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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8-01 12:18
[MLB] [민훈기의 스페셜야구] 쿠어스필드 점령과 파워 커브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1,241  


[민훈기의 스페셜야구] 쿠어스필드 점령과 파워 커브


승패와는 무관했지만 징크스를 깨는 6이닝 무실점의 역투

한국 시간 8월 1일 새벽,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

해발 1600미터에 위치해 어떤 투수에게나 힘든 구장이지만 류현진(32•LA 다저스)에게도 쓰라린 기억이 많은 곳.

올 시즌 첫 번째 원정 등판인 지난 6월 29일 쿠어스필드에서 4이닝 동안 7안타를 맞고 7자책점을 내주며 패한 기억이 생생한 곳.

게다가 통산 5번의 쿠어스필드 등판에서 첫 경기 승리 후 4연패중일뿐 아니라, 그곳에서 평균자책점이 무려 9.15로 악전고투를 했던 악몽의 구장.

게다가 현지 시간으로는 7월 31일 오후 1시인 쾌청한 대낮에 펼쳐진 경기여서 비거리가 조금 더 늘어날 수 있어 타자들에게는 또 유리한 조건.

4연패를 당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던 쿠어스필드에서 6이닝 무실점의 역투를 펼치는 류현진<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그러나 올 시즌 팀의 마지막 쿠어스필드 원정 경기에 선발로 나선 류현진은 모든 아픈 기억과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역투를 펼쳤습니다.

결과부터 보면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을 어느 정도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불식하는 반전투였습니다. (평균자책점 1.74에서 1.66) 투구수는 80개에 불과했고(지난번엔 4이닝 동안 81개), 인상적인 삼진 1개 잡고 볼넷 1개만 내주며 그토록 괴롭히던 콜로라도 로키스 타선과 천적 아레나도를 철저히 틀어막았습니다. 설욕을 다짐한 류현진 못지 않게 동료들의 각오도 돋보였습니다. 최근 등판 때마다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던 수비였지만 이 날은 초반부터 빼어난 플레이를 연신 보여주었습니다.


1회말에는 이날 3루수로 나온 맥스 먼시가 3번 아레나도의 빗맞아 구르는 공을 대시하며 잡아 정확히 1루에 송구, 이닝을 마무리 지으며 좋은 시작을 했습니다.

1번 블랙몬과 2번 스토리를 가볍게 처리한 류현진은 통산 상대 타율 6할9리(23타수 14안타)에 홈런 4개, 2루타 4개, 10타점으로 천적으로 군림하는 아레나도를 맞았습니다. 초구 몸쪽 높은 스트라이크존(그나마 아레나도의 약점 지역)에 148km/h 포심 패스트볼 스트라이크를 꽂으며 강력한 도전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곧이어 바깥쪽으로 가라앉는 체인지업에 아레나도는 완전히 타이밍을 빼앗겼고, 빗맞은 타구가 느리게 유격수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이게 내야 안타가 됐으면 잘 맞은 안타보다 더욱 기분 나쁜 스타트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아레나도와 쿠어스필드는 역시 안 되나.’하는 부정적인 기운이 류현진을 덮을 수도 있는 불길한 상황. 그런데 전문 3루수가 아닌 먼시가 대시하며 글러브 캐치 후 놀랍도록 빠른 동작으로 정확히 송구해 아레나도를 간발의 차로 1루에서 잡았습니다.

뭔가 기분 좋은 스타트.


압권의 수비는 3회말에 나왔습니다.

1사 후에 8번 포수 월터스에게 146km/h 포심이 높게 걸리며 우측 담장을 맞는 2루타로 이날 첫 진루를 허용한 류현진은 9번 투수 마케즈를 땅볼로 잡고 1번 블랙몬과 맞섰습니다. 역시 류현진에게 통산 상대 타율 3할3푼3리(30타수 10안타)에 2루타 3개와 홈런 1개가 있는 타자.

올스타에도 4번이나 선정된 블랙몬은 올 시즌 득점권에서 4할1푼3리로 NL 최고의 클러치 타자입니다. 5구째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정타로 받아쳤고, 점프한 2루수의 키를 넘어 우익수 앞에 깨끗한 안타. 발이 느리지 않은 포수인 월터스는 질풍같이 홈으로 쇄도했습니다. 0-0의 팽팽한 균형을 깨기 위한 당연한 시도였지만 다저스 우익수는 벨린저. 정확하고 강력한 벨린저의 송구는 원바운드로 포수에게 도달했고, 스미스는 점프 슬라이딩하던 월터스를 침착하게 태그 아웃시켰습니다. 뒤쪽으로 커버를 들어갔던 류현진이 그물망에 기대어 보인 미소가 상황을 대변했습니다. 벨린저의 리그 공동 1위인 9번째 외야 어시스트였습니다.

그런데 월터스에게 2루타를 맞은 바로 그 타석에서 눈길을 끈 공이 있었습니다.


2구째 113km/h의 느린 커브를 던진 게 볼이 되자 3구째는 130.4km/h 변화구를 던졌습니다. 월터스가 지켜보며 스트라이크가 된 이 공은 구속으로 봐서는 체인지업 같았습니다. 유독 떨어지는 변화가 심했지만, '알려줘도 못 친다는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좋았나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MLB.com에서 ‘커브’로 구분한 것을 보고도 기록원의 실수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빠른(?) 130km/h 커브를 수차례 더 보여줍니다.

