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노동시간제도와 변경하고자 하는 노동시간제도에 대한 설명 및 개요는 밑의 글에서 설명한 바였음. 다만 이 분야에 관하여 생각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인데 자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로부터 인사담당자와 여러번 싸우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사실도 있을 터이지만 아마 대부분은 안한다는 사실. 기회가 되면 연차제도(통상임금계산, 연차개수계산, 사용촉진제), 퇴직금제도, 휴가/휴일 여부는 물어보도록 하자. 생각외로 이상한 회사들 많다.
1. 69시간이면 노동시간 늘어나는거 아니냐 ?
● 총 노동시간은 절대로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음.
● 69시간은 법정 상한시간이지 너의 노동시간이 69시간이 되는게 아님.
● 쟁점은 69시간여부가 아니라 69시간을 악용하는 포괄근로제, 탄력(유연)근로제의 여부임. 앞서 탄력근로제는 설명한 바이고 포괄근로제는 하기에 기재되어 있음. 그런데 이미 69시간 논란과 상관없이 현행 52시간 하에서도 유연근로제를 적용하는 회사는 합법적으로 64시간까지 근무를 시킬 수 있음.
만약 자기 회사가 근태관리 잘하고 주5일 9to6를 한다? 그런데 69시간 제도가 도입되면 9to9이 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면 그 회사의 사장한테 정말로 고마워해야 한다. 이런 사람도 돈 주고 고용해주고 있어서.
2. 포괄임금제 논란
개편하고자하는 69시간 정책에서 논란거리는 포괄임금제로 귀결됨. 정확히는 포괄임금제 운운하는 것은 포괄임금제를 잘못 이해한 것이고 (후술하겠지만 포괄임금제는 현행 제도에서도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불가능함) 근본적으로 현행 52시간 제도하에서도 우회할 수있는 통로들이 있다는게 문제임.
우선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을 경우에 연장, 야간 등의 일정한 근로시간을 포함하여 임금을 계산하는 방식임. 그리고 만약 자기회사 인사담당자, HR 부서에 물어봐서 자기네 회사가 포괄임금제를 한다고 하는 회사가 있으면 그 인사담당자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거나 굉장히 위법적인 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음.
● 포괄임금제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없어야 하는데 이 산정할 수 없다의 의미는 회사가 하기 힘들다 혹은 경제적으로 무리다 이런 사유로는 절대로 인정되지 않는 제도임. 즉 물리적으로나 이론적으로 counting이 불가능한 이유가 있어야 함. 더욱이 이 포괄임금제와 관련한 판례는 불인정하는 추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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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2014도8873, 대법 2011도12114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경우에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지를 따져, 포괄임금에 포함된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라 할 것이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그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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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사무직은 말할 것도 없고 제조, 생산, 품질, 영업직, 별정 등등 그 대다수가 포괄임금제가 될 가능성이 법률적으로는 없음. 출퇴근할 때에 출퇴근카드를 찍는다? 포괄임금제는 아님. 만약 한다면야 불법임. 심지어 업무시간이 유동적이거나 전문직들의 경우에도 time report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들도 포괄임금제로 알고 있겠지만 실제로는 포괄임금제가 아니거나 탄력근무(유연근무)제일 가능성이 큼.
● 따라서 매우 매우 특별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에 포괄임금제는 허용될 리가 없음. 만약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어서 사장이나 인사담당자가 불통이다? 회사 때려치울 때에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기를 권장함. 찐따처럼 자기권리 못 챙기는 주제에 69시간 뉴스 기사에서 잘 모르고 분노의 키배질 하지 말고.
3. 노동생산성 문제
1) 한국은 일한거 치고는 많이 받음
인간다운 삶 타령하는 바보들을 위해서 쓰지만 애초에 한국은 국제적 기준으로 비추어봤을 때에 받는 거 대비 일하는게 아님.
참고로 한국의 평균임금 (OECD;2021) 38,991달러, 일본 48,652달러, 이탈리아 34,532달러, 영국 53,599달러, 호주 62,530달러, 독일 59,513달러, 프랑스 43,618달러, 미국 60,220달러
(평균임금/시간당노동생산성)
한국 913.138 // 일본 1069.27 // 이탈리아 637.12 // 영국 884.471 // 호주 1097.01 // 독일 871.34 // 프랑스 653.94 // 미국 812.685
만약 원화가 조금이라도 더 강세였다면 일본, 호주도 넘겼을 것임. 즉 업무의 질, 효율은 낮은데 임금 수준은 현재 생산성 치고는 높게 형성되어 있음. 인구대비 해외여행객수, 명품시장(사치품시장) 세계7위 이 수치들이 어디서 나온 것들일까.
