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글을 올리면서 이번 기회에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글을 써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지만 제 생각엔 현대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인권의식의 최저한도 못 갖춘 것 같은 분들도 좀 있어서 글을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 지 고민을 하다가
그런 분들까지 내가 무슨 수로 설득하겠냐 싶어(...) 최대한 간단 하게 팩트와 그에 대한 코멘트 위주로 글을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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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에 채택된 UN 난민협약 제1조에 의하면 난민이란,
'인종, 종교, 민족 또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를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1991년에 이를 비준했으며, 1994년에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서 난민을 받다가 2012년에 '난민법'을 제정하여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현행 난민법에서도 이 정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박해'는 구 출입국관리법 판례에 의하면,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하여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과거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신청이 들어왔을 때
'내전의 경우는 개인에 대한 박해 위협이 아니기 때문에 난민 인정 사유가 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난민 신청의 대부분을 기각한 바 있으나(2012년부터 2015년 7월까지 난민신청한 760여명 중 단 3명만이 난민 인정),
다만 '삶의 터전이 전쟁 한가운데에 있는데 돌아가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인도적 차원에서 체류를 허가'한 적이 있습니다(760여명 중 570명 인정).
인도적 체류자의 경우는 난민 인정자와는 달리 생계를 위한 특별취업허가 정도만 인정될 뿐, 복지혜택이나 지원금이 인정되지 않고, 대사관의 인증이 필요하며, 6개월마다 재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저는 아마도 정부의 기존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이번 예멘 난민들도 난민법상 난민으로 인정받지는 못해도
'인도적 체류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왜냐면 지금 예멘 난민들은 본국으로 송환되면 죽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내전 때문에 전투능력이 있는 남자들은 군에 강제로 징집되어서 전쟁를 해야하고, 설령 군에 징집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과거 우리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점령군이 수시로 바뀌면서 일반 주민들이 보복성 학살을 당합니다.
심지어 난민들 중에는 배신자로 본국 사형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와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 또한 난민들이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예멘 본국으로 강제송환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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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런 상황인데 예멘 난민들이 '취업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넘어오는 '가짜' 난민이다?
이건 현사안에 대한 무지 중 가장 최악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말레이시아는 비록 국교가 이슬람이지만, 우리나라처럼 난민협약에 가입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난민에 대한 처우는 열약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지금 말레이시아에서 건너 온 난민들은 대부분이 그 말레이시아에서도 무비자 체류 기간 연장이 안 되서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으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우리나라 제주도로 오게 된 것입니다(지금은 무비자 입국이 막힌 상태).
이런 상황인데도 다른 건 몰라도 취업 목적 때문에 우리나라에 건너 온 거라는 댓글을 봤을 때는
예전에 윤서인이 고 백남기씨 딸이 가족 행사가 있어서 처가댁이 살고 있는 발리에 간 거를 '아버지가 사고로 죽었는데 발리에 놀러갔다'고 한 것이 오버랩 되더군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걸 얼마나 꼴 뵈기 싫었으면 그렇게 생각했을까... 생각하게 된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이번 제주도 난민들에게 특별취업허가를 내준 것은, 현재 난민의 열약한 경제 상황을 정부나 민간단체의 지원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은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범죄로 이어지는 거죠.
그리고 제주도 내에서도 현재 일손이 부족한 현장에서 난민들을 채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는 게 현실입니다.
때문에 정부가 인력 부족 업종에 한해 이들의 취업을 특별하게 허락해 준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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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슬람계열의 난민은 잠재적 범죄자, 테러범이다?
이건 저번 글의 덧글 중에서 가장 높은 지분을 차지했던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제가 저번 글에서 독일의 이슬람권 이민자의 범죄율을 거론 한 것은, 일단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난민의 숫자도 많지 않을뿐더러,
우리나라가 난민법상의 난민 인정 또한 받기가 정말 힘든 나라이므로,
난민에 대하여 대문을 활짝 열어놓았던 독일조차도 이민자 범죄율이 낮은 상황이라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난민의 범죄는 정말 극히 미미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예멘 난민을 받아들이면 마치 머지 않아 강X과 테러가 횡행하게 될 거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니
차별과 혐오의 '원동력'이 다른 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공포'가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면,
우리나라는 법적으로는 1994년부터 출입국관리법을 통해 난민신청을 받아왔습니다만, 난민이 인정된 사례는 2001년도가 최초였습니다.
