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에 빠진 일본 방송국
- 입력2013.08.10 (08:31)
- 수정2013.08.10 (10:22)
<앵커 멘트>
일본과 독일 달라도 너무 다르죠?
그렇지만 일본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일부 우익 정치권과 달리 그 희망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이웃 한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임이 자생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죠.
한류 10년, 출발점인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일본인들이 직접 한류방송을 만들었습니다.
일본인들의 한류 방송국. 제2의 한류 붐이라고 볼 수 있네요!
빨리 보고 싶으시죠? 박재우 특파원이 소개합니다.
<리포트>
아소 부총리가 이른바 `나치식 개헌' 망언을 한 다음날, 고베의 한 백화점 앞에 많은 일본인이 모여들었습니다.
한국과 일본 가수의 `합동 공연'을 보기 위해섭니다.
한 곡 한 곡 열창이 이어질 때마다 함께 어깨춤 추며 박수 갈채를 쏟아냅니다.
한국에서도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그룹이지만, 일본 관객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인터뷰> 나카야마(일본 관객) : "멋있고 팬이 되려고 합니다. 달콤한 목소리가 좋습니다."
한국 가수들이 무대에 오를 때 마다 뒤에서 꼼꼼하게 분장과 의상을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본인 자원봉사자들입니다.
무명 신인들이 일본 공연을 할 수 있게 매니저 역할도 하고 숙식까지 제공합니다.
낯선 일본에서 많은 한국의 신인 가수와 탤런트들이 이런 무대를 갖고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는 수많은 일본인들 덕분입니다.
고베의 한 주택가, 한국 가수의 공연을 도왔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듭니다.
한국 방송을 보며, 좋아하는 한국 탤런트와 가수들 얘기로 웃음꽃을 피웁니다.
이들의 한류 사랑은 벌써 10년이 넘습니다.
한류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면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 가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의 모임 장소는 한국 연예인들의 사진과 사인으로 `한류 박물관'을 방불케 합니다.
이제 회원도 3백 명이 넘습니다.
<인터뷰> 히타카 교코(회장) : "한국을 더 알고 싶다는 의견이 나와서 처음에 겨울 연가 야외 촬영지인 남이섬 등을 모두 가 봤습니다."
회원 숫자가 늘어나고 젊은 회원이 많이 들어오면서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방송을 통해 더 많은 일본사람들에게 한류를 폭넓게 알리자는 것입니다.
이른바 "한류방송".
아나운서와 엔지니어 등 방송 관련 일을 하는 회원도 있지만, 대부분 방송에 문외한입니다.
그래서 평소 관심 있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노래 등 한류에 대한 최신 정보를 모아 방송하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한 회원의 집이고, 방송 장비와 도구들도 모두 직접 구입하거나 만들었습니다.
몇 달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드디어 첫 방송!
<녹취> 타카시마 히로코(MC) : "안녕하세요! 생방송 `고베-코리아 마당' 시작하겠습니다. 고베시 북구의 K 로망카페에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MC는 타카시마 히로코이고, 스텝은 고베의 여자들입니다."
한국의 인기 가수나 탤런트와 전화 연결을 하기도 하고,
<녹취> "(고베-코리아 마당에 놀러 오시겠습니까?) 고정 출연을 해도 됩니까? (네,고정 출연 부탁합니다.)"
직접 한국까지 가서 좋아하는 연예인을 취재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권해효(탤런트) : "앞으로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한류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또, 한류 공연 정보도 알려주고, 한국 소식은 고베 영사관 코너를 만들어 일본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성권(고베 총영사) : "한류를 사랑하는 일본의 순수 민간단체와 정부가 협력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려나가는 민관합동의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전문 방송인이 아닌 만큼 제작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려 아직 온라인으로 2주마다 방송하고 있지만, 벌써 수천 명의 응원 댓글이 올라오는 등 반응이 뜨겁습니다.
지금까지의 한류방송은 한국인이나 재일동포들이 중심이 돼서 해왔지만, 순수하게 일본인들이 만들어 일본인들을 위해 한류방송을 하는 것은 일본에서 처음입니다.새로운 한류문화의 콘텐츠가 되고 있습니다.
방송 기획부터 섭외. 촬영. 편집. 생방송까지, 한국어도 잘 모르는 회원들이 한국 문화와 한류에 대한 열정만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한류방송', 회원들은 K-팝이나 한류 공연장을 누비면서도 재일교포 할머니들의 양로원에 기부금을 보내는 등 다양한 한국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익 정치인들의 망언으로 한일 양국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요즘, 이들은 그저 한국이 좋아서 한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가장 가까운 이웃, 한국이 있어서 고맙다고 합니다.
<인터뷰> 히타카 교코(회장) : "눈물이 납니다.이런 장을 열어주신 여러분들의 힘이고, 그들이 노래할 수 있도록 해주신 것이 아주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