 그때도 돈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레거시화된 6세대 112단에 낸드 공정기술이 계속 정체되어 있을 텐데, 남들은 7세대나 8세대도 아니고 9세대 낸드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그걸 따라잡을 능력이 전무함. 나는 키옥시아/WDC가 300단의 문턱을 못 넘을 것 같음. 이걸 따라잡으려면 십수조 원 이상 투자가 필요한데 적자 회사들 주제에 그럴 돈이 있을리가 없지. 낸드 공정기술이 1세대도 아니고 2~3세대 가까이 격차가 벌어지면 시장에서의 경쟁은 아예 불가능함. 일본 정부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절대 못 살림. 그래서 나는 키옥시아/WDC가 2024년은 아니더라도 2025년에는 확실히 망할 것 같음.
한편 YMTC는 그 전까지는 어레이 스태킹 같은 괴상망칙한 방식들로 어떻게든 기존에 보유한 장비들로 경쟁사들 추격 시도는 해볼 수 있지만, 낸드 단수가 300단 이상으로 넘어가면, 기존에 보유한 서방제 장비 구형 모델들로는 대응이 어려워지는 시점이 도래하면 본격적으로 삼하마와의 공정 기술력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함. 나중에 500단 이렇게 가면 남들이 웨이퍼 한 장에 트리플 스태킹 하는 동안 혼자서만 웨이퍼 4장에 8번의 스태킹을 하는 일이 벌어지게 됨. 최첨단 반도체는 공정 기술력이고 나발이고 최첨단 장비가 없으면 진짜로 아무것도 못하는 산업이고, 그렇기 때문에 YMTC 역시 할 수 있는 게 없음.
PS. 낸드 128단 기준으로 싱글 스태킹과 더블 스태킹의 제조원가 차이가 15% 정도 나는데, 두 개의 스택을 위아래로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더미 레이어, 추가 스태킹 공정을 위한 하드 마스크 증착 등이 원인임. 스태킹 3번과 8번의 제조원가 차이가 얼마나 날지 감이 올 것임. 참고로 15%의 원가 격차는 수율을 고려하지도 않은 것임. 구형 장비 사용으로 인한 수율 하락까지 감안하면 YMTC의 제조원가는 더더욱 올라갈 것임.
다시 말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이 선단공정으로 진입하려고 할 수록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할 것임. 이 때문에 지금 당장의 중국 반도체의 몇 가지 성취?만을 놓고 반도체 규제가 성공했느니 실패했느니를 논해서는 안 됨. 결론적으로 2025년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임. 일본을 끝장내서 낸드 역시 3자 독과점 구도를 완성할 것이고, YMTC의 추격을 뿌리치고 저 멀리 달아나게 될 것이기 때문임. 그렇게 오래 남지도 않았음. 길어야 2년? 그때의 낸드 산업의 구도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