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청춘스케치로 이 분을 기억하는데.. 전 그보다는 일본문화 개방기 때 관련 서적으로 기억합니다. 그 때는 문화계 전반에 일본문화 공포증 같은 게 있어서 시장잠식 된다는 둥 우리 문화계는 실뿌리까지 태워진다는 둥 온갖 오도방정은 다 떨었었죠. 그 중에 선봉장에 있던 게 이 분이었는데..
뭐 지금에와서 이걸 가지고 뭐라할 생각은 없습니다.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요. 다만 이 분을 그 시절 그것으로 기억하다보니 그 때의 기억이 계속 나네요. 그 시절 그 특유의 사회 분위기.. 공기.. 추억.. 뭐 이런 것들이요.
세월은 흐르고 흘러 20년이 넘었고, 이 분을 비롯한 그들이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긴 커녕 오히려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마구 뻗어가고 있는데.. 그 아까운 재능 만개하지도 못 하고 이리 사망하니 참 씁쓸하네요.
차라리 일본으로 건너가지 않고(그 일뽕책들 쓴 게 일본으로 건너가면서부터) 국내에서 계속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요. 적어도 그 시절 가장 재능있는 젊은 감독이었는데..
어쨌거나 이 사람 젊었을 때 아우라를 생각하면 일뽕짓 하다가 각종 사기혐의로 말년을 보낸 지금의 모습은 참 안타깝습니다. 결국 재기도 못 하고 이리 가버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