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에 한국기업들 잇단 백기, 한국기업들 ‘재앙의 땅’ 中 탈출기
이마트 등 대형 유통사 잇단 후퇴.
현대차·전기차 배터리 업계도 시름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는 그 나라의 정치적 리스크(위험)를 유의해야 한다.”
글로벌 경영학 교과서에 실릴 기업들의 피해 사례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됐다. 올해로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노골적인 보복으로 한계에 봉착한 우리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ㆍ중국 탈출)’가 본격화하고 있다. 15억명의 광대한 시장을 주목하며 공격적으로 진출했던 기업들은 결과적으로 중국에 선진 경영기법과 기술만을 고스란히 전수해 준 꼴. 특히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강대국 사이 외교전에서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정부가 기업을 사지로 몰았다는 비판의 목소리.
15일 롯데그룹이 중국 내 최대 사업인 롯데마트를 매각하고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는 “한때 ‘기회의 땅’이었던 중국이 이제 ‘재앙의 땅’으로 변했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 측은 최근 중국 내 매장 처분을 위한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해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신세계는 이미 철수를 결정하고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26개에 달했던 이마트 중국 현지 매장은 현재 6곳만 남아 있는데, 이 중 5곳을 태국 기업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통업 뿐 아니라 제조업의 타격도 심각.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도 작년부터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애초에도 자국 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해 우리 기업들을 견제해온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 이후 그 보복 수위를 더욱 노골화.
국내 업체의 배터리 장착 차량을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LG화학과 삼성SDI는 중국 공장 가동률이 한때 10~20%대에 머무르기도 했다. 물론 최근에는 중국 공장 생산량을 중국 현지가 아닌 해외 수출로 돌리며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정상적인 상황이라 볼 수는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아예 베이징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로, 유럽 공장 부지 물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업계 상황도 심각. 현대차는 올 상반기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량(42만9000대)이 전년 대비 47% 급감 반토막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