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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3-26 18:06
별난 헬스장 사장
 글쓴이 : thenetcom
조회 : 844  

전역하고 나서 복학하기 전까지 돈도 좀 모으고 시간도 때울 겸 알바 자리 찾다가 헬스장 알바 구인하기에 지원함. 사장이 직접 면접 봤는데 질문이 좀 특이했음.. 자격증 없는 알바이지만 초보들 기구 다루는 법도 지도해야 해서 몸 좋은지 운동은 잘 하는 지 그런 거 보겠지 생각했는데 국가관, 애국가 4절 가사 아는지, 헌혈은 몇 번 했는지 그런 질문을 함..

첫 출근하니 간단한 정신 교육한다면서 일장연설을 함.. "내가 몇 기인데.." 이 말 듣는 순간 잘못 왔다는 생각이 팍 듬.. 왜냐 나도 해병대 나왔거든.. 면접 볼 때 물어보기에 얘기했는데 그때는 자기가 해병대 나왔다고 말하지 않았음. ㅋ

첫날인데 업무 교육 같은 건 안 해주고 아침 9시 30분 좀 지난 시간인데 나 데리고 근처 시장에 밥 먹으러.. 아니 술 마시러 감.. 식당에 들어가자 마자 음식은 안 시키고 술부터 주문함.. 소주를 물컵에 따라서 두 병 마시고 음식 주문함. 물컵으로 원샷하니 두 병 비우는데 10분도 안 걸리긴 했음..

30분 지나니 사장 동기 한 분 오심..햐 술 맛도 안 나겠다 생각했는데 나도 술 좀 들어가니 자세가 풀리고 술이 잘 넘어감. 셋이 아침 10시부터 술을 떡이 되도록 마심.. 딴 데도 안 감.. 단골인 그 식당에서 저녁 7시까지 마심.. 점심, 저녁을 한 식당에서 해결.. 저녁 먹고 나를 소개해 주려고 셋이서 지역 전우회 감.. 가는 길에 길에서 팔각모 사나이도 목청껏 부름

결론은 한 달 만에 관둠.. 관두게 된 이유도 좀 웃김.. 그 헬스장은 문 열고 들어오면 맨 처음 보이는 게 입구 반대 벽에 그려 놓은 큰 태극기와 국기에 대한 맹세가 적힌 액자인데 회원은 남녀노소 불문 누구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입장해야 하는 규칙이 있었음.. 생각해 보니 면접 보러 왔을 때도 나갔다 다시 들어와서 벽에 보이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라고 했었음.. 사실 아주 이상한 일인데 난 전역한 지 얼마 안 돼서 별 거부감 없이 시키는 대로 했음.

그 외에도 다른 몇 가지 규칙이 있었는데 '헬스장 이용 규칙'이라는 제목으로 액자에 넣어서 잘 보이는 위치에 걸어 놓았음.. 내가 알바할 때는 경례만 하면 됐는데 이 클럽에 다닌 지 좀 된 아저씨가 예전엔 경례와 동시에 국기에 대한 맹세도 말해야 해서 나가는 회원들도 발생하고 회원이 너무 적어서 없앤 거라고 알려줌.. 

아무튼 이용 규칙  따르지 않는 회원은 회비 돌려주고 돌려보내라고 지시 받았음.. 문제는 사장이 가게에 있을 때는 사람들이 잘 따르는데 사장이 외출하면 사람들이 안 지킴.. 문 열고 그냥 들어와서 운동함.. 특히 여중고생들.. 회원 중에는 과체중 여학생들이 많았는데 싫어도 아파트 상가에 있는 헬스장이라 집과 가까워서 여기 오는 거 같았음.. 아 그리고 몸매 좋고 이쁜 여자들은 이런데 올 리가 없으니 상대적으로 느끼는 자괴감도 덜 할 거고.. 사람에 따라 나름 메리트가 있는 듯..

사장은 헬스장 수입이 적어서 다른 일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았음. 사장이 외출하고 없을 때 여학생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 생까고 들오는 걸 나도 모른 체 하게 되고 한번은 그걸 사장이 평소보다 빨리 돌아오면서 보게 됨.. 일장훈시를 들었으나 짤리지는 않음.. 역시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상남자. 근데 내가 못 다니겠음.. 집에 일 있다고 말하고 관둠.. 가끔씩 놀러오라고 했는데 먹고 살기 바빠서 그후로 한번도 못 뵘..

사람들이 이상하게 봤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상남자였음..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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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옹 24-03-26 18:50
   
(이)상(한)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