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페트병(PET)는 어마무시하게 많이 쓰입니다. 길거리에서 가볍게 들고 다니는 아이스 음료 컵의 재질도 대부분 페트입니다. 2015년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주요 커피전문점 12곳과 패스트푸드점 5곳에서만 1년 동안 사용하는 일회용 컵이 7억 2000만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수많은 컵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버려지는 걸까요?
이상엽 KAIST 특훈교수는 30일 페트와 관련한 연구 두 건을 발표했습니다. 하나는 박시재 이화여대 교수와 함께한 논문인데, 미생물 발효를 이용해 방향족 폴리에스테르를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또 한 가지는 김경진 경북대 교수와 연구한 결과로, 페트를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지요. 두 연구는 각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월 8일자와 26일자에 게재됐습니다.
방향족 폴리에스테르는 페트를 만드는 원료입니다. 원유에서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공정은 친환경적이지 않은데다 원유 매장량마저 고갈되어가는 시점이라 원유를 대체할 새로운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박 교수팀은 이 답을 대장균에서 찾았습니다. 시스템 대사공학 기법을 이용해 대장균을 개량하고, 이들이 호흡, 소화하면서 내뱉는 물질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방향족 폴리에스테를 생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원유를 이용하지 않고도 페트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면 반대로 이미 쓰고 버려진 페트를 해결하는 방식도 필요합니다. 페트는 자연적으로는 분해가 불가능합니다. 쓰레기를 처리하듯 매립해 안 보이게 만들던가, 소각하는 방법 뿐입니다.
미생물을 이용해 페트 폐기물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2016년 제기됐습니다. 일본 연구진이 ‘사이언스’에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Ideonella sakaiensis)에게 있는 효소, 페타아제(PETase)가 페트 분해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부터입니다. 이‧김 교수팀은 페타아제가 페트 분해 능력을 가지는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페타아제의 결정 구조를 밝힌 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페타아제가 페트와 결합해 분해하는 과정을 재현했습니다.
밝혀낸 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돌연변이를 만들어 기존의 페타아제보다 페트 분해 능력이 더 뛰어난 변이효소를 개발하는데까지 성공했습니다.
이 교수는 “미생물로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면서 동시에 분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으므로 (플라스틱 산업은) 친환경 화학 산업으로 재편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습니다.
http://v.media.daum.net/v/20180130174309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