2) 돈은 자본이 벌어다 주지 노동이 벌지 않는다.
●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일한 대가만큼 임금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냉정하게 경제학적으로 따지자면 no임.간단한 예를 생각해본다면야 한국, 캄보디아 둘다 동일하게 마사지를 하는 사람인데 한국근로자는 시간당 5만원을 벌고, 캄보디아는 5천원을 받을 경우에 정말로 노동의 가치가 10배 차이가 나서 임금의 차이가 10배 차이가 나는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음. 그럼 이건 공정하냐고 물으면 당연히 unfair겠지.
● 근본적으로 임금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자본스톡의 차이로 인해 노동력이 1단위 더 투입되면 생산물의 양이 달라서 인데 많은 경우에 이걸 자신의 능력으로 과신하고는 있지만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그냥 저기 개도국 노동자하고 별반 차이가 없는 노동가치이고 실은 기계가 다 하고 있는 일에 기생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기계 없이 라면 1만개 생산하라고 하면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하니 시간당 생산량이 안 나오지만 대규모 기계가 있으면 시간당 10만개도 가능하기 때문임. 혼자서 라면 하루에 몇개 만들수 있냐고 물어보면 0개부터 많아봐야 100개정도가 한계이고 패키징은 기대도 하지 않지만 하루종일 미개하게 손으로 면 튀기는게 고작일 것임. 그럼 우리 한국인 노동자의 진짜 가치는 라면 0~100개를 만들 정도의 가치인 것이고 나머지 9만9900개는 전부 기계가 일한 가치라고 봐야 하는 것과 같다. 그럼 라면회사의 총 이득중에서 99%는 기계설비의 재투자에 들어가야 하고 1%정도만 임금에 쓰여야 하는데 맨날 살기 힘들다고 불평불만인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 비중이 최소 10~15%는 될 것임. 오히려 기업이 은혜와 자비심이 넘쳐서 일한 거 대비 더 쳐 주는게 아닐까?
그러니 자신이 벌어들이는 임금이 결국
어디서 나오고(즉 제도와 자본의 축적을 통해 같은 시간당 생산량을 더 뽑아낼 수 있는 기술, 설비, 제도가 있기 때문)
어떻게 분배가 되는지(한국땅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같은 노동을 함에도 10배의 임금을 주기 때문)
이해를 한다면야. 그래서 한국 노동자가 열심히 일해서 그 돈 받는게 아니라 24시간 공장을 지키고 있는 바로 그 기계가 일 잘해서 벌어들이는 거임. 한국인 노동인력의 진실된 가치는 캄보디아, 라오스 수준에서 고정되어 있고 한국과 캄보디아의 임금차이가 벌어지는 건 노동자가 잘해서가 아니라 한국이 캄보디아보다 기계수가 더 많기 때문임. 한국이 저기 개도국사람들보다 근본적으로 뛰어나서? no.
● 이럼 이 땅의 사업주가 정말로 자비심이 넘쳐서 이 노답인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더 주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고 노동의 자유유통이 안되기 때문임. 말하자면 노동시장도 국제적으로 열려 있다면 국제적인 임금수준은 평준화될 것임. 그렇다면 이 노동의 자유유통을 막는 건 누구인가? 당연히 노동자겠지.
● 그런데 자기가 소비자로서 물건 사는 곳에서는 외제 환영과 소비자권리 타령하는 걸 많이 봤지만 그 논리가 기업한테는 적용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정신승리가 가끔 보인다. 기업들도 노동자를 외제로 쓰고 싶은 것도 경제적으로는 당연한 권리임. 본래 개도국하고 별 다를 바 없는 노동력들인데 우연히 한국땅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자신의 진실된 노동생산성보다 더 많이 벌고 '아 나는 열심히 죽어라고 일하는 데 기업하는 사람들은 너무 착취를 한다' 혹은 '인간다운 삶' 같은 개솔을 할 거면 진짜 인간들이 살고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개도국들을 꼭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