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에 등장한 깃발은 대부분 군대를 상징하는 것들이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구국동지회'라고 쓰여 있는 기가 가장 많았으며 가끔 '해사', 'ROTC'도 눈에 띄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함께 붉게 물든 깃발을 휘날리며 시청 일대를 '행군'했다.
이날 4시쯤 시작된 행진에서는 군가도 등장했다. 시청광장에서 시작해 퇴계로, 명동으로 이어진 행진 동안 선두 차량에서는 '멸공의 횃불'이니, '멋진 사나이'니, '전우'니 군대를 다녀온 이라면 친숙한 군가들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참가자들은 군가를 따라 부르며 “국회 해산, 헌재 해산”이라고 구호도 따라 외쳤다.
집회를 주최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측이 보수집회 참가자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자원자로 꾸렸다는 이른바 '켈로부대원'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대북정보를 수집하고 북한 후방을 교란하는 게릴라 작전을 펼친 북파 공작 첩보부대인 켈로부대의 이름을 딴 듯했다.
켈로부대원은 빨간 지휘봉을 휘두르며 참가자를 상대로 줄을 세우거나 차량을 통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군복 상의나 국방색 바지 등을 갖춰 입은 일반 참가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군대를 연상시키는 이들 요인이 태극기 집회를 관통하는 문화적 코드로 분석했다.
최승원 덕성여대 교수(심리학)는 “광장에 모인 이들은 자신들의 뜻을 공유하면서 일종의 오락성을 느낀다”며 “애국과 보수, 군 등은 보수집회 참가자들이 동질감을 느끼는 요소”라고 밝혔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군사문화는 박정희 정권에 대한 향수로 해석된다”며 “한강의 기적에 대한 강력한 믿음과 국가 안보의 상징, 권위주의 등을 통해 참가자들이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다분히 의도된 집회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