이는 유럽과는 다르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난민들에게 인지도가 낮을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분쟁지역과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시리아 내전이 본격적으로 발발한 2011년 부터는 우리나라도 시리아 난민들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하였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그 유입 인구와 인정비율이 정말 적습니다.
"2017년 기준 세계 난민인정률은 약 38%. 반면 한국의 경우 2012년 난민법 제정 이후 17114건의 심사 중
‘난민 인정’으로 결론이 난 경우는 534건으로 겨우 3.1%에 불과하다. 난민법 이전(1994~2011)의 난민인정률 11.5%와 비교하면 오히려 더 낮아진 셈.
‘인도적 체류’를 포함할 경우 10.9%로 늘어나지만, 복지비, 생계비 등의 지원이 전혀 없는 인도적 체류를 난민 인정과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물론 위 기사내용은 내전상황으로 인한 이슬람권 난민에 대한 통계에 관한 건 아니지만, 앞서 언급된 본토에 전쟁이 나서 돌아가면 죽을 가능성이 높은
시리아 난민에 대한 인도적 체류마저도 인정되지 않은 비율이 25%였다는 것을 볼 때
이들이 과연 우리나라에서 독일에서와 같은 깽판을 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을 수 있을지에는 의구심이 듭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탈북자'라는 실질적인 난민을 수용하여 사회화 과정을 거쳐 나름 잘 정착시켜 온 역사가 이제 근 50년이 다 되어갑니다.
예멘의 난민들도 이와 같은 사회화 과정을 거쳐서 잘 정착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게 제 생각이고요.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순수 이슬람권 이민자의 동향을 봤을 때에도 이는 합당한 결론이라 봅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이슬람권 이민자의 수는 정부에서 별관심이 없다고 생각될 적도로 정확한 파악이 힘들지만,
2017년 통계청 자료로 볼 때 힌두교 + 이슬람교도 이민자 + 외국인은 현재 20만명 정도이며,
국내 이슬람교도의 수가 15만정도라는 것을 고려할 때 적어도 이슬람권 외국인만 10만이 넘는 수가 현재 한국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이들이 유럽에서처럼 테러나 집단 강X을 한 적이 있던가요?
(다만 이슬람교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여자가 남편에게 개 취급을 당해서 큰 곤경에 빠졌다는 류의 사건은 본 적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꼴랑 이번 500여명이 난민 신청을 한 거 가지고 폭탄 테러네 범죄네 하는 모습이
영락 없는 꼴페미들 사고방식이라서 제가 저번 글 마지막에 한마디 끄적인 겁니다.
뭐 꼴페미들 뿐만이 아니죠.
흑인들이 저소득비율이 높고 범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흑인들 두들겼던 미국 백인 사회가 그랬고
유대인을 두들겼던 나치들이 그랬으며,
지진이 난 상황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며 조선인을 두들겼던 일본인들이 그랬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다 상대방을 혐오하고 배척할만한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 놓고 차별을 하지,
그냥 순수하게 '나는 그냥 차별이 좋아'라고 차별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걸 좀 깨달아보시라고 꼴페미 얘기를 꺼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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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단 1%라도 난민 수용으로 인해서 범죄가 일어나면 난민 수용을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댓글도 있었는데,
외국인이 저지르는 범죄 때문에 외국인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하면
우리나라는 당장 흥선대원군 시절의 쇄국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ㅅ -;;
이 부분도 통계를 들어가면서 다 반박을 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런 부분까지 대답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생각이 들고(...)
시간도 많이 늦었으니 더 논의할 부분은 추후로 미루어 봅니다.
별 관심 없이 대충 넘어가던 사안이었는데
저 같은 사람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놓으셨네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