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학생회가 대자보 걸거나 성명서 내거나 하면
어느 대학이고 명문이었어요
나는, 우리는 지식인다 하는 자신감이 그 실체로서 문장에 드러나 있었죠
책을 많이 읽던 시절이었고 글에 있어서는 날카롭고 호된 비판에 얼과 넋이 탈탈 털리는 게 다반사였죠
2천 년대 후반부터 이상했어요
고등학교 축제에 헐벗은 차림의 댄스팀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체육대회 반티에 "기모찌" 하는 식의 문구를 넣는 게 유행이었고
대학교에서는 전례 없던 파격적인 플래카드 문구 ㅡ 대개 인터넷 유행어와 섹드립을 섞은 ㅡ 가 등장했고 축제 주막거리에서는 여대생들이 반라 옷차림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등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 최고 명문이라는 서연고를 가릴 것 없이 학생회에서 글 내놓은 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문장력과 문해력 모두 전반적으로 저능해졌어요
이러한 시대상을 두고 진쭝궈는
"문자언어 시대에서 이미지언어 시대로 회귀하는 것"
이라고 평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