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비(본명 박은혜·33)가 지난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댓글로 쓴 말이다. 이날 아이비는 푸른 줄무늬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연초록색 운동화를 신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제품 이름도 일일이 적어줬다.이를 본 한 네티즌이 "이런 업체 협찬받고 알바(아르바이트) 뛰지 말고 신곡 발표나 해라"라고 글을 남겼고 아이비는 이에 반박으로 댓글을 단 것이다. 아이비 측은 "돈 받고 올린 사진이 아닌데 그런 말을 들어서 속상했다"고 했다.
아이비는 억울할 수 있지만 요즘 이런 오해를 받는 일이 심심치 않다. 실제 유명 연예인이나 모델 등이 패션·뷰티 회사로부터 돈을 받고 인스타그램에 협찬 제품과 관련된 사진을 올려주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유명 연예인이나 모델은 사진 한 장 올려주는 데 1000만원까지 받는다. 일부 기획사는 수수료를 받고 연예인·모델과 업체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사진 한 장 올려주면 1000만원… 'SNS 소문'의 실체
패션 회사에 다니는 마케터 A씨는 다음 달 초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요즘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회사 상사가 A씨에게 "유명 연예인·모델을 한꺼번에 초대한 다음 이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행사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소위 SNS 마케팅을 한번 해보라"고 했는데, 정작 전화로 연락한 연예인과 모델들은 하나같이 "그런 사진을 공짜로 올려줄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A씨는 "한 건당 200만~300만원 정도 부르는 게 보통이고, 조금 더 유명한 사람은 500만원, 심지어 1000만원까지 요구했다"면서 "평소 즐겨 보던 유명 인스타그램 스타들의 사진 중 상당수가 그런 식으로 돈을 받고 작성된다는 걸 알고 나니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마케팅이 협찬으로 얼룩지고 있다. 인기가 높은 특정 인스타그램 스타, 연예인, 모델에게 돈을 주고 포스팅을 부탁하는 업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2~3년 전만 해도 한두 명에게 개인적으로 접촉해 이런 '협찬 포스팅'을 올리도록 했다면, 요즘은 아예 전문적이다. 모델 에이전시나 SNS 에이전시가 수십, 수백 명의 인스타그램 스타와 기업을 연결해주고 나서 수수료를 챙기는 식이다. 한 유명 모델 에이전시 이사는 "예전엔 알음알음으로 해결했다면 이제는 정식으로 세금계산서까지 다 발행해 돈을 받고 나서 협찬 포스팅을 쓴다"고 했다.
연예인이나 모델이 한 건당 200만~1000만원 정도 받는다면, 인기가 높은 일반인은 10만~100만원 정도 받는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 에이전시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대개 5% 안팎이다.
인스타그램이 이처럼 갑자기 협찬의 장(場)이 돼버린 건 특유의 속성 때문이다. 2010년 10월 시작된 이 소셜네트워킹서비스는 싸이월드나 트위터·페이스북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철저히 사진 위주로 운영된다는 것. 글을 굳이 쓸 필요도 없다. 폴라로이드 모양(정사각형)의 사진을 올리고 그 아래 사진을 분류해 검색하도록 도와주는 해시태그(#)와 특정 단어만 넣어주면 그만이다. 해시태그는 소셜 미디어에서 특정 핵심어를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메타데이터 언어의 한 형태. 가령 '전지현 립스틱'으로 검색을 하고 싶다면 '#전지현립스틱'이라고 표기하는 식이다.
사진 위주로 검색이 되다 보니 패션·뷰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현재 인스타그램 월간 이용자 수는 전 세계 4억명쯤으로 추산된다. 여성 이용자가 68%이고, 35세 미만 이용자는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억1600만명쯤 이용하는 트위터가 대개 논쟁과 토론으로 굴러가고, 15억명이 넘게 쓴다는 페이스북이 친교의 수단으로 쓰인다면, 인스타그램은 세련된 시각 이미지를 경쟁적으로 보여주는 SNS인 셈이다.
한 수입 화장품 회사 마케팅 팀장은 "특히 립스틱, 파운데이션, 아이섀도처럼 시각적 자극이 판매에 도움되는 제품은 지면 광고나 TV 광고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보하는 게 더 빠르더라. 유명 모델이 사진 한 번만 올려주면 전국 매장에서 문의가 폭주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팔로어 숫자와 '좋아요' 개수에 울고 웃다
인스타그램의 또 다른 특징은 팔로어 숫자가 정확하게 눈에 보인다는 것. 기업들은 협찬 금액을 이 팔로어 숫자를 보고 정한다. 몇몇 국내 톱 모델은 수십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다. 패션 회사 홍보 담당자 B씨는 "팔로어 숫자 옆에 k가 붙으면 일단 포스팅 한 건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어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어 수가 10만 이상이면 '100k'로 표시가 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젠 실제 연예인·모델의 등급이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고, 협찬을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전 세계 모델을 가장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는 '모델스닷컴'은 작년부터 순위 기준에 인스타그램 팔로어 숫자를 적용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미국 모델 에이전시 '원.1K'는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100만명이 넘는 모델들을 따로 관리하는 회사다. 외국의 켄달 제너, 카라 델레빈 같은 모델은 인스타그램 팔로어 숫자를 등에 업고 갑자기 톱 모델의 반열의 오른 대표적인 경우. 우리나라에선 아이린, 김나영 등이 비슷한 경우로 꼽힌다.
가이드라인을 두고 모델들에게 '인스타그램 교육'을 시키는 곳도 있다. 한 모델 에이전시 팀장이 만들었다는 '인스타그램 사용 지침서' 내용은 꽤 구체적이다.
'글을 길게 쓰지 말 것. 자칫하면 구설에 오를 수 있다.' '협찬 제품만 올리지 말고 취미나 여가에 대한 얘기도 종종 쓸 것. 그래야 보는 이가 협찬 포스팅인지 아닌지부터 의심하지 않게 된다.' '자연스러운 사진을 많이 올릴 것.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보단 직접 찍은 사진에 더 열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