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중패권다툼으로 인해 엄청난 이득을 본다고 생각
만약에 미중관계가 우호적이었거나,
혹은 최소 후진타오 시절과 비슷했다고 가정해 보죠. 그러면 미국이 YMTC와 TSMC를 이렇게까지 조지려 했을까요? 애플이
YMTC 낸드 사용하는 걸 막으려 했을까요? 반도체뿐만 아니라 IRA에서도 중국산을 이렇게 견제하려고 했을까요? 그러니까
한국인들에게는 시진핑이 ㄹㅇ 한국을 구해준 위인임. 시진핑이 어그로 안 끌었으면 미국도 이렇게까지 중국을 조지려고 안 했을
것이거든요
지금 한국은 냉전 시기 서독의 포지션임. 냉전이 시작되지 않았거나, 혹은 서독이 자유진영의 최전선이
아니었다면 2차대전 후 서독은 전후 처벌로 그냥 농업국으로 전락할 운명이었음. 그런데 냉전이 그 모든 것을 바꿨음. 서독이 나토의
최전선이기에 강력한 군사력을 갖춰야만 하고, 이를 위해서는 탄탄한 경제력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마셜 플랜의 우선 지원국으로
선정되어 미국의 막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또 한국전쟁으로 발생한 막대한 군수 물자 수요를 서독이 생산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공업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음.
한국도 마찬가지 미중 패권전쟁이 그 모든 것을 바꿨음. 예컨대 조선업 등 인건비
비중이 높은 산업부터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 차근차근 잠식당해서 최후의 보루 반도체마저 중국이 진입하기 직전인 상황에서 그걸 미국이
막아 줬음. 그리고 공급망 프렌드쇼어링 대상에 선택되어 빠방한 지원을 받고 있음. 한국이 지금 같은 지정학적인 위치가 아니었다면
절대 입을 수 없는 혜택들
한국은 절대 미중 패권전쟁의 희생자가 아님. 오히려 최고 수혜자
미국 장비사들의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인 YMTC 조져준 것과 미래 반도체 기술 개발의 핵심인 NSTC 가입시켜준 것이 가장 큰 선물
그런 관점에서 지금 대한민국 반도체 정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백만기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장님의 최근
인터뷰(위 링크 참조) 내용이 아주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함. 경력 목록들만 봐도 알겠지만 민관 통틀어서 대한민국에서 반도체 정책 관련해서 이 분보다 전문가는 없음. 작년 6월에 반도체 정책 관련해서 대통령 독대까지 하신 분임.
이 분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음.
1. 미·중 패권 경쟁 속에 반도체 산업이 탈세계화로 흐르면서 대만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2.
미국은 온쇼어링과 함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파트너 국가 중심으로 생산·공급망을 재편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정책도 병행한다. 프렌드쇼어링 기조에서 동맹국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건 또 인정한다.
우리는 동맹국이기에 용인 클러스터 구축 등에서 크게 거리낄 게 없다.
3. 반대로 대만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미국이 중국과 인접한 대만에 위치한 TSMC 공장들에 대해선 '동맹국에 있는 안전한 시설'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가 직접 '프렌드쇼어링에 대만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푸념하며 원가 상승 부담을 강하게 우려하기에
이르렀다. 대만에 큰 위기이고 반대로 우리나라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4. 일본과의 관계 개선으로 한·미·일 간
완벽한 반도체 생태계가 만들어지게 됐다는 점도 호재다. 아무리 실리콘 실드를 기대하며 대규모 공장을 짓는다 할지라도 일본과
사이가 좋지 않으면 꼭 (일본의 전문 분야인) 소재·부품·장비 등 수급에서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어 있다.
이 분
인터뷰를 보고 참 기분이 좋았던 게 미중 패권전쟁과 그에서 비롯된 칩스 법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시기 때문. 이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반도체 정책을 이끌고 계시니 걱정할 게 별로 없다는 확신이 들었음. 다시 말하지만 칩스 법은 하늘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반도체에 내려준 일생 일대의 기회이고, 기업계 높으신 분들과 그리고 백만기 위원장님 같은 정부 고위 관료자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만큼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라고 확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