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 발췌)
기다림을 참아내고 슬럼프를 극복하고
몇몇 사기 기획사들에 데이고 쓴맛을 본 뒤로는 이씨가 직접 니엘을 데리고 다니며 오디션에 응시했다. 집에서 함께 드라마를 보며 TV 속 아역 배우처럼 대사와 표정을 따라 하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 캐스팅 오디션에 갈 때는 미리 받은 대본으로 서로 호흡을 맞춰가며 연기 연습을 했다. 기약 없는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차분하고 겸손하게 언젠가 찾아올 때를 간절히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고 한다.
“연기 학원을 다니며 알게 된 엄마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면서 열심히 오디션을 봤어요. 그 결과 영화, 드라마 등에 잠깐이나마 출연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고요. 어떤 역할이든지 배역을 가리지 않았어요. 그때 니엘 나이가 고작 열세 살이었는데 둘이서 고생 참 많이 했죠. 하루 종일 기다린 끝에 지나가는 행인 연기를 하거나, 데굴데굴 구르면서 몇 번씩 반복해 물에 빠지기도 했어요. 게다가 새벽에 집을 나서 다음날 새벽에 돌아오더라도 엑스트라나 단역에게는 밥 한 끼를 안 주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김밥이나 패스트푸드를 사 먹기 일쑤였고, 어떤 날은 미리 먹을 걸 싸가서 그걸로 하루를 때웠죠. 그러면서도 언제 불러줄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현장을 지키며 기다려야 했고요. 때로는 아들과 싸우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저는 니엘에게 현장에서는 무조건 웃고, 기분 나쁘거나 짜증나는 건 모두 엄마한테 풀라고 했어요. 그걸 다 듣고 참아주는 게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과정을 통해 이씨는 아들과 함께 일찍이 세상에 눈을 뜨고, 몸소 부딪히며 얻은 깨달음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