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와 실력자를 가려내는 콘셉트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엠넷(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이하 '너목보')가 중국에 포맷을 판매한 지 얼마 안 돼 표절이 의심되는 프로그램이 현지에서 방송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립싱크를 하는 여러 가수들 가운데 진짜 실력차를 찾는 포맷의 프로그램이 연달아 방송됐다. 8월 5일에는 중국 대형 동영상 플랫폼인 아이치이의 '우적가신아'(優滴歌神)가, 8월 8일에는 여우쿠와 투더우, 그리고 베이징위성TV가 합작해 제작한 '가수시수'(歌手是誰)가 첫 선을 보였다.
두 프로그램의 뚜껑이 열린 뒤, 두 방송 모두 엠넷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와 거의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음치와 실력자가 립싱크 등 여러 가지 단서를 제공하고 패널들이 진짜 실력자를 추리해 나가는 방법, 톱가수를 초청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참가자와 듀엣 무대로 진실을 밝히는 것까지 같다.
정식 중국판이 아직 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류작들끼리 경쟁을 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 한국 '너목보'의 존재를 아는 중국 네티즌들은 모두 "똑같다"는 반응을 보였고 표절 의혹이 불거졌다.
'너목보' 측은 중국에서 방송된 '우적가신아'와 '가수시수'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CJ E&M 측 관계자는 TV리포트와의 전화 통화에서 "양쪽 방송사에 공문을 보냈지만 양측 모두 표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양측 방송사에서 다른 나라의 포맷을 구입해 중국과 합작으로 제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
중국 방송사 측에서 구입했다는 해외 포맷이 실재하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통상적으로 해외 판권을 구입해 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공식 소개에 원작을 밝히기 마련인데 두 프로그램 모두 바이두닷컴에 원작을 명시하지 않았다.
CJ E&M 관계자는 "정식으로 포맷을 수출해 중국에서 제작이 진행되고 있는데 비슷한 프로그램이 먼저 방송이 돼버리니 맥이 빠지는 상황이다. 대응책을 강구 중이다"고 입장을 전했다.
앞서 중국에서는 MBC '무한도전'의 표절 프로그램인 '극한도전', SBS '영웅호걸'의 한회를 베낀 '우상래료' 등이 중국 온라인 상에서 표절 논란을 낳았다. 정식 포맷 수입이라는 정당한 루트로 예능을 제작하는 중국 방송가의 추세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다.
한편 '너목보'의 정식 중국판은 중국 제작사와 포맷 판권 판매 계약을 체결, 중국 장쑤위성TV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