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 법의 진짜 목표는 무엇인가? by 크리스 밀러 교수(Chip War 저자이자 백악관 칩스법 정책 자문위원)
크리스 밀러 교수의 MIT 강연을 다시 쭉 들었는데 Q&A 시간에 이번 칩스 법의 목표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더라고. 그 부분을 공유해 봄.
자급 자족은 (칩스 법의) 목표가 아닙니다. 목표는 칩 공급망을 (완전히) 국산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와 관련해서 멍청한 의원들 몇 명이 저와 논쟁을 벌이긴 했지만, 실제로 칩스 법안을 발의한 사람들은 반도체 제조에서의 완전한 자급 자족을 믿지 않습니다. 칩스 법을 실행하는 사람들 역시 그렇게 믿지 않습니다. 자급 자족은 절대로 목표가 아닙니다.
저는 칩스 법에는 크게 두 가지 목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 개인적인 주장이 아니라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하나는 대만의 반도체 칩 생산 또는 수출 능력에 차질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값비싼 보험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이 창조하는 혁신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로, 현재 미국은 전세계 반도체 칩의 10%를 생산하고 25%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만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따라서 미국의 우선 목표는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칩의 비중을 높이는 것입니다. 유럽, 일본, 인도, 그리고 한국도 같이 노력하면서 미국 역시 칩 생산 비중을 10%에서 15%~20%로 높이는 것입니다. 저는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국산화 목표) 수치를 밝히는 것을 불편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다른 정부 정책들도 같이 검토한 결과, 대만에서 생산되는 선단공정 칩 비중을 현재의 90%에서 10년 후에 50%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미국 정부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대만에서 전쟁이 발발해도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칩 공급에서) 생존이 가능해집니다.
이처럼 미국은 다른 지역에서 더 많은 (반도체 제조) 역량을 보유해야 합니다. 그것은 자급 자족과는 매우 다릅니다. 그렇게 보면 칩스 법은 반도체 제조 보조금으로 겨우 390억 달러만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언급했듯 신규 제조 FAB 하나를 건설하는 데 200억~250억 달러의 비용이 들기에 (390억 달러는) 그리 큰 금액은 아닙니다. 그런데 대만 FAB의 CAPA를 모두 미국으로 옮기려면 최소 수천억 달러의 돈이 들며, 의회는 그 정도의 돈을 쓸 의향이 없습니다. 따라서 완벽한 보험을 위한 비용은 미국 의회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쌀 것입니다. 확실히, 그것은 의회가 이미 할당한 것보다 훨씬 더 큽니다. 이것이 바로 보험 부분입니다.
두 번째 부분은 간단히 요약하자면 R&D 부문 투자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의 기술 개발 역량을 크게 발전시키겠다는 것임.
확실히 미국은 누구들 주장대로 최첨단 칩 제조를 독식할 생각도 없고, 또 그럴 능력도 없다는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음. 제조원가가 너무 비싸거든. 크리스 밀러 교수도 그렇게 믿는 인간들을 미국 의회 의원들이라도 멍청하다고(Poorly-educated) 대놓고 깠지. 대신 칩스 법에 대해 대만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값비싼 보험에 가입하는 것으로 표현했음. 확실히 칩스 법의 타겟은 대만과 TSMC임.
그렇게 보면 크리스 밀러 교수는 미국이 대만 FAB에 의존하는 선단공정 비중을 현재의 90%에서 10년 후에 50% 이하로 낮추는 게 목표라고 했음. 이를 위해 미국 내에서의 반도체 제조 비중을 높이는 와중에 한국의 노력도 같이 필요하다고 했음. 위에서 언급한 유럽, 인도, 일본, 한국은 반도체 제조에서 대만을 대신할 프렌드쇼어링 대상으로 선택된 국가들이라고 생각함. 미국은 (대만 외) 다른 지역에서의 반도체 제조 CAPA를 늘려야만 하며, 이는 자급 자족과는 매우 다르다는 발언 역시 프렌드쇼어링에 대한 내 주장을 더욱 강화한다고 생각함. 다시 말하지만 최첨단 칩 제조를 독식하는 건 천하의 미국이라도 능력 밖 일이기 때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