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ystal
“I AM.? 멋지게 꾸미는 말 못하겠어요. 난 그저 나이고 싶어요.”
연예인은 몇 가지 오해쯤은 숙명적으로 안고 가야 하는 직업일지 모른다. 미디어를 통해 걸러 보여지는 것들, 편집되어 버려지는 것들로 실제의 자신과는 다르게 메이킹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십대 소녀에게 반복된다면 어떨까.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지나칠 만큼 당찬 여고생, 안수정 역을 맡으면서 크리스탈이 받은 오해들이 그렇다. “안수정 캐릭터와 동일시하는 분들이 있어요. 난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첫인상은 차가워 보이지만, 친해지면 달라지거든요. 그저 낯을 많이 가릴 뿐이에요”라고 자그마한 체구를 더 숙여가며 쑥스러워했다.
아직도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게 신기해 어쩔 줄 모르겠다는 소녀. 시트콤 종방연 때 급기야 눈물을 보이며 스태프들에게 이별을 고하는 영상만이 진짜 크리스탈을 보여주는 걸지 모른다. 그녀는 이번 시트콤을 통해 연기에 대한 바람이 한 뼘 더 커졌다. “연기는 끝없는 분야인 것 같아요. 한계가 없어 보여요. 가수도 그렇지만 준비해야 할 것들이 엄청나요. 감정 표현부터 대사 연습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어려워요. 하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크리스탈은 연기를 통해 여러 사람의 인생으로 분하고도 싶지만, 무엇을 하든 크리스탈 자신이고도 싶다.
영화 I AM의 크리스탈 개인 포스터 카피가 ‘난 나인 게 좋아요’인 것처럼. “흔히들 멘토에 관해 자주 물어봐요. 난 누군가를 선망해서 가수가 되거나 연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굳이 말하라면 카야 스코델라리오의 스타일이 좋은 정도죠. 음악이든, 연기든 그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뿐이에요.” 크리스탈은 친구들과 맛있는 것 먹어서 좋은 십대, 과학과 수학이 어려운 고3 수험생, 그 나이 친구들이 그렇듯 성인이 돼서 면허를 따고 혼자 여행을 떠나보고 싶은 평범한 소녀일 뿐이다. 다른 점이라면 f(x)나 음악에 대해 말할 때 다소 의젓해지는 태도랄까. “f(x)의 음악이 정상에 있진 않지만, 우리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나나 멤버들이나 모두 바라던 일인 만큼 즐겁게 하고 있을 따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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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 Hyun
“I AM. 서주현이자 서현이에요. 서주현이 없으면 서현도 없으니까요.”
“무대에서의 서현과 평소의 서주현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서현은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하고, 타임스스퀘어의 광고판에 얼굴이 나오는 가수. 서주현은 택시 뒷좌석에 앉아도 안전띠를 매고, 올 A는 아니어도 거의 모든 레포트를 제출하는 여대생. 하지만 서현의 생각과 달리 서현과 서주현은 별반 다르지 않다. 서현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보여줬던 똑순이이자 바른 생활 소녀로서 이 두 개의 역할을 매끈하게 해내고 있으니까.
“바른 생활 이미지에 누가 되지 않도록 나 자신을 더 조여 매곤 해요.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거든요. 사람들의 시선이 내 인생에 좋은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고, 혼자 산책도 다니며, 그들과 일부러 인사도 나눈다고 했다. 서현은 보통의 아이돌들이 연습생 시절을 회상하며 말하곤 하는 힘들거나 불안했다는 예상 답안도 가볍게 벗어났다. “소속사의 친구들, 언니들과 함께 학교에서는 갖지 못할 추억도 많이 만들었어요. 돌아보면 즐겁고 애틋한 시절이죠.”
영화 에서 공개될 자신의 어린 모습은 조금 부끄러워했지만 말이다. “나만 알고 있는 연습생 시절이 공개된다니 신기하면서도 조금 부끄러워요. 자신의 옛날 사진을 보면 오그라들잖아요. 하지만 우리들의 추억을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점에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캐스팅이 됐던 5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고 후회 없는 시간들이었기 때문에 공개돼도 괜찮아요.”
무대에서는 연습실에서 한 것의 반의 반도 역량을 발휘할 수 없기에 치밀하게 준비했던 시간들. 서현이 뮤지션의 자질로 자신감과 철저한 준비를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무대에 서 있으면 긴장도 되고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닥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죠.”
노래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감동을 나눌 수 있어 가수를 선택했다는 서현은 이제 연기를 통해서도 이를 시도하고자 한다. “연극과를 선택한 이유도 이론부터 차근차근 배워서 연기를 하기 위해서예요. 인생은 한 번뿐이고 나 자신으로밖에 못 살잖아요. 배우로서 다른 이의 삶을 살다 보면 스스로 많이 배울 것 같아요.”
연기해 보고 싶은 타인의 삶 중엔 아마 <킬 빌>의 우마 서먼이나 <시크릿 가든>의 하지원처럼 스펙터클한 캐릭터가 포함되어 있을 거다. 취미가 운동인 만큼 액션 연기를 통해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으니까. 그때가 되면 여대생 서주현, 소녀시대 서현에 연기자 서현이라는 또 하나의 ‘나’가 보태질 거다. 물론 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터뷰 내내 허리는 꼿꼿하게, 양손은 가지런히 무릎에 올리고 있던 ‘바른 생활 서현’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