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사에서 '대기만성' 선수들의 롤모델로 꼽히는 안경현(사진=두산) |
신은 뉴욕 양키스에 보스턴 레드삭스를 짝으로 줬고,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독주에 한신 타이거스라는 브레이크를 선물했으며,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한 지붕 아래 있도록 했다. 두 팀이 맞붙은 2000년 플레이오프 6차전은 라이벌전다운 명승부였다.
4회까진 LG가 4대 0으로 앞섰다. 두산이 5회 2점, 7회 김동주의 솔로홈런으로 추격했지만, 1점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쫓기던 LG는 7회 말 추가득점 기회를 잡았다. 1사 3루에서 허문회가 중견수 플라이를 친 것. 3루 주자였던 김재현은 홈을 지키던 두산 포수 홍성흔을 밀치려는 동작을 취했다. 그러나 정작 밟아야 할 홈을 그냥 지나치는 큰 실수를 범했다. 되돌아와 홈을 찍으려 손을 내밀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결국, 홍성흔에 태그아웃되며 추가득점은 무산됐다.
그러나 이때까지 LG에게 왜 1점이 중요한지 아무도 실감하지 못했다. 9회 2사까지 LG가 4대 3으로 앞서자 잠실구장은 LG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LG 구원투수 장문석은 두산의 마지막 타자를 상대로 불같은 강속구를 던졌다. 이윽고 투스트라이크 스리볼이 되고. 장문석은 가장 자신 있던 포심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선택했다. 시속 140km 중후반대의 강속구가 포수 미트를 향해 날아오고. 두산의 마지막 타자는 칼을 휘두르는 마음으로 공을 베었다.
“딱!”
경쾌한 타구음이 잠실구장 대기를 갈랐다. 순간, 양팀을 응원하던 관중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LG 팬들은 외야 플라이를, 두산 팬들은 홈런을 바랐다. 신은 두산의 손을 들었다. 극적인 동점 홈런이 터진 것이다.
4대 4 동점에 성공한 두산은 연장 11회, 5차전까지 단 2개의 안타만을 때렸던 심정수가 장문석을 상대로 좌중월 결승 홈런을 때리며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둔다. 경기가 끝나고 심정수는 인터뷰에서 모든 공로를 9회 동점 홈런 타자에게 돌렸다.
“안경현 선배의 홈런이 없었다면 제게도 기회가 오지 않았을 겁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안 선배입니다.”
은퇴 뒤가 더 아름다운 안경현
은퇴 후 SBS ESPN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안경현(사진 오른쪽)(사진=SBS ESPN) |
은퇴 뒤가 더 바쁘신 듯합니다. '야구 아카데미 운영하랴, 야구 해설위원하랴, 대학 강의하랴' 몸이 두개라도 모자를 듯합니다.
다 생소한 분야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엔 없어요(웃음). 이것도 저것도 되지 않게 하려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죠.
초보 야구해설위원입니다만, 주변의 평이 무척 좋습니다.현역 경험을 해설에 잘 녹인다는 평도 있고, 무엇보다 해설 준비가 탄탄하다는 칭찬이 많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아직 배워야할 게 많아요. 솔직히 현역 때는 TV 중계를 봐도 해설을 관심 있게 듣지 않았어요. 들어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웃음). 하지만, 해설위원이 되니까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이야, 이거 진짜 힘든 일이더라고요. 공부할 게 참 많습니다. 다행히 방송국 분들과 캐스터 분들, 해설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버티고 있습니다(웃음).
역시 선수와 해설위원은 다른 입장이지요?
맞아요. 보는 눈이 좀 달라요. 사실 해설보다 힘든 건 공평함을 유지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비록 두산, SK 출신이지만, 편파해설을 한 적은 없거든요. 그런데 시청자분들의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그런 뉘앙스를 느끼시나 봐요. 특히나 두 팀에 진 팀의 팬분들께서 그런 생각을 하시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지만, 절대 어느 특정 팀을 응원하거나, 편파해설 한 적은 없습니다(웃음).
야구 아카데미는 잘 운영하고 계십니까.
주로 사회인야구 동호인분들을 지도하고 있어요. 역시 운영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시겠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은 기량이 '확' 오르는 걸 느끼기 힘들어요. 하지만, 사회인야구 동호인분들은 조금만 지도해도 달라지는 게 한눈에 보입니다. 그게 보람이라면 보람이죠.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issue&mod=read&issue_id=438&issue_item_id=9065&office_id=295&article_id=0000000613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