4회말 아레나도와의 두 번째 대결에서도 초구 몸쪽 145km/h 커터(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빠른 구속의)로 우익수 힘 없는 뜬공을 끌어낸 류현진은 4번 데이빗 달과의 대결에서 130km/h대 커브를 3개나 던졌습니다. 그리고 6번 알론소와의 대결에서는 3연속 '빠른 커브'를 던지며 범타를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5회말 월터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공 역시 132km/h 커브였습니다.


올 시즌 류현진의 커브 평균 구속은 116km/h입니다.

130km/h대 커브는 타자들에게는 완전히 생소한 구종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게 야구의 묘미이기도 한데, 이렇게 갑자기 마음 먹은 대로 새 구종을 추가한다는 것은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한때 박찬호가 던졌던 슬러브를 연상시키는 이 구종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합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슬라이더를 구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관찰자 입장에서 전통적인 궤적 등을 대입해서 특정 구종 구사로 판단을 하는데 정작 투수 자신은 다른 구종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빠른 커브로 분류된 구종들이 자신은 슬라이더를 구사한 것으로 여기는데, 어쩌면 슬라이더와 커브의 그립과 동작을 합한 '류현진 슬러브' 구종의 탄생일 수도 있습니다.)


이 날 난적을 험지에서 만난 류현진은 오히려 여유 있는 피칭을 했습니다.

마음 속도 실제로 여유가 있었는지는 들어봐야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집중하며 승부를 펼쳤습니다. 낮게 낮게 공을 던지는 경기 플랜과 함께 필요할 때마다 구속을 끌어올리고 또 낮추면서 로키스 타자들의 타이밍을 흩어놓았습니다.


이 날 마지막 타자가 된 6회말 아레나도와의 3번째 대결도 인상적입니다.

앞선 두 번의 대결에서 모두 패스트볼로 승부를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외곽 체인지업으로 시작한 것이 빠지며 볼. 그리고 2구째 다시 몸쪽을 파고든 공에 아레나도는 평범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습니다. 3타수 무안타.

그런데 145km/h가 찍힌 이 공은 슬라이더였습니다. 이날 27개로 가장 많이 구사한 컷 패스트볼도 이렇게 빠른 공은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커터보다 약간 느린 구종이 슬라이더인데 류현진은 슬라이더로 145km/h를 찍었습니다. 아레나도를 상대하는 그의 각오와 집념이 그대로 담긴 1구였습니다.


이날 경기는 쿠어스필드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0-0의 스코어가 6회까지 이어진, 정말 보기 드문 투수전이었습니다.

158km/h의 강속구와 140km/h의 너클 커브를 구사하는 우완 정통파 허만 마케즈는 10승 투수지만 홈에서는 평균자책점 7.07로 고전하던 투수입니다. 그러나 이날은 1회부터 첫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는 등 다저스 타선을 압도했습니다.

류현진이 삼진 1개를 포함한 맞춰 잡는 피칭으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반면 마케즈는 6회까지 삼진 10개를 잡는 파워 피칭으로 역시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두 투수가 내준 안타는 합쳐서 단 5개.


7회초 큰 변수가 생긴 것은 몸을 풀던 마케즈가 갑자기 허벅지를 움켜잡고 쓰러진 것. 갑작스런 부상으로 역투하던 마케즈가 물러나면서 급히 올라온 좌완 맥기는 선두 2번 타자 맥시를 볼넷으로 내보냈습니다. 이 상황을 유독 유심히 지켜보는 류현진의 모습이 계속 카메라에 잡힌 것을 보면 아마도 교체를 이미 통보 받았을 것입니다. 6회말에는 호흡을 고르는 등 지친 기색도 보였습니다. 투구수는 경제적이었지만 고지 덴버에서 초집중하며 피로가 빨리 찾아왔을 것은 당연한 일. 점수가 나면 승리 투수가 될 수 있는 다저스 공격이었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

그러나 맥기는 비티-벨린저-시거를 모두 삼진으로 잡으며 이닝을 마쳤고, 류현진은 7회말 구원 투수 바에스로 교체되며 승패 없이 이날 등판을 마쳤습니다. 신인 좌타자 비티 대신 벤치를 지키던 터너를 대타로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닝이었습니다.


이날 0-0의 놀라운 투수전 승부는 8회까지 이어졌는데, 9회초 이날 류현진과 좋은 호흡을 보였던 루키 포수 스미스가 3점포를 터뜨린 데 이어 이적생 네그론이 2점포를 보태며 다저스가 5-1로 승리했습니다.


비록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류현진은 '쿠어스필드에서 6이닝 무실점'이라는 역투를 펼치며. 사이영상으로 향하는 도전의 길목에서 인상적인 장애물을 가뿐히 통과했습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오는 6일 세인트루이스와의 홈경기가 유력합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기록 등을 참조했습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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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19-08-01 12:18
   
행운7 19-08-01 12:53
   
기사 감사드려요... 이벤트 걸어놓고 정작 난 자고 있었든지라... ㅋ
     
러키가이 19-08-01 19:31
   
암튼 ㅋㅋ 오랜 잠수 잠항 끝내서 다행임둥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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