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도망'에는 품격이 없는 법이다. 오죽했으면 줄행랑이고 삼십육계일 텐데 여기에 무슨 품격이고 점잔이며 체면인가. 이 볼품없이 쫓기는 상대를 쫓는 자들도 마찬가지. 다급해서 정신없이 쫓아가는 데 무슨 격식이고 나발이며 품격인가.
하지만 이는 현실 얘기다. 드라마는 다르다. 세상에 있지도 않은 일을 있는 것처럼 보여주거나, 최소한 그럴듯하게라도 침소봉대하는 게 영화와 드라마의 마땅한 도리라면, 이 좇고 쫓기는 '밀당'에서도 현실에는 도저히 없는 '품격'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드라마의 책무이자 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