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안철수 참 좋아했었어요.
컴퓨터 통신 초기, 플로피 디스켓 쓰고 전화선 모뎀으로 v3 받던 시절, 잡지에 실리는 그의 기사를 보면서 세상에 이런 대단하고 착한 사람도 있구나 감탄했고, 어쩌다 그의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면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보태며 칭찬에 합류하곤 했었죠. 저런 사람에 비하면 내 삶은 참 부끄럽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정치에 입문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그는 청년들의 멘토 1위, 존경받는 기업인의 대표 사례로 기억되고 있겠죠.
사실 그에 대한 소문이 들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사람 마음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지라 그럴 리가 없다,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 너무 착해서 나서지를 못한 걸 거야 등등 좋게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밝혀지는 의혹들과 석연찮은 해명들.. 그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 자신의 말과 표리부동한 사람, 긍정보다 부정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났고, 제 마음 속의 그의 모습도 조금씩 일그러져 갔습니다.
앞일은 모르는 것이니 그의 과거가 엉망이었어도 대통령으로서는 좋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투표가 믿음의 영역이 아니라 이성의 영역이라면, 더 나은 선택지를 놓아두고 굳이 그런 모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