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댓글과 루머에 시달리는 국내 연예계도 최근 ‘팀-알렙의 고민’에 빠졌다. 광고모델 에이전시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가 3월부터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며 연예인의 감추고 싶은 과거가 담긴 글이나 사진, 근거 없는 루머나 악성 댓글에 대해 포털 등에 삭제 요청을 대신 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정도가 극심한 악성 댓글에 법적 대응을 할 때 모든 절차를 도맡아 주기도 한다.
연예인의 악성 댓글 대처를 전문으로 하는 사업에 나선 건 이 업체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업체가 9억2400여만 원을 들여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에 해당 연예인의 이름을 입력하면 인터넷에 올라온 관련 글이 자동으로 수집돼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중 정도가 심한 비방이 담긴 악성 글을 골라 포털 등에 삭제를 요청해 주는 식이다.
실제 이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연예인은 20여 명. 인지도에 따라 가격은 1년에 300만∼1000만 원 선이다. 하지만 악성 댓글을 지우는 식으로 이미지 관리를 한다는 소문이 나면 더 큰 타격을 받기에 연예인들은 절대 서비스 이용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업체도 연예인의 신상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김호진 대표(44)는 “20여 년 동안 연예계에서 일하며 재능이 있지만 악성 댓글에 꺾여버린 연예인을 수없이 봤다. 유망 연예인에 대한 인터넷상 인격 살인은 범죄인 데다 문화 경쟁력까지 깎아먹어 이 사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연예인의 악성 댓글을 관리해 주는 사업에 대해 연예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하지만 인원과 시간 제약 때문에 악성 댓글에 일일이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오죽 악성 댓글이 심하면 이런 사업까지 나오겠느냐. 업계 종사자로서 소속 연예인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여성 배우 매니저는 “연예인에 대한 악성 댓글은 고소 외엔 해결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고소하더라도 가십거리가 돼 결국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다”며 “과거 착한 댓글을 다는 선플 운동이 있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며 찬성 의사를 밝혔다.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데 그걸 한 업체가 모두 관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악성 댓글 문제는 정부 차원의 인터넷 실명제 도입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돌 가수를 주로 키우는 한 기획사 관계자는 “악성 댓글 모니터링을 다른 사업자에 맡기면 우리가 여론의 흐름을 읽지 못하게 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