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게시판에 "일본" 관련 논쟁들이 조금 엿보이네요
"케이팝으로 인해 일본이 각성하게 되면 위협인가? 축복인가?"
대략 이런 질문으로 요약하면 될런지요?
일본의 오랜 문화적 역량, 자본, 인적자원에 케이팝의 트렌드가 더해지면
결국 한류를 잠식하는 결과가 올지 모른 다는 것이 배경에 깔린 논쟁이구요.
그런데
제가 이해하는 바로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일본이 변화하는건 우리에게 정말 좋은일인데,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1. 사회적 관계 변화의 중요성
연예산업(혹은 대중문화산업)에서 가장 중요한게 무얼까요?
사실은 아주 논쟁적인 질문이긴 합니다.
대답하는 사람에 따라 답이 다를 수 있습니다.
거대자본일 수도 있고, 기획자들의 역량, 국가경제 능력,
혹은 끊임없이 등장하는 재능있는 인재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관계'가 더 중요했다는게 진짜 전문가들의 관점이기도 합니다.
간단한 예가 바로 "방송사의 갑질" "기획사의 갑질" 그리고 "검찰-경찰 등 사법기관의 갑질" 등입니다.
과거 대중문화계가 힘이 없을 때는, 돈은 좀 만졌을지 몰라도 사회적 권위나 파워가 전무했기 때문에
기존의 기득권 집단에 끌려갈 수 밖에 없었어요.
우리가 지금에서야 조용필, 서태지, "우와" 하고 높게 쳐주지만
1980년대의 조용필은 기획사 사장에게 저작권 다 뺐기고,
나이트클럽 사장들에게 끌려다니는 일종의 기능인이었었어요.
서태지는 방송사 PD들에게, 또 저작권협회, 가요협회 등에 끌려다녀야 했고요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터보의 김종국 같은 친구들이
20대 초반에 기획사 사장들에게 얻어 터져가며 방송활동 한 얘기는 머 전설로 남았습니다.
2. 스타에겐 자유를, 자본에겐 수익을
우리가 일본 문화계에 대해 조롱을 하는 이유도
그런 전근대적인 사회적 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점을 이유로 들잖아요.
기획사 대표가 "바보같은 퍼포먼스"를 지시하더라도 스타라면 "거부권"이 있어야죠.
스타가 인기를 얻으면 합당한 보수를 지급하고,
서로 불만족스러우면 일정기간 지나고 FA(자유계약)해서 대박 터뜨려야죠.
미국의 사례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나죠.
스타에게 파워가 상당부분 쏠려있는 거죠.
어차피 투자자는 평균수익 이상만 거두면 성공이죠.
나머지 혜택은 "스타"에게 돌아가면 될 일입니다. 돈도 수백억 수천억씩 벌고요.
과거 한국과 현재 일본의 문제는 중간 유통구조가 너무 복잡했고,
갑질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 밖에 없는 불투명한 구조가 한몫했습니다.
사실 "장자연 사태"가 대표적이었고, 중국의 연예계도 마찬가지죠.
규제가 있고, 예쁘고 멋진 스타가 있고, 뒤를 바주는 정치권력이 뒤엉키고, 중간에 유통하는 방송사와 기획사가 있고....망하는 길입니다.
깔끔하게, 소비자/투자자//창작자-스타, 4구분으로 가면될일을 정부가 나서고, 방송사가 갑질하며 일이 꼬이는거죠
3. 한국의 성공 비결 "투명성"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성공했습니까?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은 "투명성"을 높여서 성공한 나라입니다.
2005년도만 해도 이수만씨가 유명DJ-PD에게 뒸돈 줬다고 해외로 도피하던 나랍니다.
(물론 1979년 이전엔 왕정-체제였겠죠)
장자연 때까지도 언론사 사장과 PD가 여배우-가수 끼고 룸싸롱에서 술마시고,
가수들은 쥐어터지고, 사기계약 당하고, 정당한 권리마저도 박탈당했죠.
이것을 바꾼게, 서태지를 대표로 하는 초특급 스타들의 등장, 기존 체제에 대한 반항, 디지털 시대의 개막
기존 음반 산업의 폭망, 등
여러가지 시대를 대표하는 변화들이 있었고 우리나라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 낸거죠
유튜브로 대표되는 "비디오형 온라인 팝 산업"을 말입니다.
