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ntagon needs an arsenal of allies", 최근자 블룸버그 기사의 제목임. 미국의 제조업 인프라가 크게 쇠퇴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대결을 위해서는 동맹국의 군수업 인프라에 더더욱 많이 의존해야만 한다는 주장임. 그리고 해당 기사에서 대표적인 ‘조병창 동맹국(arsenal of allies)’으로 지목된 국가가 바로 한국임. 군함 건조뿐만이 아니라 작년 우크라이나에 유럽 전체보다 더 많은 탄약을 공급한 게 한국이었을 정도로 한국은 자유진영 전체를 통틀어서 손꼽힐 만한 제조업 인프라를 가지고 있음. 그래서 나는 군수업 전반에 걸쳐서 미국의 대한국 의존도가 더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음.
그런 관점에서 얼마 전에 미국은 한국산 저렴한 메모리 반도체가 앞으로 더더욱 소중해질 것이라는 논지로 글을 썼었는데, 이러한 상황은 반도체뿐만이 아니라 다른 제조업 전반에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함. 중국이라는 현재 전 세계 최강의 제조업 강국과 싸우기 위해서는 미국도 제조업 인프라가 그만큼 중요해짐. 하지만 미국이 지금 제일 못하는 게 바로 제조업이고, 그렇기 때문에 전 분야에 걸쳐서 제조업을 잘 하는 한국이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에 소중해질 수밖에 없음. 제조업 인프라가 개씹창난 미국이 최첨단 반도체뿐만 아니라 모든 제조업을 다 리쇼어링 하는 것은 국력의 낭비가 너무나 클 수밖에 없기 때문임. 프렌드쇼어링이 답임. 반대로 한국 입장에서도 중국 제조업과 힘겨운 싸움을 지속하던 상황에서 미중 패권전쟁으로 미국이 중국 제조업을 견제해주고, 또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마울 수밖에 없음. 즉, 미국과 한국은 서로에 있어 상호호혜적인 파트너임. 서로가 서로한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임. 미국은 물건을 싸게 대량으로 잘 만들어 줄 공장이 필요하고, 반대로 한국은 그렇게 만든 물건을 내다 팔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함.
그래서 나는 일부가 주장하늗 것처럼 미국이 칩스 법이나 IRA 등을 통해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 한국 제조업을 파괴한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음. 오히려 정 반대라고 봄. 왜냐하면 미국도 한국 제조업 인프라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기 때문임. 한국 제조업을, 더 나아가 한국의 국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미국에도 손해만 될 뿐임. 그렇기 때문에 미중 패권전쟁으로 공급망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분리되는 상황은 한국에 그 자체로 축복이라고 생각함. 반도체건 함선이건 무기건 그 무엇이건 저렴하게 대량으로 잘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중국을 제외한 자유진영 그 어떤 국가도 갖지 못한 엄청난 강점이고, 그래서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이 중국과 멀어질수록 미국에 있어 한국과 한국 제조업의 가치는 더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함.
그런 관점에서 작년 초에 칩스 법으로 온 나라가 난리났었을 때, 그때 서울대 성원용 교수님의 의견을 공유했던 적이 있었음. 해당 의견을 다시 공유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침.
지난 30년간 세계 산업은 일본과 한국에서 반도체와 중간재료 중국에 공급하면, 중국이 완성품 만들어서 미국에 공급하는 길을 밟아왔다. 그런데 이제 중국이 반도체와 중간재료의 독립에 거의 성공하고 있다. 2차전지와 전기자동차는 가장 경쟁력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반도체도 이미 낸드플래시는 중국회사도 잘 만들고 조금 있으면 DRAM도 따라온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의 IT는 중국에 못들어오게 막으면서 이런 플랫폼 기업도 완전 중국제가 되었다. 이제 국제시장에서 가장 입지 좁은 나라가 한국이 되었다. 그런데 시진핑이 도광양회를 버리고 너무 야망을 일찍 내비쳤다. 또 미국은 커지는 중국을 지금 막지 못하면 결국 태평양에서 충돌할 것이라 판단을 하였다.
이러한 산업계의 블록화 현상을 미리 보여준 것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였다. 한 5년전에 동유럽에 가니 화웨이 스마트폰이 삼성전자를 거의 추월하였다. 이제 화웨이의 삼성전자 추월은 시간문제였다. 또한 화웨이의 네트워킹 장비도 워낙 경쟁력이 있어서 삼성의 네트워크 사업부가 정말 힘들었다 (내 제자가 그래서 상무도 못되고 옷을 벗었다). 그런데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받더니 이제 안드로이드도 못 사용한다. 결국 화웨이보다 2선의 오포 등이 다시 올라왔지만 삼성전자로서는 엄청 시간을 번 것이었다. 화웨이가 통신 네트워크 장비 못파니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가 다시 살아났다.
지금 한국의 산업계는 마치 장진강 부전강 철수 때 처럼 중국군이 포위를 하는데도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산업현장에서는 잘 아는데 정치인과 일부 여론주도세력이 모른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건설, 화학, 철강, 원자력 IT 모두 중국이 바짝 따라 붙었다. 디스플레이(LCD)는 이미 중국으로 다 넘어갔다. 세계가 또 블럭화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불편한 일일지 모르지만 한국에게는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중국시장이 없어진다 하는데 어차피 중국이 따라잡기에 성공하여 지속되기 어려운 시장이다. 오히려 중국을 바이패스해서 미국에 반도체, 2차전지, 전기자동차를 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결국 인구도 많으니 가급적 자급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러시아와 일부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국가에서 석유 등 원재료를 공급받고. 서로 이념적으로 다른 나라는 경제면에서 공정한 경쟁과 국제분업을 하기 어렵다. 피차 피해의식을 느낀다. 중국은 자유주의 국가의 금융자본과 시장만능을 두려워하고, 자유주의 국가는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를 두려워한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사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이하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