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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24 15:30
[기타] [야구는 구라다] '애국 빠던' 오열사의 추억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1,585  


[야구는 구라다] '애국 빠던' 오열사의 추억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 - 도쿄 대첩의 기억 속으로

9회, 열사의 등장

8회가 끝났다. 0-3이다. 실오라기 같은 승산도 없다. 지리멸렬이다. 7회까지는 질식당했다. 오타니 쇼헤이의 독무대였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60㎞다. 손도 못댈 지경이다. 심지어 노히트노런을 걱정했다. 정근우의 안타(7회) 덕에 망신은 면했다.

오타니가 내려갔다. 8회부터는 노리모토 다카히로다. 좀 나으려나? 하지만 웬걸. 박병호, 민병헌, 황재균이 공 8개로 끝났다. 3자범퇴다. 반면에 수비는 불안불안이다. 계속 위기다. 차우찬, 정우람. 불펜이 총동원 됐다. 간신히 추가 실점을 막았다.

이제 9회 뿐이다. 달랑 아웃 3개만 남았다. 타순도 답이 없다. 8번(양의지)부터 시작이다. 벤치가 타임을 불렀다. "그 때 대타 요원 2명이 남았나? 손아섭과 오재원인데. 누굴 먼저 쓸까 고민했어요. 아무래도 주자가 있다면 손아섭이 낫다고 봐서, 오재원을 먼저 내보냈죠. 발도 빠르고, 팀에서 리드 오프도 치고 했던 선수니까." (김인식 감독)

딱히 큰 기대는 없다. 그냥 변화를 준다는 의미 정도다. 그런 대타 작전이었다.

그래도 일단 비주얼은 갑이다. 콧수염에 날카로운 눈매다. 예전에 태어났으면 만주에서 활동했을 것 같다. 막 수류탄, 도시락 폭탄 같은 것도 던지면서 말이다. 우리 야구계의 열사/의사 계보다. 그 중 외모적으로는 가장 근접한 느낌이다.

"벤치의 선수들이 모두 그런 생각이었어요. '이렇게 그냥 끝내서는 안된다.' 저 역시도 간절했구요. 전 국민이 보고 있는데, 이렇게 (무기력하게) 지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었죠." (오재원)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도발의 시작

막상 이 타자, 심상치 않다. 잔뜩 벼른 티가 난다. 일단 정신없고, 번잡스럽다. 장갑 밴드를 조였다, 풀었다. 타석에도 들어설듯 말듯이다. 배트를 만지작만지작, 잠시 쪼그려 앉았다 일어선다. 급기야. 금단에 도전한다. 오른발이다. 삐쭉 내밀어 홈 플레이트를 한번 꾹 밟아준다. '저건 뭐지?' 상대를 자꾸 건드린다.

"와, 그 때 TV로 보는데. 내가 (오)재원이를 알잖아요. 그날은 타석에 나와서 하는 게 장난 아니더라구요. 뭔가 자신감도 엄청나고, 투수를 향해서 계속 도발하는데. 한국 같았으면 머리로 공이 날라왔을 지도 모를 행동들이죠.ㅎㅎㅎ" (홍성흔)

                                                    SBS 중계화면

평소랑 딴판이다. 못 보던 루틴들이다. 이 정도면 박한이도 겸손하게 두 손 모은다. 괜히 그러는 건 아니다. 뭔가 심오한 뜻이 있으리라. "그 투수(노리모토)가 공도 좋은데, 템포가 너무 빨랐어요. 일단 타이밍을 그 선수 쪽으로 주기 싫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던지게 만들려고, 일부러 루틴을 좀 길게 가지고 갔죠." (오재원)

카운트 2-2가 됐다. 5구째는 승부구다. 포크볼이 존에서 떨어졌다. 헛스윙 아니면 땅볼이 나와야 당연했다. 그런데 아니다. 배트가 끝까지 따라붙었다. 좌익수 앞 클린 히트다. 드디어 물꼬가 터졌다.

