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씨는 이번 사고로 외동딸 정지아(18) 양을 잃었다. 사고 발생 당일인 16일부터 팽목항에서 딸을 기다리던 그는 지난 24일 식어버린 딸의
시신과 마주해야 했다. 추운 바닷속에서 오랜 시간 떨었을 정 양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식을 치른 그는 160여 명의 안산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 다시 팽목항을 찾았다.
정 씨는 딸의 시신을 기다리던 때보다 더욱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딸아이 시신을 찾지 못했을 때는
찾기만 하면 한이 풀릴 것 같았는데, 이제는 혹시나 하는 기대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숨이 막힌다”며 “(자식의 시신을) 못
찾는 고통과 찾은 고통, 부모들에게 남은 건 그것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 씨는 딸의 장례식을 치르며 맘껏 소리 내 울지도
못했다. “부모가 슬퍼하면 자식이 맘이 아파서 떠나지 못하고 세상을 맴돈다네요. 바닷속에서 헤맸을 딸아이가 죽어서까지 맘 편히 쉬지 못하면 안
되잖아요. 눈물도 슬픔도 딸아이를 위해 다 삼키고 있어요.”
장례식을 마친 뒤에도 딸의 방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 그는 “딸이 와서 방이 변해 있으면 우리가 자기를 잊은 줄 알 것 같아 그대로 두고 있다”며 “아내도 매일같이 딸의 방을 쓸고 닦으며
지아가 언제든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될 때까지 방은 항상 같은 모습으로 남겨둘 것”이라면서
울먹였다.
정 씨는 이날 팽목항에서 함께 자식을 기다려 왔지만 아직까지 자식의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위로했다.
“나중에 아이들의 졸업식을 해주는 것이 부모로서 해주고 싶은 마지막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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