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0&oid=025&aid=0002983582
한국의 수출 주력 산업이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겹친 초대형 경제 위기)에 휩쓸릴 위기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실물경제를 집어삼키면서다. 미국·유럽·아시아 소비시장은 얼어붙었고, 글로벌 소재·부품 공급망은 속속 멈춰 서고 있다. 구조적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생산 및 판매 절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4% 감소한 18만9235대로 집계됐다. 2월만 놓고 보면 1999년 이래 최저치다. 중국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부품 공급이 끊겼고, 국내 업체들도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지난달 내수 판매량도 8만1722대로 전년보다 21.7% 감소했다. 최대 시장인 미국의 올해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모건스탠리) 등 수출도 먹구름이다. 제네시스 G80·아반떼 등 신차 발표도 차질이 생겼다.
경제위기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코로나19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수요 감소로 올해 자동차 생산 규모는 350만대(지난해 395만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생산 자동차 네 대 중 세 대를 수출하는 한국은 올해 수출과 내수 모두 최악의 한 해가 될 것 같다”라고 걱정했다.
그나마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전자·반도체도 살얼음판이다. 당장 신학기와 결혼을 준비하는 봄철 특수가 사라졌다. 국제적으로도 유동인구 감소와 소비 침체로 수요가 줄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10%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TV 판매는 1분기 전년 대비 9%(IHS마킷), 노트북은 1분기 26%(트랜드포스)로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오는 7월 열릴 도쿄올림픽이 연기될 수 있다는 점도 악재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주요 제품 개발 및 출시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아이폰9 출시 지연을 예로 들었다.
이 때문에 한국 수출의 20% 정도를 책임지는 반도체 산업에서도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반도체는 정보기술(IT) 기기에 쓰이는 부품인 만큼 이들의 생산 감소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드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당초 2020년 초에는 반도체 산업이 2019년 가파른 하락세를 지나 상당히 견실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로 반도체 산업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면 V자형·U자형 회복을 보이겠지만, 현재는 L자형 불황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LG전자 등의 상반기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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