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이야기’와 비슷한 ‘패전 지역 탈출기’지만 저자 일가족이 겪은 고생은 유가 아니다. 패전 후 만주에 남은 일본인들의 운명은 참극 그 자체였다. 중국인들의 학대와 강간, 소련군의 약탈 윤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저자 일가족은 요행히 이곳을 탈출했지만 1년 내내 영양실조와 전염병의 위협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살아있음에 오히려 진저리를 쳤다.
구걸하다가 안 되면 시장에 버려진 채소 찌꺼기로 연명했다. 최후의 순간이 오면 아이들과 함께 죽을 작정으로 빨간끈을 허리에 묶고 다녔다. 그런데도 이 책과 ‘요코 이야기’에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한국인을 보는 시선의 차이다. 후지하라 데이는 아들들에게 말한다. “조선사람들은 궁핍한 처지에서도 우리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베풀어 주었다. 너희들은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