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에서 자동봇이 시세를 마음대로 조종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 자동봇 소프트웨어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
기존 주식시장에서 활용되던 자동봇을 가져다 쓰는겁니다.
자동봇이 옛날부터 주로 쓰이던 곳은 선물 차익거래입니다.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자동봇들도 있지만, 가상화폐 시장에서 쓸 이유는 별로 없고요.
가상화폐 거래소의 자동봇을 알려면 코스피200 야간 선물 시장을 알아야 합니다.
코스피200 야간 선물 시장의 시세는 누가 조절할까요 ? 당연히 사람이 붙들고 할 수는 없고 차익거래용 자동봇을 약간 개조(?)해서 씁니다.
주간 시장 코스피200 차익거래용 자동봇은 기준값을 코스피200 지수로 넣는 것에 비해
야간 선물 시장용 자동봇은 기준값을 [주간 코스피200 지수 종가 * (1 + 미국 다우 지수 변화)] 로 넣습니다.
( 간단히 미국 다우 지수 변화라고 했습니다만, 야간에 세계 각국 지수 변화에 가중치 적용해서 모두 합산하겠죠. )
야간 선물 시세가 위 기준값보다 높으면 자동봇이 보유하고 있던 선물을 매도하고 (야간 선물 시세 하락),
야간 선물 시세가 위 기준값보다 낮으면 자동봇이 보유하고 있던 선물을 매수합니다.
이론적으로만 말하면 코스피200 주간 종가가 330 이고, 밤새 다우 지수가 1 % 상승했다면 야간 선물 시세는 333.3 으로 끝나야겠죠. 하지만 이게 가능할리 없습니다. 야간 선물 시장 참가자들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요.
시장 참가자들이 [ 해외 주식 시장이 어떻든 내일 한국 지수는 왕창 오를거다 ] 라고 믿는다면,
위의 자동봇이 아무리 선물을 팔아치워도 얼씨구 좋다 받아먹기만 할테니 야간 선물 시세가 내릴리가 없죠.
따라서 프리미엄 개념을 도입해야 합니다.
기준값 = [주간 코스피200 지수 종가 * 프리미엄감안 가중치 * (1 + 미국 다우 지수 변화)]
자동봇이 선물 매도했는데도 야간 선물 시세가 내리지 않는다면 가중치를 높여주는 거죠.
물론 이 가중치는 실시간으로 바뀌고요.
간단히 말해서 시장참가자의 매수세가 높다면 프리미엄은 올라갑니다.
반대로 매도세가 높다면 프리미엄이 낮아질 것이고요.
해외 시세가 오를거라는 기대감이 있다면 김치 프리미엄이 올라가고,
해외 시세가 낮아질거라고 기대한다면 김치 프리미엄 역시 내립니다.
실제로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 시세보다 더 싼 역 프리미엄 시기도 있었고요.
또한 시장 참가자가 시장 규모에 비해 많다면 매수 의욕에 비해 매수세가 높아지니 프리미엄 상승.
시장 참여자가 적어지면 프리미엄 하강이겠고요.
자동봇은 이 프리미엄 변동치를 실시간 반영해서 기준값을 변경해서 최대한 해외 시세의 변동을 반영하려고 합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식으로 털어먹기 위해 뭐 그런 식으로 동작하지 않습니다.
거래소가 사악한 놈들인 것은 맞는 말이지만 ( 실제로 자동봇을 위와 같이 정상적으로 운용하지 않을 수도.. )
자동봇을 탐욕스럽게 세팅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따릅니다.
탐욕스럽게 하려 한다면 결국 자동봇도 초단타를 한다는 얘기인데, 아무리 거래소라도 해외 시세를 미리 알 수 있는 타임머신이 없는 이상 사람과 마찬가지로 푼돈 먹으려다 쪽박 찰수 있습니다.
또한 결국 매도/매수로 조절하는 것인데, 탐욕을 부린다는 것은 과도한 수량의 매도/매수를 수반할 수밖에 없고, 가상화폐현물 또는 자금의 고갈을 불러올테니까요.
거래소는 수수료만으로도 배터지게 먹는 입장이죠.
프리미엄의 변동에 따라 우연히 자동봇이 상당한 이익 또는 손실을 거둘 수는 있는데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로 회귀합니다.
자동봇이 뭔가 수작부리는 것 같다 ? 그냥 시장 참가자들이 만들어낸 수동적 반응에 가깝습니다.
물론 시세조작을 위한 자전거래 돌리는 봇이 투입되는 경우도 있을텐데, 이건 주식시장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얘기에 가깝습니다. 엄격하게 규제되기 때문이고요. 거래소와는 별개의 세력들이 자신들의 봇을 일반 시장 참가자인 것처럼 속여서 투입할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발각되면 경을 치릅니다.
문제는 가상화폐쪽은 주식시장과 달리 이런 규제들이 없습니다. 거래소가 시세조작용 봇을 투입하는 주체일 가능성도 있고요.
그러면 거래소들이 시세조작 봇 돌리는게 맞다는 얘기냐 ? 글쎄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 거래소 애들이 그런 봇을 운용할 능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고요. 이제야 증권가 인력을 스카우트하니 뭐니 하는 애들. 얼마전 문제를 일으킨 모 거래소를 보면 그 흔한 서버랙 (그냥 캐비넷) 도 없이 일반 PC 10 대 덩그러니 놓고 운영했다나요.
제가 거래소를 의심하지 않는 것은, 아직 법적 규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들이 선량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단순히 그럴만한 능력이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임.
ps. 가상화폐 거래소의 자동봇의 기준값 계산은 해외 시세외에 한국내 다른 거래소 시세 역시 가중치 둬서 반영하도록 되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