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아시아문화권에서 화폐가 발달하지 못한 이유라고 해야겠죠. 서양이 산업화가 앞선이유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과학기술등이 있지만 결국 문자와 화폐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입니다. 화폐가 먼저 발달해야 자본주의가 태동하고 부를 쌓은 자본가들이 민주주의를 일으킵니다. 화폐의 발달이 늦은 것이 조선시대(그리고 아시아권)이 산업화가 늦은 이유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는 왜 화폐가 발달하지 못했을 까요? 조선시대에도 옆전을 발행했고 아시아 다른 국가들도 오래전 부터 화폐를 발행했습니다. 그렇지만 서양처럼 일반화 되지는 못했죠. 어려운 문자이긴 하지만 한자도 있었고 당시 기술 발전이 서양보다 크게 늦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왜 화폐만 유독 일반화 되지 못했을까요?
화폐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인플레이션에 의한 화폐가치의 폭락입니다. 정부가 돈을 찍어내기만 하면 돈이 펑펑 생겨나니 화폐를 마구 발행했던 것이죠. 그러면 서민들은 가진 돈값이 폭락하니까 화폐를 쓰지 않고 쌀과 같은 농산품으로 물물교역을 해버립니다. 그래서 화폐는 그 발전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조선말기 까지도 화폐가치가 폭락을 거듭해서 경제라는 것이 발전할 여건이 못됐습니다. 폭락의 이유는 역시 정부의 무제한 화폐 발행이었죠.
이 문제는 중동문명과 서양문명에서도 초기에 공통적으로 겪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이문제를 단숨에 해결해버린 것이 로마의 금화발행이었습니다. 금화는 그 자체가 금이기 때문에 많이 발행할 수가 없고, 설사 많이 발행해더라도 금자체로 녹여 팔 수도 있으니까 가치가 안정됩니다.
이로서 서양문명은 로마시대 초기에 이미 안정적인 화폐기반을 완성합니다. 그리고 이 화폐덕분에 부를 축적하는 자산가들이 늘어나고 금융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게 되죠. 그 덕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발전에 이은 산업혁명이 이어집니다.
금화의 발행은 아주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지만 그 효과는 동서양 문명의 운명을 가르는 결과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왜 조선(그리고 아시아)에서는 금화를 발행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금은 조선에서도 화폐를 발행할 만큼 충분히 넘쳐났습니다. 집집마다 금가락지나 금목걸이 장신구쯤은 다 가지고 있을 정도였죠.
하지만 로마제국과 달랐던 점은 로마는 제국을 운영하기 위해서 용병을 써야했고 용병들에 월급을 줘야했는데 금화와 같은 안정적인 화폐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용병들에게 조선의 엽전과 같은 화폐를 줬다가 화폐가치가 폭락해버리면 열받은 용병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겁니다.
그렇다면 왜 조선에서는 왜 로마처럼 군대에게 금화를 지급할 필요가 없었을까요? 이탈리아를 구성하는 민족은 단일민족이 아니라 시작부터 여러 다른 민족들이 뒤섞여 로마라는 제국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군대자체도 다민족이어서 용병제도가 발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조선과 같은 국가는 단일민족으로 제국이 아니므로 그냥 왕이 명령하면 평소에 농사짓던 사람들이 칼들고 나가는 형태의 군대였습니다. 군대에 월급을 지급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따라서 안정적인 화폐가치가 필요한 금화라는 것이 필요한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한중일 모두 용병제를 운용한 적도 없고 그럴 환경이 아닌 문화권이었기 때문에 아시아에서는 군대에 지급할 금화같은 것이 발전하지 못한 것입니다.
아시아는 왜 대항해시대가 없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