신나게 1루로 달린다. 그냥 가는 게 아니다. 벤치를 향해 힘차게 주먹을 쏜다. '어? 우리쪽이 아닌데.' 거긴 일본 덕아웃이다. '아자', 혹은 '빠샤'를 외치는 입모양이다. "뭐 특별히 의미가 있었던 말은 아니었구요. 다음에 또 (손)아섭이 나올 거니까, '좀 있다 보자' 뭐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열사)

전설의 빠던…오세 바티스타의 탄생

그의 등장 이후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열사의 치열한 근성 덕이다. (굳이 인과관계 따질 필요없다. 그냥 그렇게 믿고 싶다. 홍성흔은 이 대목을 '신의 한 수'라고 표현했다.) 질질 끌려가던 3루쪽 덕아웃에 활기가 돈다. 그리고 삽시간에 타올랐다.

불길은 걷잡을 수 없다. 거대한 연쇄 폭발이다. 손아섭의 안타, 정근우의 2루타가 이어졌다. 이제 급한 쪽은 일본이다. 투수들이 후달리기 시작했다. 이용규에 사구, 김현수는 밀어내기 볼넷이다. 2-3, 한 점차. 무사 만루가 계속이다. 여기서 이대호의 등장이다.

상대는 네번째 투수(마스이 히로토시)를 올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조선의 4번 타자가 검을 뺐다. 일도양단. 좌익수 옆으로 빨랫줄이 널렸다. 2타점…역전…적시타. 2-3이 4-3으로 뒤바뀐다. 찰라, 도쿄돔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가 백미다. 계속된 2사 만루다. 타순이 한바퀴 돌았다. 또다시 그의 차례다. 카운트 2-1에서 4구째. 한 가운데 직구다. 벼락 같은 스윙이 뿜어졌다. 타구는 까마득히 솟았다. 중견수가 죽어라 따라붙는다. 투수는 '아이쿠' 하는 표정이다. 차마 돌아보지도 못한다.

급기야 전설의 한 컷이 연출된다. 빠던, 배트 플립이다. 강렬한 타격 뒤 방망이를 시원하게 집어던졌다. 이번에도 일본 덕아웃을 향해서다. 마치 도시락 폭탄을 투척하는 열사의 모습이다. 한동안 각종 포털의 검색어 랭킹을 휩쓴 퍼포먼스다.

                                      SBS 중계화면

사이다 빠던, 착한 빠던, 애국 빠던

프리미어12 한달 전이다. 그 때도 시끄러웠다. 이번에도 검색어 1위였다. 별로 안좋은 일 때문이다. 준플레이오프 때다. 히어로즈 서건창과 시비가 붙었다. 팽팽한 설전이었다. 곧바로 양쪽 선수들이 쏟아져나왔다. 이후로는 타석마다 관중석은 야유로 가득했다. 욕받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천만 안티를 양성한다는 비아냥도 들었다.

가뜩이나 악동 이미지다. 식빵은 예사다. 수시로 사건사고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국적도 가리지 않는다. 에릭 해커와는 영어로 '소통'했다. 하지만 한일전 한 경기로 천만 안티가 사라졌다. '살다살다 오재원을 응원하는 날이 올 줄이야'라는 탄식(?)도 흘러나왔다. 사이다 빠던, 착한 빠던, 애국 빠던, 오세 바티스타 같은 작명들이 온라인을 수놓았다. 누구는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를 떠올리기도 했다.

SBS 중계는 평균 13.2%로 시청률 1위였다. 9회초 역전 장면은 최고 23.2%까지 치솟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TBS의 중계는 평균 25.2%나 나왔다. 그 중 32.2%로 최고점을 찍은 순간이 있다. 오열사의 빠던 순간이다. 그들에게는 역전타보다 더 치욕을 안겨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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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20-04-24 15:30
   
키드킹 20-04-28 08:45
   
기사 글 재밌게 잘 썼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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