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가 사랑의 종교라면 불교는 자비의 종교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인간관계에서 사랑과 자비는 행복한 세상을 이루기 위한 대강령이다. 기독교의 사랑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으로부터 출발하여 인간의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전개된다. 그에 비해 불교의 자비는 현실세계의 인간관계에 대한 관조(觀照)로부터 출발하여 이웃에 대한 자비로 전개된다. 사랑과 자비는 이렇게 출발점이 다른 만큼 그 지향점도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둘은 인간이 다른 사람의 삶을 도외시하고 자신의 유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욕망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는 공통된 주제를 지니고 있다. 이 사랑과 자비의 동심원을 가족관계에서 이웃으로, 사회로 확대시켜 나갈 때 이 세상은 보다 행복하고 아름답게 될 것이다.
-아는만큼 보인다- 임헌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