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한 장 10만원!
21일 취재진이 물어 찾아간 곳은 상파울루 번화가 파울리스타에 위치한 '리브라리아
쿨투라'였다. 국내 서울 광화문 '
교보문고' 절반 크기 정도의 서적 및 음반 복합매장 '리브라리아 쿨투라'는 1년 전부터 별도의 코너를 개설하고 K팝 음반을 따로 판매하기 시작한 곳이다. 브라질엔 4~5년 전부터 한류 바람이 불었지만, 불법 음반 외에는 정품 음반을 구할 방법은 마땅치가 않았다.
진열대에는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빅뱅, 투애니원 등 약 130종의 한국 음반이 비치돼있다. '
뉴이스트' 'BAP' 등 비교적 신인 그룹의 음반도 먼 타국 팬들의 손길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코너에서 만난 남성팬 엘리아스(24)는 국내 취재진을 본 뒤 어김없이 "안녕하세요"하며 먼저 한국어 인사를 전해왔다. 한국어 질문에 그는 또박또박 한국어로 답했다. 엘리아스는 "K팝이 좋아 한국어를 익히게 됐다"면서 "한국에 가고 싶어 대학을 찾았고, 결국 10월부터 석사 과정을 한국에서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엘리아스는 이날 슈퍼주니어의 정규 앨범 <섹시, 프리 앤드 싱글> 한 장을 구매하고 돌아갔다.
이 곳 점원 에리키(28)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K팝이 확산되고 있고, 음반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 코너를 개설했다"면서 "다양한 경로로 음반을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앨범 가격은 국내보다 무려 10배를 비싸게 받는다. 180헤알, 우리 돈으로 10만370원이다. 에리키는 "너무 먼 곳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고 말했다.
■브라질 10대, 10명 중 4명이 한류 팬
브라질 최대 한류 커뮤니티 '사랑인가요'(www.sarangingayo.com.br)의 운영자는 브라질에서 나고 자란 이민 2세 나탈리박(26·웹디자이너)이다. 상파울루 르네상스 호텔에서 만난 나탈리박은 "4년정도 전에 블로그를 만든 게 시작이었다"면서 "K팝 팬들이 크게 늘면서 작은 블로그가 사이트로 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루 9000~9500명 정도가 이 사이트를 찾는다. 최근에는 2만3000여명의 동시 접속자가 몰리면서 사이트가 다운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규모가 커진 사이트는 K팝을 좋아하는 20여명의 브라질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포르투갈어 번역 등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브라질 10대들 중 상당수가 K팝을 알고 있어요. 10명중 4명 정도가 한국 음악을 듣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나탈리박은 "브라질에서만
커버팀(가수의 춤을 재현하는 팀)이 200여팀, 500여명이 넘는다"면서 "주말 센트라 쿨투라우 문화센터에서 가끔씩 K팝 춤을 배우는 이벤트가 열리곤 하는데 보통 1000씩 모여 함께 춤을 익힌다"고 소개했다.
나탈리박에 따르면 K팝은 브라질 부모 세대들도 권장하는 대중 문화 중 하나라고 한다. 그는 "팝과 힙합과 달리 K팝 음악은 욕설이 없고, 어른을 존대하는 문화가 있어서 교육적으로 좋게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숙제가 있는데 음반 가격이 꼭 현실화 돼야 합니다. 가격이 지금보다 10분의 1로만 떨어져도 K팝이 브라질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나탈리박은 "K팝 한류는 유튜브 등을 통해 자생적으로 빚어진 문화"라며 "앞으로 사이트를 더 키워 한국을 가고 싶어하는 팬들에게도 다양한 안내 서비스를 해주고 싶다"고 바랐다.
■K팝으로 한국어 열기 후끈
주상파울루 총영사관의 박상식 총영사(55)는 "북한 위협에 따른 한국의 정세를 묻는 사람보다 슈퍼주니어의 이번 브라질 방문에 대해 물어오는 경우가 요즘 더 많았다"면서 "K팝 만큼 히트한 상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8월 브라질로 부임한 박 총영사는 앞서 1994~1998년 일반 영사로 4년간 이 곳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었다"면서 "과거엔 찾아 다니면서 우리를 알려야 했는데, 지금은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대해 궁금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문의하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총영사관은 브라질 팬들의 요청에 부응하고자 현재
한국어교육원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강사가 부족해서 총영사관의 비서, 그리고 행정직원이 틈틈이 한국어 강사가 돼 한국어를 전파하고 있기도 하다.
박 총영사는 "삼성, LG 등의 휴대폰이 K팝 인기 때문에 크게 판매가 신장됐다"면서 "K팝의 인기는 국가 이미지는 물론, 우리 기업, 교민들에게도 기여하는 측면이 상당히 높아 다양한 차원의 지원과 행사 등을 고민하고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8월을 목표로 숙원인 '한국문화원'도 개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질은 물론 중남미 지역 최고 명문대학인 브라질 상파울루 주립대학도 움직였다. 한국 대중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지난 3월부터 한국어학과를 개설해 신입생을 받기 시작했다. 이 곳에 입학한 칼라 비에이라(20)는 입학 전부터 K팝 동호회를 운영해온 K팝 마니아다.
- 사진은 3~4점을 첨부합니다. 음반 판매코너가 마련된 '리브라리아 쿨투라', 그리고 나탈리박, 박상식 총영사 사진을 각각 첨부합니다.
- 슈퍼주니어 관련
웹하드 (아이디 presssm, 비번 0614. 폴더내 비번은 5555)에 오른 팬들 사진 중 일부를 참조해 사용해주세요.
<상파울루(브라질)= 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