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내년으로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 야구가 후쿠시마 개최를 강행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18일(한국시간) 화상으로 총회를 열어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의 대회 일정을 추인했다. 6개국이 출전하는 야구는 대회 개막 5일 후인 2021년 7월28일 개막전으로 출발해 8월7일 결승전으로 끝난다.
문제는 개막전 개최 장소다. 후쿠시마현 아즈마 야구장에서 치른다는 기존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갔기 때문이다. 2011년 원전 폭발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대량 유출된 후쿠시마 제1원전과 야즈마 야구장은 직선거리로 불과 67㎞ 떨어진 곳에 있다. 나머지 14경기는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치유’를 키워드로 하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일본은 국가의 부흥을 고대했다. 동일본 대지진의 상징이었던 후쿠시마현에서 올림픽 경기를 진행하려는 건 재앙을 완전히 수습해 피폭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전 세계에 홍보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아직 대진까지 결정된 건 아니지만, 이런 계산에 따르면 흥행보증수표인 한일전을 전면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이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당초 이달 개막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을 준비했다. 그러나 지난 3월 2021년 연기가 확정되면서 국제사회 지적이 잇따랐던 후쿠시마현 일정도 수정될 틈이 생겼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의 강행 의지는 그대로였다.
일본은 후쿠시마현에서 경기를 할 경우 현지 식자재를 이용해 선수단 식단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기존 경기 계획이 강행된 상태에서 이 역시 방침은 바뀌지 않을 확률이 높다. 특히 한국이 지난해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통해 역전승을 거두는 등 양국의 히스토리가 있어 일본엔 상징성이 있는 조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아직 많은 게 불투명한 상황”이라면서도 “전염병은 물론 방사능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수단이 느낄 불안감에 공감한다. 안전을 위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 식재료를 한국에서 공수하는 자체 조달 방안을 구상해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선수촌의 수돗물 수질이 좋지 않아 장염에 걸린 선수들이 속출했고, KBO는 생수를 조달해 피해를 최소화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남은 1년 동안 어떤 변수가 더 추가될지 모른다. ‘김경문호’엔 여전히 많은 물음표가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