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뒤덮은 쓰레기와 담배꽁초, 들끓는 쥐들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합니다. 청결 문제에 대해선 어떤 '관용(톨레랑스·tolerance)'도 없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안 이달고(58) 시장은 27일(현지 시각) 시 의회에 이런 내용을 담은 '청결한 파리 만들기' 계획안을 제출했다.
파리는 매년 3000만명 이상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관광 도시이지만 '더럽고 냄새 나는 도시'로도 악명이 높았다. 주황색 조명이 흐르는 파리 밤거리는 매혹적이지만, 낮 거리를 본 관광객은 도처에 널린 담배꽁초와 애완견 배설물에 고개를 돌리게 된다. 지하철의 악취는 파리 시민들도 코를 막을 정도이다. 이런 오명을 벗고 '청결한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파리 시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계획안에는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쥐소탕 작전'까지 포함됐다.
더러운 파리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외 유명 여행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지하철 역이나 카페 주변은 담배꽁초로 가득하다" "오페라 지구에서 쇼핑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쥐가 발등 위로 지나가는 바람에 기겁했다" "파리 공원 잔디에는 사방에 개똥이 널려 있어서 마음 편히 누울 수가 없다"는 등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파리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파리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연간 150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고 시장도 2014년 취임식에서 "청결한 파리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그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시 차원에서 대책이 나오지 않자 관광업에 종사하는 일본 교민들은 위생에 민감한 자국민 관광객 유치를 위해 2007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에펠탑이나 오페라 지구 주변 등을 자체적으로 청소하는 행사도 해오고 있다.
불결한 도시 이미지에다 2015년 11월 발생한 '파리 테러'까지 겹치면서 파리는 관광객이 줄고 있다. 작년 파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5년에 비해 5% 이상 감소했다. 2014년부터는 세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유럽 도시 1위 자리도 영국 런던에 내줬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파리가 결국 대대적인 이미지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숙원 사업인 2024년 올림픽 유치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