(물론 스포티파이 같은 초대형 글로벌 웹음원 산업으로 못나간건 좀 아쉽지만...)
저는 일본 케야키자카46 팬(?)인데, 올초에 덕질하면서 사실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유튜브에서 방송 영상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정말이지 10개도 안됩니다.
내가 공짜로 즐길 수 있는 무대 영상이 10개가 다라니까요. 일부 토크쇼가 전부에...
일부 노래는 뮤직비디오고 아예 없고...이게 말이 됩니까?
가끔 올라오기도 하는데, 방송사에서 3일 내에 다 짤라버립니다.
거참, 혀를 찰 수 밖에 없더군요. 일본의 최고 핫한 걸그룹 케야키자카인걸요.
일본의 꽃미남 독식기획사 "쟈니스"는 또 어떤가요?
요즘엔 온라인 정책이 일부 바뀌었다곤 하더군요.
그런데 지난 40년동안 영상이나 얼굴 사진조차 꽁꽁 감싸매고 있습니다.
돈 내고 보라는 거죠. DVD 사서 보고, 미친놈들이죠.
쉽게 말해서, 글로벌-디지털 시대에 맞는 "투명성"고 "개혁의지"도 없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왜냐구요?
현재 그렇게 돈을 벌고 있잖아요. 기득권을 포기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서 뺏어와야 합니다. 망가뜨려야죠. 쟈니스 망해야 합니다.
이건 절대로 외부 나라에서는 불가능하고, 내부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소프트뱅크라던지, 머 젊은 온라인 기업들이 치고박고 싸워서 양지로 이끌어 내야죠.
4. J팝의 개혁개방이 한국에 도움이 되나?
아 이건 정말 어려운 문제인데,
저는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저는 아이즈원-트와이스 등 한일 합작 프로젝트가 너무나 소중하 경험이고 자산이라고 봅니다.
일단 그 이유는 저는 크게 두 가지로 보는데,
첫 째는 일본 소비자들의 압도적인 양적-질적 "퀄리티"에 있습니다.
(한국은 양이 조금 부족하긴 합니다. 인정할 건 인정)
일본의 대중문화가 개혁개방을 하게 된다면, 저는 전체적으로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판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소비자들의 취양도 다양하고, 역량있는 이들도 많죠.
한국과 일본 더하면 대략 2억 인구입니다.
어느정도 개방된 환경에서 경쟁한다면, 아예 글로벌 문화시장 판다고 동아시아로 옮겨질 거라고 봅니다.
두번 째는 중국 때문인데요,
사실 중국 문제는 정치나 경제 문제로 풀기 아주 복잡합니다.
워낙 거대하고, 권력지향적이고, 지도부가 똘똘 '아집과 독선'으로 뭉쳐 있습니다.
중국 패권을 깨기 앞으로 상당기간 쉽지 않을 겁니다. .
그리고 앞으로 적어도 20~40년간 화두는 "중국 민주주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집요하게 한국과 중국은 "적대전선"이 그어질 가능성이 커요.
이게 문화적 갈등이 아니라, 정치적 차이에 기반한 '긴장'이라는 거죠.
결국 이것을 해결하는 가장 결정적인 축이 "케이팝" 즉 중국 10대들이 사랑하는
반쯤 서구화되고, 반쯤은 아시아적으로 해석된 "한국 문화"일 수 있다는 거죠.
결국 중국의 젊은이들이 성장했을 때는, 중국-일본-아시아 시장이
마치 유럽처럼 통합되어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그 통합의 배경 시스템은 한국적인 시스템이 되어야 하죠
"표현의 자유" "스타에게 권력" "합리적인 계약" "소비자 권익 보호" 등 말입니다.
말이 길어졌지만,
내용은 이전의 내용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문화는 막으려고 되는게 아닙니다.
한국 문화를 베끼려는 시도는 크게 격려해주고 고무시켜 줘야 합니다.
뮤직비디오는 베끼기가 쉽지요.
하지만 내부 시스템은 베끼기가 무척 어렵습닌다.
하지만 그들이 내부 시스템을 베끼는 순간, 사회와 시장은 크게 진보합니다.
결국 그 진보의 수혜를 개척자가 누릴 수 있습니다. 우리 겁먹지 말고 통 크게 퍼줍시다.....
머,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